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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크로싱 - 99명의 거장에게서 발견한 생각의 연금술
이명옥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최근 뉴스나 기업 CEO들의 대화에서 심심치 않게 ‘융합’이라는 단어가 오간다. 기업에서는 창조성 있는 ‘융합형 인재’를 찾고, 대학에서는 ‘글로벌융합학부’ ‘크로스오버 교육’ 등을 말하며 융합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야흐로 융합 전성시대이다. ‘융합’이란 개념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산업이나 기술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융합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일상생활의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휴대전화기를 보더라도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의사소통에 필요한 딱딱한 기계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다양한 IT기술과 융합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보고, 듣고, 즐기고, 느끼는 정말 똑똑한 디지털 기기로 변화되었다. 학문과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업무나 일상에서도 융합적 사고는 매우 필요하다.
한국 ‘예술계의 콘텐츠 킬러’라 불리는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학문이나 기술을 섞어 가치를 창조하는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남과 다른 생각으로 틀을 깨는 작품을 탄생시킨 “피카소, 고흐, 마네 등 미술계의 거장들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내 것과 네 것을 섞는 하이브리드형,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얼리어댑터형, 일상과 창조를 하나로 만든 발명가형, 경험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체험형, 다양한 재능과 노력을 자랑한 멀티플레이어형, 몰입을 통해 창조적 작업을 완성시킨 연구자형, 감각과 감각을 넘나드는 크로스 공감각형, 너와 나를 통한 협업형이 그것이다. 유형별로 예술가들이 융합적 사고를 하게 된 배경과 최초의 발상을 작품에 어떻게 반영했고 또 후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독자들은 일상에서 이들을 통해 어떻게 융합형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거장들의 그림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융합형 인재들이 갖춘 비밀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하이브리드형 예술가에서는 고흐와 호쿠사이, 들라크루아와 에셔, 고갱, 보쉬와 기거 등을 소개한다. 2장 얼리 어답터형 예술가에서는 베르메르와 조선의 이명기, 엘스하이머와 티에폴로, 백남준과 뉴미디어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3장 발명가형 예술가에서는 아르침볼도, 달리, 마그리트, 칼더, 워홀 등을 소개한다. 4장 체험형 예술가에서는 미켈란젤로, 터너, 모네, 로트렉, 도미에 등을 소개한다.
5장 멀티플레이형 예술가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뒤러, 피카소 등을 소개한다. 6장 연구자형 예술가에서는 원근법에 매진한 프란체스카, '오로지 작업만'을 외치며 그림에 몰두한 세잔, 종교와 비견될 만한 자세로 예술을 대하던 몬드리안 등을 소개한다. 7장 공감각형 예술가들에서는 눈이 아닌 귀, 손, 입으로 보는 독특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8장 협업형 예술가에서는 타인과의 융합을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부분에서는 각자 따로 진행하지만 형태나 색채, 설치 방법, 기술적인 면 등은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 책을 통해 미술사 거장들이 융합형 인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술,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도 예술가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