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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서정민 옮김 / 생각과사람들 / 2014년 4월
평점 :
거짓말은 사회적 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기업체, 사회조직, 일반인 상거래, 범죄 등의 각종 관계에서 선의의 거짓말도 횡행하는 등 인간관계에서 늘 필요악으로 존재하고 있다.
의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는 관계를 돈독하게 하거나 매끄럽게 유지하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생계, 예의, 사생활보호 등의 차원에서 알게 모르게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가져온다’,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등 아이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거짓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알아보는 척, 반가운 척, 애써 기쁜 척하는 것들은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아주 좋게 말하면, 거짓말도 친절한 마음씨의 일환인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저술가이면서 미국 홀리 크로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리아 헤이거 코헨 교수가 자신과 동료들이 강단에서 경험한 여러 사건들과 구조대원, 소방관, 민항기 조종사들의 사례들을 심리학ㆍ철학ㆍ사회학 등에 바탕을 둔 해석으로 심도 깊게 분석,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왜 우리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데 두려움을 느끼는지, 왜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정답이라고 미리 규정하고 정해 놓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지를 간파하며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인종, 성별, 연령, 권력 등의 요소가 개개인이 무지를 고백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두 가지 종류의 거짓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첫째는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기 위한 거짓말이고, 둘째는 아는 것을 모르는 척 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놀림거리가 되거나 거부당할 것이 두려워 “모른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매일, 매 시간, 깨어 있을 때, 잠잘 때, 꿈꿀 때, 기쁠 때, 슬플 때에도…” 현대사회에서 거짓말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사람들은 진심 대신 거짓을 가슴에 달고 나타난다.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고 실수를 숨겨야 경쟁자보다 빛날 수 있고, 일감을 따낼 수 있으며, 직장에서 상사의 눈에 들 수 있고, 가족과 친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영국 런던과학박물관이 성인남녀 3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남성들은 하루 평균 3번, 여성은 하루 2번꼴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기를 벗어난 인간은 대부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의 대부분은 악의 없이 유연하게 상황 대처를 하기 위해 이뤄진다.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혹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내뱉은 거짓말은 종종 더 큰 거짓말을 낳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거짓말은 수치심을 감추고픈 자기 방어기제 일지도 모른다.
거짓말도 지나치게 하면 정신장애로 분류하는데 홍가혜는 병적 거짓말쟁이일 가능성이 크다. 민간 잠수사를 자처한 홍가혜씨는 “해경이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 작업을 막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했다”거나 “다른 잠수사가 생존자를 확인하고 생존자 목소리까지 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간파할 거짓말이 현장 분위기 덕분에 진실처럼 포장돼 동요와 혼란을 불렀다.
소크라테스는 뭔가를 안다는 사람이 실제론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통해 서양철학의 기초를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무지를 인정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저자는 무지함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내라고 격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들이 불확실성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하면 인생에서 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얇아도 너무 얇다. 150페이지 가량 된다고 해도 책의 크기가 워낙에 작아서 포켓북보다는 크지만 가히 크다고 할 수가 없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을 만큼 흥미롭고 술술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