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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사생활 -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김지수 지음 / 팜파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경북 선산군 옥성면 옥관리에서 태어나 구봉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도시를 떠돌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용인시 수지구에서 살고 있다.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하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을 탐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얼굴’을 직시하는 일부터 행해야 할 것이고, 그게 ‘힐링’의 시작일 것이다.
이 책은 영화 ‘여배우들’에서 여섯 여배우의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을 맡은 패션전문지의 15년 차 기자인 김지수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도시인을 탐색하며 유행과 변화에 민감한 그가 도시에서 질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자 쓴 치유 에세이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패션지 ‘보그’에서 십수 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트렌드와 소비를 나침반 삼아 다방면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써왔다. 풍부한 인터뷰 경험, 세련된 문장이 버무려진 깊은 사색을 전한다. 저자의 소망은 도시와 한 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부디 자기만의 ‘사적 행복’을 찾는 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시와, 그 도시를 창조해낸 ‘산업화’를 ‘제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가족’이라 칭하는 존재들은 오늘도 산업화라는 제물한테 집과 식구를 빼앗긴 ‘유랑민’이 돼 배회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Ego’ 편에서는 개개인에게 자주 침투해오는 질투, 불안, 공황장애, 성형수술, 다이어트 고민을 다룬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게 되는 외모와 정서 문제를 조명해본다. 2장 ‘Attitude’ 편에서는 나이, 여가, 용서, 경청 등 ‘행복한 관계 형성’과 관련한 주제들을 짚어본다. 3장 ‘Herstory’ 편에서는 명품과 짝퉁, 싱글 맘, 엄마가 되는 문제 등 여자만의 주요 화젯거리를 담았다. 4장 ‘These Days’ 편에서는 가족과 이웃, 직업, 돈, TV 등의 소재를 통해 도시를 채우고 있는 소소한 풍경들을 돌아본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도시는 나를 낳고, 나는 자라서 도시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도시가 내게 등을 돌렸던 게 아니라 내가 두려워 도시의 몸을 밀어냈던 시간이 더 많았다. 도시는 나를 지배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누구보다 도시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자부하는 저자는 도시를 표현하기를 “상처의 찬란한 꽃밭, 수퍼 에고(ego), 21세기에 가장 고독한 생명체……. 밤이면 화려한 네온을 입고 뽐내다가도 새벽이면 부끄럽게 토사물을 부려놓는 도시, 성형외과로 몸을 재조립하고 정신과로 기억을 성형하는 도시, 명품으로 자아를 포장하고 다이어트로 자존을 소비하는 도시, 분노 때문에 살이 다 떨려도 두 손 꼭 부여잡고 아부의 미소를 지어내는 도시, 하지만 그 철부지 같은 도시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털어놓는다.
아파트 숲속에서 날마다 경쟁하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우울증은 갈수록 늘어나고, 현대인들은 삭막한 도시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