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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 엉터리 전문가 미래 예측 열혈 추종자들의 이중 심리 파헤치기
댄 가드너 지음, 이경식 옮김 / 생각연구소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1929년 주가가 대폭락하기 불과 며칠 전, “주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고원지대에 진입했다”라고 예언했다. 10월 21일에는 주가가 ‘미세조정을 거치면서’ 더 오를 것이라 단언하고, 실질가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 검은 월요일, 주가는 대폭락해 미국은 대공황을 맞았고, 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역시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미국 주식시장의 이 충격이 런던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곧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공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었다.
1968년 미국 생물학자 폴 에를리히는 인구폭발 때문에 ‘70년대 수억 명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치솟는 유가가 미국 경제를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고, 90년 프랑스 금융 전문가 자크 아탈리는 21세기 세계 최강대국은 일본과 유럽이라고 장담했다. 2000년에는 화성을 여행하고, 하늘에는 인공달이 떠있을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이대로 계속 석유를 소비한다면 1980년대 말에는 모든 석유가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2002년과 2012년 사이에 소련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21세기 초가 되면 일본과 유럽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이다.” “Y2K는 인류 문명을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이 모든 예측들이 맞지 않고 얼마나 틀렸는지, 지금 우리는 안다. 많은 나라가 인구폭발 대신 저출산으로 고민하고, 80년대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고, 90년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시대로 진입했다. 화성은 여전히 먼 우주이고, 두 개의 달은 판타지 소설에나 등장할 상상이다. 내놓을 때마다 틀리면서, 그래도 꾸준히 계속하는 것. 유가 예측이다. 70년대 석유 파동이 낳은 석유 종말론은 80년대 저유가 시대로 이어졌다. 2008년 상반기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을 때 전문가들은 ‘200달러 돌파’를 떠들었지만, 그해 말 유가는 배럴당 33달러까지 떨어졌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인간은 세계적인 미래 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의 예측에 의존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측이 틀렸다는 사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흐지부지 묻히고 만다. 왜 전문가들은 이처럼 틀린 예측을 늘어놓고 사람들은 틀린 예측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댄 가드너는 인지심리학, 정치학, 행동경제학을 동원해 이런 현상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리고 저자는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 인간적 욕망을 더욱 잘 이해하자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앞으로 북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앞으로 북한 내부 정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들어놨던 아들로의 3대 세습이 안착될지, 권력투쟁이 일어날지에 대해 장례시기 이후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2012년이 다가온다. 한 달 뒤, 1년 뒤, 10년 뒤 내 삶은 어찌될까. 미래는 궁금하고, 불확실성의 어둠 속에서 인간은 불안하다. 그래서 인간은 알고 싶고, 묻고 싶어한다.그래서 저자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물어야 하고 답해야 한다면, 의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