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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우 100인의 독백 ㅣ 모노스토리 시즌 1
서울연극협회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인간이 뱉어내는 언어 중에서 독백만큼 절실하고 내밀한 언어는 없을 것이다. 독백은 한마디로 한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같은 언어이다. 때론 영화, 연극,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내뱉거나 중얼거리는 한 마디 독백은 전체의 내용을 뒤흔들어 버릴 만큼 강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는다.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100인이 들려주는 독백은 어떨까. 이 책에 수록한 독백들은 배우 자신의 감수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기초연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서울연극협회가 제 33회 서울연극제를 맞아 100명의 배우가 나서 지금껏 출연했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독백 대사,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도록 한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 1’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모노스토리’는 독백을 뜻하는 모놀로그와 인생사의 합성어로 독백과 이야기를 합친 새로운 공연 형식. 권병길, 권성덕, 남명렬, 오현경, 박정자, 박웅, 이남희, 길해연, 오광록, 이호성씨 등 무게감 있는 배우 40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배우들의 진솔한 독백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박정자는 “그날 밤, 전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습니다”로 시작되는 의사 다이사트의 독백을, 길해연은 ‘빌어먹을 놈의 마티스는 왜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나를 표절화가로 만들어 놓는가’라는 경주(‘돐날’)의 대사를 들려준다. ‘모노스토리’는 향후 시즌 2로 이어져 100명을 채울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여덟 번의 공연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공연하는 배우들의 사진과 그들이 사랑한 독백, 그리고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들려주었던 인생 이야기까지 전해 준다. 이 책을 읽는 자들은 무대 위의 빛나는 주인공이 아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모습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일은 “배우로 산다는 것. 어쩌면 늘 자신을 버려야 하는 작업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내 고집과 욕심과 습관을 버리고, 언제든 새로운 인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를 잘 비워 놔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어떤 감정이 날 짓누르든지 감당해내고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오광록은 “글을 쓴다는 것은 배우에게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호흡을 갖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글자마다 행간마다 자신의 생각과 호흡을 느끼면서 쓴다면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앵무새처럼 주어진 대본을 그대로 읽기만 하는 것이 배우라면 연기가 왜 힘들겠나. 배우들마다 각자의 숨과 리듬, 생각, 호흡 등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대사를 선보이는 것, 그것이 배우가 할 일이고 진정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대본을 바탕으로 또 다른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 그가 바로 배우다.”라고 한다.
박정자는 “관객이 없는 무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관객에게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하는 배우 역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만큼 배우와 관객은 예민한 관계이자 굉장히 밀접한 사이이다. 하지만 나는 무대 위에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준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몫이지, 배우가 강요해서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