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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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결전을 앞두고 많은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 일반법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히 진 사람이 있기에 이긴 사람이 있는 법이다.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은 10명이다. 대통령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해 낙선한 사람은 30명에 가깝다. 대권의 꿈을 지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출마하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다.

 

역사는 몇 명의 이긴 사람과 수없이 많은 진 사람들을 토해낸다. 경쟁과 승패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 그 자체다. 비록 권력게임에서 패했더라도 ‘의미 있는 패배’가 역사를 전진시킨 예는 많다. 승리자들을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나, 패배자들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정치평론가 고성국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대통령’이란 자리의 의미를 좀 더 실체적으로 이해해보는 책이다. ‘누가 어떻게 대통령이 됐는가’ 대신 ‘누가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과거 유력 정치인들의 행적을 차근차근 되짚어 보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들을 살펴보면서 대통령에 도전할 사람들에게 실패하지 않는 길을 알려준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기업 CEO에서 국가 CEO로 정주영, 문국현을 다룬다. 2장은 무너진 대세론으로 이회창, 이인제를 다룬다. 3장은 1인자가 되지 못한 2인자로 김종필, 박철언, 최형우를 살펴본다. 4장은 이미지 정치로 박찬종, 정동영을 살핀다. 5장은 진보의 파수꾼으로 조봉암, 권영길을 다룬다. 6장은 킹메이커로 한화갑, 박지원, 김윤환, 서청원, 천정배, 이재오 등에 대해서 분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회창을 1997년 김대중을, 2002년에는 노무현을 상대로 한 두 번의 대세를 모두 놓쳤다고 진단하면서 아들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의혹 같은 가족문제로 대세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세론은 국민 여론이 만들어내지만 조그만 변수에 의해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고 대세론의 함정을 지적한다.

 

저자는 대선 슬로건을 보면 선거 당시 시대정신과 대결구도가 보인다고 말한다. 1956년 3대 대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유명한 슬로건을 남겼다. 6·10 민주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1987년 13대 대선에서 노태우는 ‘보통사람’을 자임했고, 김영삼은 ‘군정 종식’을 내걸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상황이던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준비된 대통령’이 먹혔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내세웠다.

 

저자는 “2012년 대선의 변수는 어떨까. 박근혜 쪽은 변수가 별로 없다. 분열될 일이 없으니까. 야권은 민주통합당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에서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야권에만 변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 18대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택할 후보를 정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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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설교하라
조 쏜 지음, 서진희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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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목회에서 말씀 준비와 설교를 1순위에 둔다. 주일예배 설교를 포함해 수요예배, 금요철야, 새벽기도회 등 일주일에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10여회의 설교를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다. 일부 목회자들이 부목회자들과 나누어 설교한다 하더라도 새교우나 정기적인 심방 그리고 때로 몸이 아픈 교우나 교우의 갑작스러운 임종 등으로 장례나 위로 설교를 해야 할 경우를 더하면 배나 많아 질 것이다.

 

옥한흠 목사는 “설교는 십자가다. 그저 힘들고 무겁고 벗어버리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전하는 말씀이 과연 하나님의 바른 말씀인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흔들릴 때가 있기 때문에 설교는 즐거운 작업이 아니라 십자가와 같은 고통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설교자라면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는데 그 음성 듣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평생 성경 본문을 놓고 분투, 노력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음성 듣기가 쉽지 않아서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설교자는 하나님이 전하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전해야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설교자의 양심이다. 그러나 요즘 강단에서는 성도들이 듣기 거북해하고 부담스러운 것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미국 일리노이주 리디머 펠로십교회의 담임 목사인 저자 조 쏜은 ‘설교자는 스스로에게 직접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전하는 말씀이 가장 은혜롭다”면서 설교자는 먼저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의 삶에 역사하는 하나님의 말씀, 즉 성경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스스로에게 말씀을 전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킨다. 즉, 설교자들은 “자기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설교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필요할 때마다 하나님의 응답을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설교자가 자신에게 설교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심과 두려움으로 힘들어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저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심과 두려움, 실패로 힘들어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나’라는 존재 속에서, 내가 정말 누구인지 알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적극적으로 다가가라’에서 “하나님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되라. 너는 하나님께서 네게 보내 주신 사람들이나 너의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충성된 하나님의 사람들이 너를 이해해 주고, 네게 다가와서 네가 진리를 보도록, 그리스도를 알도록, 은혜 안에서 자라도록, 고난을 견디도록 도와주었던 것처럼 그들에게 그렇게 해 주는 것일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은 스스로 설교자가 되어 말씀을 전하는 법을 알려 준다. 교회와 하나님과 멀어지는 분들과 성경이 가진 현실적인 힘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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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출신 CEO는 왜 강한가 - 삼성의 26년차 인사담당 임원이 밝히는 삼성 인재 육성의 비밀
조영환 지음 / 북오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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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지난해 25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한민국 정부의 한해 예산이 325조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삼성 혼자서 국가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자금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삼성의 파워는 삼성 외부에서도 강하게 작용한다. 2011년 기준 삼성 출신 CEO 133명이 1년간 올린 매출은 47조원이라고 한다.

 

이 책은 26년간 삼성그룹의 인사·조직 분야를 담당한 저자 조영환이 글로벌 1등 기업이자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의 비결을 철저히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실제 CEO들의 사례와 그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놓았고, 입사에서 임원이 될 때까지 삼성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는지, 그리고 왜 다른 기업들이 삼성 출신을 원하는지 분석을 통해 삼성 인재 육성의 비밀을 공개한다.

 

삼성 출신은 어디에 데려다놔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되도록 교육받는다. 저자는 다른 기업들 역시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삼성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삼성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저자는 삼성출신이 어디에서나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 “조직인으로 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 “삼성은 조직에 충성하도록 끝없이 교육하는 벽돌공장으로, 돌맹이는 따로 존재할 수 있지만 이미 건축물에 들어간 벽돌은 그곳에서 있어야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한다”며 “다른 조직에서도 이런 반듯한 벽돌을 구해다가 자기 건축물을 메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삼성 출신을 선호하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조직력을 강조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아무리 자유롭고 개방적인 기업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직원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갈수록 개인화·파편화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생존보다는 나의 삶, 나의 미래를 먼저 앞세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삼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저자는 공정한 인사시스템, 청결한 조직구조, 강한 교육 등을 주요 비결로 제시한다. 각 부문 책임자가 참여하는 인사관리위원회 운영, ‘신상필벌’의 원칙, 체계적이고 정교한 교육시스템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내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전하고 있는 ‘삼성맨’의 강점은 책임감, 충성심, 청렴성, 도덕성, 희생정신, 열정, 도전의지, 규율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정적’ 요인으로 보이는 내용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오너들이 원하는 전문 CEO의 기본 요건 중에 ‘조건없는 충성심’은 1순위임이 분명하다”라는 대목이 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삼성 출신의 ‘책임감’이다. 삼성출신은 목표가 정해지면 당연히 달성해야 하는 것이고,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 변명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에서는 목표를 결코 안일하게 설정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지도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겨우 이룰 수 있는 정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 직원이 달성을 위해 매진하는 것은 누구든지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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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아, 고맙다 -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성공멘토 이지성, 결핍과 상처로 얼룩진 20대를 고백한다.
이지성 지음, 유별남 그림 / 홍익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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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왕으로 손꼽는 솔로몬은 “우리의 년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시 90:10)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짧다. 그리고 세월의 더께가 입혀질수록 그 시간은 점점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걸어온 세월을 돌아보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 참 잘 살았소’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은 그 사람대로, 한 많고 모진 시간을 지나온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미련과 후회, 아쉬움은 누구나 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하루하루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는 탄식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하는데 이 책 <인생아, 고맙다>가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며 이 시대 청춘들의 멘토가 된 이지성이 결핍과 상실, 방황과 고독으로 얼룩졌던 자신의 20대를 고백하는 자전적 포토에세이다. 저자의 막막했던 20대 시절, 그때의 고단했던 삶을 깊은 인문적 통찰과 솔직담백한 감성으로 버무려냈다. 저자는 궁핍할수록, 남루할수록 “인생아, 고맙다”라고 크게 외치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대 초반에 아버지의 권유로 교육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채 원하지 않는 삶의 행로를 걸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꿈으로 인해 상처받아도, 진정으로 갈망하는 세계가 있었기에 도서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꿈을 향해 달려갔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지옥같은 인생길을 걷던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천국과 지옥이 죽음 이후의 세계는 물론이고, 오늘의 내 마음속에도 존재함을.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인생에게 고마워하기 시작했던 것은,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하기 시작했던 것은. 절대로 고마워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내 인생길 위로 고마운 사람들과 감사한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주변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나를 멀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배신감을 가질 수도 있고, 세상을 살고 싶지 않을 만큼 세상이 미워지고 저주스럽기 까지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때 가져야 할 감정은 오히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만일 그들이 계속 내 곁에 머무른다면, 나 자신을 만날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인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떠난 것은 사람의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어떤 운명의 섭리에 의해 나를 떠난 것이다.

 

저자는 “그러니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라. 두 눈 위로 오직 눈물만이 흐르더라도 웃으면서 앞으로 달려가라. 절대로 주저앉지 마라. 현재를 보지 말고 미래를 보라. 당신의 모든 꿈이 이루어진 미래를 믿어라. 그러면 언젠가 기적이 나타난다. 암울한 인생이 눈부신 인생으로 바뀐다.”(p.261)고 강조한다.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많은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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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가연 컬처클래식 6
황라현 지음, 김기덕 / 가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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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피에타’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칸, 베니스 중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계에 놀라운 소식이었다.

 

‘피에타’는 돈 중심의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증오로 파멸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의 잔인한 자화상에 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미술양식을 통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드러난 성모 마리아의 감정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겪는 상실의 고통에 은유 되어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공감의 대상이 되었으며, 미켈란젤로, 들라크루아, 고흐 등 세기의 예술가에 의해 재탄생 되어 왔다.

 

고리대금업자를 대신해서 청계천 골목에 가까스로 살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신체포기각서를 내세워 보험금을 타내는 강도(이정진)는 ‘무자비’하게 자기 일을 해나간다. 그런 강도 앞에 갑자기 자기를 ‘엄마’(조민수)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때리고 내쫓고 학대하지만 그녀는 자기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한다. 강도가 ‘엄마’를 받아들일 때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버린다. 자기가 괴롭힌 채무자들 중의 누군가가 ‘엄마’를 납치했을 것이라고 믿은 강도는 자신의 채무자들을 찾아다니며 ‘자비’를 호소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그를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소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자본주의 세계를 말하면서 돈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현대사회 안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는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가짜’ 엄마가 나타나서 강도의 ‘엄마’라는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것이 모두 채워졌을 때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의 자리가 다시 원래의 빈자리가 되자 강도는 비로소 이 공백의 실존을 긍정한다. 물론 그 긍정은 자기의 ‘존재한 적이 없는’ 일부를 잘라내는 고통이다.

 

‘피에타’는 인간 사회의 본질을 들춰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자본주의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다. 영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고독한 싸움 끝에서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피에타’의 특징은 주인공들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쁜 남자>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말은 <비몽>에 이르면서 무의미한 것이 되어갔다. 하지만 <피에타>는 갑자기 되돌아와 우리 모두에게 말을 한다. 세상 속으로의 혀의 활동. 말이 아니라면 어떻게 상대방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극단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이 상처받은 분들에게 치유 약이 되리라 믿고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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