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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내 사랑 1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햇볕이 뜨거운 여름의 계절이 돌아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세계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어리기만 한 아이들을 밤잠에 이르지 못하도록 만드는 공포의 도가니의 주인공... 드라큘라 백작.
썩어가는 시체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검은 지하실의 관 속에 누워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그... 소름끼치도록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그의 입가에는 아직까지 촉촉함이 묻어나는 핏방울들이 흐르고 있다. 젊음을 되찾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불로불사의 기운을 얻기 위해 젊은 여성들의 피를 소유해야만 하는 그...
영화필름의 어두운 장면 속에 괴기스러운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게 된 순간, 누구라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고통과 입속이 타들어가는 비명을 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찌하여 그는 사람들 사이에 그토록 무서운 존재로 남아 괴기소설이나 헐리웃 영화에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때 루마니아 지방을 통치했었던 성주이고 장수였던 그가 중세 암흑기의 루마니아 역사에 가장 극한의 잔인성을 보여주었다고 하는 오해 때문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실제 이름은 원래 ‘블라드 쩨페쉬‘였고 ’드라큘’은 그의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중세 시대 유럽지역에 수없이 이어지던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에 맞서 전쟁에 나갔던 아버지는 전장에서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고, 그 후 블라드는 아버지의 복수를 굳게 맹세하며 ‘드랴큘라’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쟁에 참여해 오스만투르크를 무찌르레 된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의 전쟁영웅으로까지 칭송받았던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루마니아 정부는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드라큘라를 위한 사적지로까지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세의 황폐했던 유럽사회에서 드라큘라와 정치적 사상을 달리했던 ‘코르비누스’의 계략에 의해 드라큘라에게는 악명이 씌워지기 시작했다. 창에 사람을 꿰어 죽이고, 사람을 불태우는 장면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등... 그에 대한 왜곡된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고, 종국에는 인간의 피를 마시는 흡혈귀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 것이다.
이토록 억울한 사연의 주인공이 된 드라큘라 백작은 역사적 고서들에 남아있는 흔적 그대로 현대인들의 손에 다시 부활하게 되어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인간괴물의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1897년 ‘브람 스토커’라는 영국의 소설가에 의해 최초로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공포물이 탄생하였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드라큘라의 이미지는 1900년대에 많은 영화나 무대 혹은 또 다른 소설들 속에 출현하면서 괴기스러움과 잔혹함, 그리고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비인간적인 극한의 추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로 그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2012년, 드디어 드라큘라는 미국의 소설가 ‘시리 제임스’에 의해 새로운 존재로서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Dracula, My Love’ 라는 제목에서도 한 눈에 알 수 있듯이, 절대적 신이 인간에게 선사해 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촉발의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한낱 괴수에 불과했던 드라큘라 에게 ‘사랑’의 감정을 부여해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그래서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서 거듭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드라큘라를 강렬한 매력의 소유자로 그려냄으로서, 소설을 읽어가는 여성독자들 역시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여주인공 ‘미나’의 감정을 그대로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내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놓은 이 감정은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지만’라고 고백하는 미나를 통해 더 이상 드라큘라를 두려운 존재로만 여겨지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를 사랑하고 동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1권에서는 드라큘라와 미나 사이의 중세기적 우아한 로맨스가 왠지 끝모를 위험함을 향해 치닫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에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 읽는 내내 죽음과 사랑을 넘나드는 공포스러운 비밀들이 고전의 분위기 속에 녹아들어 있다.
‘검은색을 입고 결혼하면 다시 되돌아가고 싶어지게 되리니’
‘조너선 하커’와의 결혼을 앞 둔 미나에게 친구가 읊어 준 시의 구절이다.
영혼을 버린채 고통스럽게 생을 살아야만 하는 드라큘라. 하지만 그 어느 인간보다도 순결한 사랑을 갈구하는 그 이기에 스토리는 공포에서 벗어나 또한 더 없이 슬프기도 하다. 오직 드라큘라의 사랑을 내밀하게 갈망하는 미나와의 로맨스는 과연 어떻게 전개가 될지 2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