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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섹스 - 생명은 어떻게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가?
도리언 세이건 & 타일러 볼크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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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 봄엔 나무에 싹이 나고, 여름엔 나무에 잎이 무성하고, 가을엔 낙엽이 지고, 그리고 겨울엔 벌거벗은 나뭇가지만이 남는다. 사계절의 자연현상을 빗대어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고 황혼기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말하기도 한다. 아무도 이 자연의 섭리를 부정하지 않으며, ‘진리’로 받아들인다.
이 책은 생물학자인 볼크와 역사학자인 세이건이 각각 죽음과 섹스에 관해 쓴 글을 한 권으로 묶어낸 것이다. 볼크는 ‘죽음’ 편에서 세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생명 연장에 도움을 주는 생물학 원리, 죽음에 대한 문화적 고찰 등을 통해 죽음이 “인간적 본질인 동시에 인류의 진화적 본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부딪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문제는 별로 숙고하지 않는다. 사실 죽음에 문제보다 인생에서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는 없다. 죽음을 잘 준비한 사람만이 인생을 잘 준비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죽음의 몇 가지 보편 특성들을 공유한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도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포함된다. 그밖에도 우리의 심리적, 문화적 진화의 기반에서 또는 생물학적 진화의 가장 깊은 뿌리에서 생겨난 공통의 특징들이 포함된다. 이 공통의 특징들은 인간 종으로 끝나지 않는다. 살아 있을 때뿐 아니라 죽었을 때에도 우리는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더 큰 질서를 이룬다는 것을 과학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하는 것은 바로 섹스이다. 어떤 매력적이고 황홀한 섹스 파트너와 오직 한 번의 멋진 섹스를 나누었다면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감성적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왜 섹스를 하는가? ‘섹스’에서 도리언 세이건은 “섹스는 성별, 쾌락, 혼합, 생식기, 그리고 아나이스 닌이 쓴 것처럼 ‘여자의 혀 남자의 귀두’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섹스는 항상 유전자 재조합 댄스로 귀결된다.
도리언 세이건은 인류의 가장 강박적인 주제를 과학, 철학, 문학을 무대 삼아 유쾌하고, 건방지고, 유익한 유희를 펼친다. ‘섹스’는 마르키 드 사드와 시몬느 드 보바르 같은 유명인들의 삶과 사상을 다룬 외설적인 글들을 진화생물학과 연결시킨다. 저자는 동물의 생식기, 정자 경쟁, 벌거벗음과 누드의 차이, 언어의 기원, 배란, 사랑과 외로움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주제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섹스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왜?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도리언 세이건은 우리를 유혹하는 에피소드에서부터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하나씩 전해준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가다가 보면 힘겹게 오른 산 정상에서 마운틴 듀를 마셨을 때의 그 개운한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