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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경제학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영욱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우리나라가 인구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고 한다.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다. 소득수준이 선진국 문턱인 2만 달러를 넘은 데 이어 인구 규모면에서도 강국에 진입해 독자적 내수시장을 갖추게 됐다.
경제력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유엔이 측정한 행복국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56개 조사대상국 중 말레이시아나 태국보다 뒤처진 56위에 머물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돼 더 먹고살기 팍팍해진 탓이리라.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우리는 늘 많이 가질수록 행복해진다고 믿어왔다. 일정한 기간 안에 한 나라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을 모두 합한 값인 국민총생산(GNP)의 수치가 올라가면 행복도도 커진다는 단순한 믿음을 지켜왔다.
이 책은 글로벌 경제가 세계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며, 국제생태문화협회의 설립자이며 대표이기도 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일찍이 [오래된 미래]를 통해 이러한 현대 산업사회 경제 모델이 기존의 사회와 가치관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담아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 책은 세계화가 우리를 얼마나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왔는지, 천연자원을 얼마나 낭비하며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지,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꼼꼼한 연구사례들로 실증하고, 극소수의 부유층을 위해 기능하는 글로벌 경제와 신자유주의가 세계의 환경과 사회구조, 문화를 파괴하고 있는 현장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정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화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시하기 쉽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생활이나 자아의식 등 모든 영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p.18)고 말한다. 저자가 지난 30년간 수많은 문화권에서 세계화 과정을 연구한 결과, 우리 모두 이러한 심리적 압박의 희생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청년층이 심각한데, 불안과 자기 거부의 유혹에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행복의 경제학’에서는 영화 ‘행복의 경제학’의 시놉시스를 기반으로 하여 인류가 세계화로 인해 직면한 위기를 다루고, 그 대안으로 지역화의 해법을 제시한다. 2부 ‘회복의 경제학’에서는 세계화로 인해 야기된 다양한 부작용, 즉 에너지 자원의 부족, 1인당 생태발자국(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토지)의 증가, 빈부 격차의 심화, 삶의 질 하락, 주권 국가의 경제적 침해 등을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자료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경제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인간이 불행해지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는 이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풍요한 사회’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게다가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힘으로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빼앗거나 서로 행복을 빼앗도록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