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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7월
평점 :
누구든지 철학을 처음 접하게 되면,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 나는 철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에서 철학을 배웠다. 워낙 강의가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 졸기만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때부터 나에게 철학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대학에서 철학 교수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철학개론을 가르치는 교수들조차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고 나서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가르쳤으며, 학생들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반성하기도 한다. 철학교수는 학생들이 써놓은 답안지를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철학을 한심하게 가르쳤는가를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철학이란 교수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이 책은 프랑스 국제철학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르몽드’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철학평론을 써온 저자 로제폴드르와가 철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쉽게 풀어쓴 현대 철학사다.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부터 칸트, 헤겔, 마르크스, 니체 등 19세기 철학자들까지 20명을 시대별 대표 철학자의 개인 연대기와 철학 개념, 명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철학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서양 철학의 대표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이 무엇인지를 친절히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철학을 해보지 않은 사람, 삶에서 중요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 모험이란 걸 감행하고 싶은 사람, 자신의 미래가 전혀 짐작이 안 되는 사람, 못할까 봐 걱정이 되면서도 뭔가 중요한 것이 분명 존재하고, 그것이 본인의 관심사임을 직감하는 사람, 철학을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를 지나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 요컨대 과거의 모든 철학자들이 그러했듯 현재 출발을 앞둔 여행객의 처지에 놓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p.5)고 말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삶 자체로서의 진리’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루크레티우스, 스토아학파를 중심으로 ‘고대 철학자들에게 있어 진리란 인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삶의 지침’이었음을 설명한다. 제2부 ‘인간 내면의 진리’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 마키아벨리, 몽테뉴를 통해 철학사의 주요 전환점을 이야기한다. 제3부 ‘인간의 진리, 신의 진리’에서는 인간의 이성과 신의 섭리를 서로 접근시키려는 시도를 통한 진리 개념의 변화를 말한다. 제4부 ‘계몽주의의 진리, 만인을 위한 진리’에서는 ‘계몽주의 시대 진리는 기만과 전제 정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무너뜨리는 수단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제5부 ‘현대의 진리, 불안정한 진리’에서는 모든 진리를 의심하기에 이른, 다시 말해 시선을 진리의 뒤쪽으로 옮겨 그 감춰진 이면을 들춰보고자 했던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을 살펴본다.
이 책은 철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을 위해 어렵지 않게 쉬운 용어들을 사용했다. 또 철학자의 사상만 살피지 않고 각 개인 삶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철학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철학을 알고 싶었지만 너무 어렵게만 느낀 분들에게 최고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