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하루 한마디 - 366일 발상의 전환
기하라 부이치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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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읽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이다. 이 소설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 중반에 쓴 소설이다. 이 소설로 인해 괴테는 18세기에 일약 전세계적인 인기 작가 반열에 단번에 올랐다. 그런 괴테를 말해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또 다른 소설이 하나 더 있는데 ‘파우스트’이다.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의 생애를 돌아보면 이 두 소설로 그는 ‘거인’이라는 표현을 선사 받아 마땅하다.

 

독일 문학의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 그는 80년이 넘는 긴 생애 동안 활동하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베스트셀러에서 ‘파우스트’ 같은 대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폭넓은 작품을 내놓았다. 그래서였을까.

 

나폴레옹은 1808년에 괴테를 만나고 다음과 같은 묘한 말을 남겼다. “여기도 사람이 있군.” 일각에서는 당대 최고의 영웅이며 천재로 칭송되던 나폴레옹이 괴테를 자신에 버금가는 인물로 인정한 것이야말로 최상의 찬사라고도 여긴다.

 

독일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자연과학자, 미술연구가, 또한 바이마르 공국의 요직에 있었던 정치가였던 괴테는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 나폴레옹의 대두 같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 괴테는 이런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문학뿐만 아니라 신학, 철학, 그리고 과학 등 여러 분야에 손을 댔다. 괴테만큼 다방면에 손을 뻗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은 위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여든이 돼서도 끊임없이 여인에게 사랑을 갈구했던 낭만적인 인물도 몇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괴테의 작품(서간, 일기, 대화록 등도 포함)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말을 고른 후, 거기에 편자의 짧은 코멘트를 달아 1년 365일 하루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에 대한 명언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어나고 경험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팔방미남 괴테가 들려주는 문학을 비롯하여 연애나 인간관계, 도덕, 인생의 교훈에서 역사, 과학, 사회의 사건사고 등, 삼라만상 이야기 등은 물론이고 자신의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들에 대해 짧지만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더불어 괴테가 한 이야기 밑에 그와 관련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이 책에서 ‘오해’에 대해서 말하기를 “자기가 얼마나 자주 타인을 오해하고 있는지를 자각한다면, 남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p.180)고 했다. 둘이서 같은 책을 읽고 같은 풍경을 바라봐도, 읽어내는 것이나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치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오해를 사는 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매일 이 책에 있는 내용을 읽고 묵상을 하고나서 하루의 일을 시작한다.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멋지게 사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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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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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가 여행을 꿈꾼다. 아마 떠나기 전의 설렘이 있어 좋고, 돌아와서는 남겨진 추억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30대 초반,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나는 현실에서 잠시 ‘여행’이라는 일탈을 했었다. 세상 이곳저곳을 가보고, 그곳의 세상을 느끼고 싶었다. 이러한 여행이다 보니 여행사에서 안내하는 정해진 코스 여행은 아니었다. 나의 여행은 걷고 싶으면 걷고, 더 가고 싶으면 더 걸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곳 사람들과도 친해지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마 그래서인지 일반 여행보다 나에게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이 책 <너 1825일의 기록>은 ‘이동근의 여행 에세이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환상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 에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여행 작가 이동근이 서울 북촌, 전주 한옥마을 등 소문난 관광지나 허름한 이발소가 주저앉은 골목까지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니며 베풀어 온 79개의 사랑의 기록을 담은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듯 세상을 향해 저자가 보내는 사랑이 가득한 눈길과 손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남들이 흔히 하는 아름답고 화려한 곳을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유명한 관광지 속 풍경이든 소박한 골목이든 사람이 그 안에 속해 있다면 모두가 소중한 공간이자 안식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좋은 추억, 상처, 가슴이 먹먹해지는 애틋함이 함께 공존하는 곳, 골목,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갈 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주었던 곳, 삶의 실존 공간인 시장 골목, 여관 골목, 상가 골목, 주택가 골목, 포구 골목, 돌담 골목, 벽화 골목까지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깊은 의미를 담은 일상을 따라가 보며 1825일 만에 저자가 찾아낸 ‘너’의 의미를 만나볼 수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곳도 이 책 속의 사진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골목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이십 원짜리 흑백사진 만화경을 보며 세계여행을 했다. 전봇대를 등지고서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하면 맨 앞에 엎드리곤 했다. 머리를 찧어도 아프기보다는 즐거웠다. 차가 들어서지 않는 골목 가장자리에 박스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숙제를 베끼기도 했으며, 달력으로 무적의 딱지를 만들어 친구들의 딱지를 몽땅 싹쓸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어느 할머니가 말한대로 “젊은 사람들은 이런 동네 안 살려고 해. 모두들 도회지로 떠나 버리고, 재개발이다 뭐다 어수선하기도 하고.... 자식들도 자꾸 오라고 하는데, 가기가 싫어.” 혼자 남은 동네 노인들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제일 싫다며 할머니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작가는 “여행에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이 그토록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때로는 수백 마디의 옳은 말보다 단 한 번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일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고민을 터놓는 사람에게는 더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지나온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사람냄새를 맡지 못하는 분들과 사람 냄새 나는 동네를 구경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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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귀 기울여
이문정 외 지음 / 은은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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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청소년, 미래에 대한 올바른 꿈을 세우고 그 꿈의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성장 과정에서 장래 희망을 밝혀야 하는 시기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는 학년 초에 가정환경조사라는 것을 써오게 했었다. 거기에는 가족관계라든가 심지어 집에 무슨 가전 제품이 있는지 등을 적게 했고 마지막에는 장래희망을 적는 란이 있었다. 장래 희망란을 채우기 위해 내가 고심을 하다가 적은 직업은 의사, 변호사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대들만 꿈을 꾸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대가 꿈을 꾸기 시작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인 것만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10대는 보다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현실 속에서, 무한 도전과 우회의 방법에 대해 인정하며 폭력적인 어른말 앞에서 무너지지 말고 안전하지 못한 무대에서도 꿈을 꾸며 사는 리얼리스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은 청소년을 가장 빛나게 만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시기에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십대 시절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깨닫고, 그런 자신의 미래를 위해 꿈과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 책은 우리들의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돌아보고 새롭게 계획할 수 있는 지침서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가 정말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좇아 가는데 길잡이가 되어줄 친절한 멘토 같은 책이다. 아직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이나, 어떻게 꿈을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이 책은 은은북스의 제 2회 공모전인 ‘나도 작가다’를 통해 선정된 작품 7편으로 구성하였다.

 

최근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력보다는 실무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한창 꿈과 이상도 높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고통스런 생각과 마음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목표를 향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어놓고 ‘당신의 꿈이 무엇이오?’하고 물어본다면 몇 사람이나 곧바로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도 10~20%를 넘지 못할 것이다. 꿈을 향해 출발했다면 인생의 마라톤은 매우 길기 때문에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 구간을 나누고 그 구간에 대한 목표를 다시 정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잃어버린 꿈이 무엇인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인지 자꾸만 생각해 보게 만들어져 나를 돌아보게 한다. 꿈을 꾸고 도전하려는 10대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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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 민주주의자 김근태의 시대정신
최상명 지음 / 푸른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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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민주주의자’ 김근태가 영화로, 책으로 돌아왔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남영동 1985>는 1985년 공포의 대명사로 불리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 간의 잔인한 기록을 담은 실화다. 개봉과 동시 출시된 <하나가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는 민주진영이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대국민 호소문에 가깝다. 지난해 건강 악화로 발표하지 못한 국민제안문을 토대로 해, 역사 속으로 가버린 민주주의자의 ‘진심’이 현실태로 또렷하게 들린다.

 

이 책은 정치학박사 최상명이 국가권력과 맞서 싸웠던 고 김근태 국회의원에 대해 쓴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집시법’으로 체포됐던 민주투사 시절부터 정치 입문 이후, 정치자금 양심고백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근태의 철학과 비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히 1987년 김 고문이 옥중서신으로 강력히 주장했던 ‘1차 민주대연합’의 실패를 거울삼아 2012년 ‘반신자유주의 국가 시스템 구축’을 통한 ‘2차 민주대연합’을 제안한다.

 

저자는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후배이자 마지막까지 병상을 지킨 절친한 동지이다. 그는 “지금 김근태에게 시대정신을 묻는다면 결단코 ‘정권교체’라고 말할 것”이라면서 “그 정권은 신자유주의로부터 국민을 지키겠다는 국가경영 철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김 고문의 민주화 운동과 정치개혁 운동, 민주대연합론, 따뜻한 시장경제 ‘경제인간화’, 사회적 대타협 등 이른바 ‘김근태 정신과 비전’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2002년 3월3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김근태는 뜬금없는 양심선언을 했다. “2년 전 최고위원 경선 때 실세인 권노갑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었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양심고백에 박수를 보냈지만, 당내에서는 “혼자만 깨끗한 척한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자살행위였다. 첫 경선장에서 김근태와 눈을 마주치는 이들이 없었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염원하며 후보를 사퇴했다. 한동안 집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또한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 김근태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지만 역시 또 운동권 후배들이 “청와대와 정부가 정했는데 당론으로 밀어야 한다”고 그를 흔들었다. 시련이었다. 김근태는 파병 반대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그리고 수개월간 자책감에 빠져 지냈다. 김근태를 흔들던 이 중 일부가 국회 표결 때는 ‘개인 소신’이라며 자기는 반대표를 던졌고 지금은 진보정당에 가 있다.

 

2006년 10월은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되던 때다. 여야 할 것 없이 북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갈 즈음 개성 방문을 결행하고 “평화가 유지되어야 경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분단국가이자 정전협정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는 ‘평화가 곧 밥’입니다. 평화가 깨지면 경제가 흔들립니다. 밥그릇이 깨지는 것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제는 ‘민주주의 김근태의 시대정신’이다. 김근태는 2012년 ‘제2차 민주대연합’을 제안하면서 ‘반신자유주의 국가 시스템 구축’을 주장했다. 이것이 김근태의 시대정신이다. 김근태의 ‘시대정신’은 이 시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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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계
조정현 지음 / 도모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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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극화되고 있는 왕이기도 한 조선 제10대 왕인 연산군은 폭군의 대명사로 불려진다. 연산군은 중신들의 세력 다툼에 시달리고 거기에 생모인 폐비 윤씨와 관련된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정치에서 손을 놓고 향락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폐위됐다.

 

연산군을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폭군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연산군의 할머니 ‘인수대비 한 씨’이다. 소혜왕후(昭惠王后)라는 시호 보다 인수대비(仁粹大妃)로 유명한 한씨는 실로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다간 왕실여성이며, 여성 지식인이다. 조선 제9대왕 성종의 어머니이자,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의 할머니로서 더욱 유명한 인수대비는 시아버지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몸소 지켜보았고, 남편의 죽음으로 잃어버렸던 왕비 자리를 대신해 자신의 어린 둘째 아들을 왕으로 만들면서 대비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여성이다.

 

인수대비의 아버지 한 확은 조선 초 명나라와의 관계에 큰 공을 세운 외교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몰락한 양반가의 집안이었기 때문에 끼니 걱정을 하며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랬던 집안이 어떻게 단 몇 년 만에 왕가와 혼인을 맺을 정도로 대단 한 명문가가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조선 초, 명나라와의 굴욕적인 외교사가 숨어 있었는데 바로 명나라에 바쳐진 ‘공녀(貢女)’ 때문에 그 집안의 번성은 인수대비의 고모이자 한 확의 두 누이 한규란과 계란 자매로 그 당시 명나라에 바쳐진 공녀였으나 그 집안의 번성은 바로 이 두 자매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한확의 누나인 ‘한규란’은 영락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여인이었다.

 

한확은 아름다운 누이를 둔 덕에 조선 왕실에서 승승장구 하였고, 조선의 실세가 되고, 결국 왕자였던 수양대군의 맏아들에게 자신의 막내딸을 시집보내게 된다. 그녀가 바로 인수대비이다.

 

포악한 영락제가 황제에 올랐다가 죽자 한확의 누이는 24세의 나이에 산채로 순장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확은 영락제의 손자인 선덕제가 즉위하자,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한계란’을 또 다시 공녀로 보냈다. 이 여동생이 인수대비의 고모, 명나라 역사에도 이름이 남은 ‘한계란’이다.

 

고려시대에 공녀는 한 해에 두 번이나 두 해에 한번 꼴로 많은 때는 50여 명씩 보냈다고 한다. 먼저 많은 처녀를 잡아들여 공녀를 선발하는 데 예쁜 처녀는 사신에게 바쳐서 하룻밤을 보내면 놓아주고 다른 처녀로 수를 채웠다. 공녀로 뽑히면 온 가족과 친척이 모여 밤낮으로 통곡하는 소리가 며칠 동안이나 이어졌다.

 

공녀로 가는 여인들은 억지로 떠밀려 수레에 오르면 기절하는 사람이 태반이었고, 대동강과 압록강을 건너면서는 하염없이 통곡하고 몸부림쳤다. 공녀들은 향수병에 걸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경우도 있었고, 종처럼 학대를 받는 사람도 있었으나 하소연할 곳이라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공녀에 대해 남아있는 사료는 별로 찾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고 ‘공녀(貢女)’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한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얼마나 화가 나던지... 일제시대의 정신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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