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로운 금융시대 - 개인 투자와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꿀 금융의 미래
로버트 쉴러 지음, 조윤정 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소득 불평등과 금융권의 탐욕에 맞선 이 시위는 점차 전 세계 1천500여개 도시로 확산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는 금융권을 ‘범죄집단’으로 낙인찍었다. 사실 금융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책은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금융’과 ‘좋은 사회’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화두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무작정 금융을 비난하기 보다는 금융 시스템을 확장하고, 수정하고, 재편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금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더 나아가 금융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는 기업을 이끄는 CEO부터 자산운용사, 보험회사, 로비스트, 정책결정자에 이르기까지 금융업과 연결되어 있는 관계자들의 역할과 책임, 행위규범 등을 소개한다. 2부 ‘무엇이 성장을 가로막는가?’에서는 금융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살핀다. 금융·수학·미, 금융인과 예술가, 위험을 떠안으려는 충동, 익숙한 것을 향한 충동, 부채와 레버리지, 금융에 내제된 저속함, 금융투기의 중요성, 투기적 거품과 사회적 비용, 불평등과 불공정, 자선사업의 문제들, 자본 소유의 분산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는 단순히 금융과 경제를 연결시키는 게 아니라 금융상품이나 정책을 만들 때 ‘인간 본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이란 말은 라틴어 ‘피니스’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의 뜻은 ‘목표’이다. 금융의 뜻을 협소하게 ‘돈 버는 기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원래 의미대로 ‘어떤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돼야 한다. 금융의 본래 목적을 찾아주기 위해서 쉴러 교수는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각 기업의 CEO에게 주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보상액을 재임기간이 끝나고 5년 후에 지급하자는 안이 대표적이다. 지나친 스톡옵션 보상체계는 재직기간이 짧은 CEO에게 허위 공시 등의 도덕적인 유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은행 업무의 민주화도 더 좋은 사회로 가기 위한 필수 요소로 손꼽고 있는데,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사례를 눈여겨볼만 하다. 이 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의 형식으로 빈민과 여성에게 소자본 창업자금을 지원해 성공을 거뒀다. 쉴러 교수는 이 같은 사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 전파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보험의 경우,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생명보험보다는 소득감소에 대비할 수 있는 생계 보험 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오늘날의 암담한 금융현실과 매우 반대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금융이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검토한 후, 금융이 이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주고 있다. 저자는 금융을 먼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지 않고 금융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는 금융기관의 피해자가 아니라 영향력 있는 참여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