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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조이
도미니끄 라피에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환희의 도시’라는 뜻의 ‘아낭 나가르’는 인도 캘커타에서 가장 빈곤한 빈민굴이다. 인구는 70만 명이나 되는데도 우물과 샘은 겨우 10여 개밖에 되지 않았고, 주민 2천 500명당 변소가 하나뿐일 정도로 비인간적인 곳이다. 프랑스인 신부 폴 랑베르는 빈민굴 ‘아낭 나가르’를 ‘환희의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해 더럽고 음울하고 진흙과 똥으로 가득 찬 빈민굴에서 몇 개월 동안 생활하며 그곳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었다.
이 소설은 프랑스 출신의 저술가로서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을 남긴 저자 도미니크 라피에르가 인도 캘커타의 지옥 같은 빈민굴에 살면서 경험한 인간사를 소설로 풀어낸 것이다. 소설은 영화 ‘시티 오브 조이’로도 제작됐으며,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크리스토퍼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 소설에는 극에 달할 만큼의 비참한 생활을 하는 주민들과 삶을 함께하며 그들에게 헌신하고, 불의와 투쟁하고, 결국은 승리하는 테레사 수녀를 비롯한 성직자들과 젊은 미국인 의사, 아샘 출신 간호사, 인력거꾼 등이 나온다. 저자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조그만 호의에도 신에게 감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코 절망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우리는 풍요의 시대면서 동시에 양극화가 심각한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상대적 가난이란 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만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하사리 팔’은 처음부터 자신의 피를 팔고, 인력거를 끌고, 급기야 뼈까지 팔아야 하는 도시의 최하층 빈민이 아니었다. 그도 ‘거지’가 아니라 ‘농부’였던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아내와 티 없이 밝은 아이들이 일을 마친 그를 반겨주는 깨끗한 오두막집에서 하사리 팔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지주와의 부당한 소송, 연이은 홍수와 가뭄, 그리고 해묵은 인도의 관습인 결혼 지참금 문제로 그들 가족은 파산하게 되었고, 결국 고리대금업자, 가축 상인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쫓기듯 대도시 캘커타로 향하게 된다.
‘환희의 도시’ 캘커타에는 이처럼 농촌에서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나병 환자, 히쥐라, 해골 수출업자, 넝마주이, 인력거꾼 등 사회 최하층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살고 있다.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어 다쳐서 병원을 가면 치료보다는 절단이 더 쉽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비참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수많은 가련한 사람들 곁으로 다가온 프랑스인 신부 폴 랑베르가 빈민굴 ‘아낭 나가르’를 뜻 그대로 ‘환희의 도시’로 변모시켜 신과 인간, 가난과 행복, 절망적인 현실에서 희망과 기적을 이뤄내는 그들의 이야기는 가슴 찡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봉사와 나눔을 통해서 변화를 이끌어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것은 지금 우리 주위에도 이처럼 버림받고 멸시받고 무시당하며 응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극도의 개인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도 이제 그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살아가야 할 때다. 힘들어 자살을 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베풀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