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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큰 라라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17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음, 김경미 옮김, 정승희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월
절판

엄청나게 큰 라라의 표지만 보고서는 정말 걸리버와 소인국의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인 환상에서 온 아이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엄청나게 큰 라라는 환타지 속의 아이가 아닌 지극히 현실의 아이였다. 다만 그의 체구가 아니라 그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뛰어난 능력만큼은 라라의 체격보다도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특별한 존재였다. 마치 현실에 없는 아이처럼...
엄청나게 큰 라라.
라라의 이야기지만, 글의 시작은 래니라는 다른 아이의 작문을 통해 나타난다.
래니는 그저 평범하고, 말라깽이이면서 특별히 더 친한 친구도 없고, 싸움대장인 세 오빠와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였다. 작은 마음 속에 배우가 되길 희망하며 스미스 선생님의 지도 하에 <등장인물, 발단, 각인, 악역, 배경, 대화, 대립, 주변인물, 갈등, 긴장, 위기, 반전, 세부 내용, 전환, 상승, 절정, 초절정, 대단원> 이라는 구성으로 글을 써내려간..평범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이렇게 작문 시간에 배웠을 너무나 딱 떨어지는 구성에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게 맞춰 들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이 바로 이 동화를 쓴 댄디 데일리 맥콜 님의 능력이겠지만 말이다.
이야기를 다 완성하고 읽고 나니 래니는 더이상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래니의 글 속의 주인공인 라라 역시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보통의 초등학생들이 워낙 개구지고 장난기가 많아서 특별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쉽게 놀리고 괴롭히기 일쑤인건 잘 알았지만..
단지 남들보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라라가 겪는 수모는 래니가 많이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는 정도였다.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해도 이건 정말 심했어 의 수준. 사건의 주축이 된 조이라는 남자아이 뿐만 아니라 오만하게 배우를 꿈꾸나 배우로서의 재주는 정작 부족했던 매디라는 여자아이 역시 다른 사람을 놀리는데는 참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라라는 보통 아이들보다 많이 체격이 큰.. 그러니까 래니 눈에 150kg 정도로 돼 보이고, 문에 끼거나 의자, 책상을 따로 주문해야 할정도로 눈에 띄는 아이였다. 하지만, 라라는 놀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항상 먼저 웃어주고, 칭찬을 해주고..그리고 모든 일을 시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재주를 지녔다. 연극의 여주인공을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연기도 잘했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문제가 되었던 그녀의 체격.
다른 반 선생님조차 그녀의 능력보다 체격을 핑계삼아 다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라라의 있는 그대로의 재능을 살려주고 싶었던 스미스 선생님이 라라가 흘릴 눈물을 대신 흘렸다.
라라와 래니, 래니와 라라.
래니는 라라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나 라라 곁에 있으면 같이 놀림감, 따돌림감이 될까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그러나 라라는 래니에게 연기를 하는 좋은 충고를 해주고, 항상 따뜻한 말들을 해주고..
래니 역시 서서히 라라에게 마음이 열려가는 자신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책에 다 옮겨 적기도 힘들겠다는 조이와 그 일당들의 심한 악행, (가장 심한 것은 초절정에 나타나지만 말이다.) 이 많이 생략되었고, 또 래니가 이 사건들을 래니만의 귀여운 시선과 묘사로 표현해 내서 사실 어두울 수 있었던 따돌림의 이야기가 다행히 재미있게 읽혀질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친구를 놀리고 괴롭히는게 얼마나 못된 행동이고, 스스로의 얼굴을 붉히는 잘못인지..
친구가 떠나는 게 아니라 친구를 죽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성할 일들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동화로써 미리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웃으며 읽었지만, 아이들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동화 <엄청나게 큰 라라>이다.
엄청나게 큰 라라. 조이가 놀려댄 별명이었지만.. 동화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알아야 했던 건..라라가 큰 건 체구만이 아니라 그녀의 바다와도 같은 넓은 마음이었다는 것,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용서하는 그녀의 천사같은 마음이야 말로 그녀가 크다는 증거라는 것을 말이다.
라라와의 대화 중에 래니가 표현했던 부분.그리고 정말 동화를 읽으며 푸하하 터져 나오는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 래니의 표현들.. 그중의 몇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순간 나는 라라가 시 한 구절로 나를 후려치려고 하는 줄 알았다. 109p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조이가 무언가 일을 꾸몄다는 것에 둘째 오빠의 눈을 걸겠다. 그 애는 왠지 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처럼 보였다. 16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