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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산다는 것 - 플러스 에디션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혹은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키가 자라고, 신체가 발달하고, 손발이 커지고, 대부분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기도 한다. ‘조그마하던 네가 이렇게 컸구나’ 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쉽다. 자라나는 것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라났다고 해서, 사회가 규정한 청소년 나이를 벗어났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릴 적엔 빨리 어른이 되길 누구보다 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어린 처지가 싫었다. 조금 더 자랐을 적엔 부모의 간섭이 싫었고, 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게 되는 것이 어른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나이로 보면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지금 나의 모습이 ‘어른의 모습’이라면 좀 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정신분석 전문의이자 작가인 저자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의 짐을 자기가 들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쉽게 애기하면 나잇값을 하는 것”이라며 “나잇값은 책임의 문제이며 자기 인생, 주변 사람을 책임만 질 수 있다면 나잇값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여자 나이와 남자 나이는 각각 ‘감정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마찰이 발생하니 서로를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즉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며 호기심을 갖고 상대는 나하고 다른 사람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활 속의 작고 작은 일들이 신기하고 새로워서 견딜 수 없었던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어느 새 너무나 익숙하게 어른이라는 것이 되어서 늘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작은 즐거움들도 작은 놀라움들도 그저 그런 당연함 속에 뭉뚱그려져 버린다. 매일매일 떠오르는 태양의 상쾌함도 하루하루 건강하게 움직이는 자신에 대한 고마움도 잊은 채 살아간다. 이렇게 지루하게 살게 될 줄이야 하며 한탄해도 소용없다. 문득 생각건대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손해 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선과 악을 비롯한 다양한 힘들을 적절히 조절하고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안팎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상대를 보호하면서, 세상을 좀 더 재미있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실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쉽게 읽히고 공감도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는 잃는 것이 더 많다. 젊음, 탄력, 검은 머리, 체력, 건강, 열정, 성 기능, 직업, 경제적 능력, 사별로 인한 친구와 배우자 상실, 기억력, 염치, 남아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많아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이, 자손, 주름살, 뱃살, 검버섯, 고집, 지혜, 연륜, 잔소리, 격정, 회한, 먼지만 쌓여가는 낡은 기억들, 버려야 할 가구나 옷가지, 외로움 등이다.
저자는 “자기 안의 상처 받은 아이를 바로 나 자신의 사랑으로 감싸주자”며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결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이 제2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자들이 이 책을 읽고 더욱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