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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평점 :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을 표현하는 말들은 다양하게 많다. 흔히 가을을 ‘낙엽의 계절’,‘고독의 계절’, ‘남자의 계절’, ‘낭만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가을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수식은 바로 ‘독서의 계절’일 것이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는 일 년 동안 일군 곡식을 거두기도 좋지만 책읽기에도 좋은 때이다. 그래서 천고마비 계절의 독서는 사람을 살찌운다는 말도 생겨났다.
휴일을 맞아 가까운 도서관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내가 읽은 책은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가 9장 710절로 풀어낸 <이외수의 사랑법 사랑외전>이란 책이다.
이 책은 ‘국내최초 트위터 팔로어 1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이외수 씨가 SNS를 ‘습작 공간, 나눔 공간, 소통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매일 이곳에 실시간으로 발표한 글들 중 수백 번에서 수천 번까지 리트윗된 원고들을 모아 주제별로 정리했고, 정교한 세밀화 기법으로 그린 꽃들을 담은 정태련 화백의 그림이 어우러져 사랑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 책은 총 9장 710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대 앉은 자리 모두가 우주의 중심’, ‘그대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 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다’ 등의 사랑에 대한 잠언들이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글 속에 함께 어우러져 있어 한 발짝 물러나와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학업에 지쳐 독서 의욕을 잃은 청소년, 자존감을 잃고 방황하는 20대, 직장생활에 치여 갈등하는 30대, 밥벌이에 밤낮없이 일하는 40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50대에게 스스로 생각을 돌이켜볼 수 있도록 ‘소망하면 모두 이루어지는 마법의 느티나무가 있다면’, ‘세상에서 누군가를 삭제할 수 있다면’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 책에서 저자는 9장 ‘그대 현재는 미약하였으나 그대 미래는 창대하리라’ 중에서 “어릴 때는 아무도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더러 세상에는 무시해야 할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순을 넘긴 지금은 비로소 통감합니다. 무시하는 놈도 무시당하는 놈도 결국은 외로울 뿐이라는 사실을”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의 고백’은 공감이 간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로 남을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워서 침 뱉기나 진배없는 말입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에게도 그 말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주제로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가족 간의 사랑, 사람 간의 사랑, 이념 간의 사랑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과 해답을 던진다. ‘인간, 사랑, 시련, 교육, 정치, 가족, 종교, 세상, 꿈’이란 키워드로 접근하므로 독자들에게 사회 곳곳에 빨간불이 켜진 가치관과 현상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수 특유의 재치 있는 시선과 감성적인 언어들이 책장을 술술 잘 넘어가게 한다. 책장을 덮어도 두고두고 떠올라 고단한 삶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