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리학으로 보는 로마인 이야기
강현식 지음 / 살림 / 2011년 3월
평점 :
그동안 여러 나라들을 여행한 중에 잊을 수 없는 곳은 로마이다. 티베레강 하류에 접해 있는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로 7개의 언덕을 중심으로 발전한 ‘영원의 도시’이다. 로마는 일찍이 로마시대부터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시대를 지내면서 유럽 문명의 발상지로 발전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는 격언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역사적인 유산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다. 또한 고대부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육지, 수상 교통의 중심지로 로마를 기점으로 이탈리아의 모든 교통이 발달되어 있었다. 도시국가로 출발한 로마는 보편제국으로 성장했다. 동쪽으로는 헬레니즘 문화권의 소아시아 지역과 유대, 남쪽으로는 이집트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서쪽으로는 스페인, 북쪽으로는 영국까지 이르렀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던 로마를 여행할 수 있엇던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로마는 처음에 그리스도인을 박해했지만, 313년 콘스탄티누스 1세는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를 인정해 주었고, 392년 테오도시우스 1세는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인정했다. 지금도 카톨릭교회의 중심은 로마 시내에 바티칸 공국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그 안에는 교황이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소설이 나오고, 로마를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와 각종 저술들이 쏟아진다. 생각해 보면, 오늘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주요 이유도 바로 로마시대의 건축물과 유적 때문이다. 이렇게 로마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왔고, 또 여전히 받고 있다는 것은 로마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천 년 제국 로마사의 시작점에 로마인들이 남긴 남다른 건국 신화인 로물루스 신화와 아이네아스 신화와 로마제국에 화려한 번영의 기초를 제공한 공화정의 모든 것, 로마의 자존심이었던 군대와 전쟁, 그리고 제국 내부에서 불거진 진보와 보수로 살펴보는 갈등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로마가 보편제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로마의 시스템을 중심으로 읽어 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신화 속에서 캐낸 로마의 뿌리’에서는 로마의 건국을 이해하기 위하여 아이네스 신화와 로물루스 두 신화를 다룬다. 건국 신화에는 로마인들의 생각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들어 있다. 2장 ‘로마를 번영으로 이끈 공화정의 모든 것’에는 로마를 융성하게 만들었던 기초인 공화정이라는 제도를 주제로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공화정의 장단점, 로마를 떠받친 거대한 상징, 원로원과 시민, 특히 이 정치제도가 진가를 발휘했던 포에니전쟁을 다루었다. 3장 ‘강대국 로마의 자신감, 전쟁’에서는 로마의 군대가 대륙을 장악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실험으로 알아보는 집단 내 갈등과 대립, 적을 동화시키는 방법과 끊임없는 변화로 승리를 만들어 낸 심리학적 이유를 살펴본다. 4장 ‘진보와 보수로 살펴보는 갈등의 심리학’에서는 공화정 말기의 극심해진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사회불안, 그 속에 숨어 있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심리적 갈등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 같았다. 축복받은 천 년 제국 로마의 영광을 만든 마음의 비밀을 심리학으로 밝혀낸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