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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책을 좋아해서 책에 대한 소식들을 이러저러하게 귀동냥으로라도 많이 접하다보니, 귀에 익은 어디선가 많이 본 책들은 분명 내가 잘 몰랐을지라도 아주 유명한 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도 내게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었으나 분명 어딘가에서 아주 많이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 말하는 것을 들으며, 아, 뒤늦게라도 읽어봐야할 책이구나 싶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디스 파지터(엘리스 피터스)는 움베르토 에코가 큰 영향을 받았다 고백한 작가이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의 배경이 슈롭셔주 슈루즈베리로 나오는데 저자분이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곳 역시 영국 슈롭셔주였다고 한다.
저자분은 여자분이었는데 약국에서 조수로 일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해군으로 참전한 경험도 있었다한다. 이러한 이력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하였는데, 책 속의 주인공이자 이 시리즈를 이끌어나가는 중요 핵심인물인 캐드펠 수사 역시 처음부터 수사였던게 아니고 젊었을때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이었다라는 배경으로 설정이 되어있었다. 작가분의 인생을 꿰뚫는 경험과 안목을 주인공에게도 자연스레 투영한 것이 엿보였다.
소설이라는 것이 아예 100% 허구일수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아는 내용들을 써내려가는 것이 정말 더욱 더 현실적이고 믿음있게 와닿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작가의 글이 더욱 매력적이고 현실적으로 와닿는 것이구나 싶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로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캐드펠 수사가 세상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인사건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리소설 시리즈라고 한다. 시리즈 원작 완간 30년을 기념하여 이번 개정판이 나왔고 스무권의 장편소설에 더해 국내 초역 단편소설집인 특이한 베네딕토회가 추가로 포함되었다고 한다. 얼핏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지만 캐드펠 수사는 종교적이라기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며 친근하기까지 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라고 한다.
1권이 아닌 13권이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각각 독자적으로 씌여있어서 따로 읽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고, 다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배경인물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1권부터 차례로 읽었더라면 좀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었겠다란 생각은 들었다. 그럼에도 이야기 주요 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에 하나의 독자적인 사건을 읽는 이야기로써는 순서가 바뀌어도 아무 상관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TV시리즈 캐드펠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라고 한다.
장미 나무 아래의 죽음이라는 이 책의 중요 내용은 이러하였다.
주디스 펄은 25살 남짓의 아주 젊은 미망인이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뱃속의 아이를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떠나보내고,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리자 행복하게 살았던 그들의 집을 수도원에 기증하고, 다만 일년에 한번씩 그 집의 백장미나무에서 핀 장미꽃 한 송이씩만을 보내달라는 요구 단 하나만 하였다.
집을 기증하고도 워낙 그녀가 소유한 재산과 사업이 있었기에 아직 젊고 우아한데다 부유하기까지 한 주디스를 아내로 맞고 싶어하는 마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갖다줘야할 장미나무 아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녀에게 매년 장미꽃을 갖다 주던 젊은 수사가 살해당한것이었다. 충격에 빠졌던 주디스 역시 납치를 당하고, 얼마 후 그녀의 밑에서 일하던 젊고 잘생긴 버트레드마저 익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미 수도원에 기증한 집과 땅이었지만 일년에 한번 연세처럼 갖다 주기로 약속한 백장미나무를 해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그와 연루된 살인사건까지 발생을 하고, 그녀가 납치되기까지 이른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꼼꼼히 살피는 캐드펠 수사의 통찰력으로 이것저것 얽히고 설켰던 실타래들이 하나둘 풀려나가는 이야기였다.
와, 사람들이 이 역사미스터리 시리즈를 왜 좋아하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던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1977년에 시작되고, 이 작품만 해도 1986년에 나온 작품이라는데, 40여년전에 쓰여진 작품임에도 여전히 인간 군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은 그대로 살아있어서 현대에 보아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제 단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한권만으로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느낌이라니. 앞으로 읽을 책들이 20권이나 더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지나치게 자극적인 스릴러, 미스터리에 익숙해있었지만, 그에 비하면 훨씬 담담하게 풀려나가는 듯한 이야기들인데도 더욱 재미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시리즈만의 매력인 것이로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