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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못된 놀이 - 따돌림 ㅣ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27
김경옥 지음, 문채영 그림 / 소담주니어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어쩜 글 내용에 이렇게 딱 맞게 그림을 그렸는지.
거만하게 마녀 모자위에 올라앉아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은 그에 맞춰 움직이면서 자기들 뜻에 안 맞는 친구들을 괴롭힌다. 마녀의 못된 놀이.
스스로 못된 마녀가 되기로 자청한 성격 강한 아이 효정이가 친구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왕따를 주도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남자아이들 사이에도 왕따가 있다지만 사실 여자아이들 사이의 문제가 좀더 치밀하고 못됐다고 해야할까? 그런 느낌이다. 아무래도 어릴땐 뭐가뭔지 모르고 그냥 마구 뛰어놀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남자아이들(세심한 심리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어려서부터도 워낙 몰려다니길 좋아하고, 작은 말에 쉽게 상처받고 또 상처주기도 하는 등 남자아이들과 다른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딸을 키우는 친구들이 이런데 더욱 민감하다. 사실 나도 아들이긴 하지만 순한 성격이 마음에 걸리는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아뭏든 새학년이 되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어린 아이들 답게 대부분 쭈볏거리고 어색하게 소개하지만 효정이는 달랐다. 웨이브 댄스를 추며 여성 CEO가 되고 싶다고 소개한 효정이는 정말 멋있었다. 얌전하게 공부 잘하는 나리는 그런 효정이와 가까워지기가 영 어색하고 힘들어보였지만 자리가 근처라 금새 효정이파(?)에 어울리고 말았다. 게다가 효정이는 그렇게 친구 넷을 엮어서 마녀 사총사를 제안한다. 친구들이 마녀의 어감이 나쁘다고 좋은 말을 붙이자 해도 효정이가 딱 잘라 말을 하고 대장처럼 군림하는데 반기를 들 여지가 없었다.
MSG가 든 과자의 매력처럼 아이들은 그렇게 효정이에게 이끌려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나쁜 행동도 하고, 효정이가 지목한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하는등, 양심의 거리낌이 조금씩 사라지며 그렇게 효정이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따라하는 행동들이 늘어났다.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다고, 걱정된 엄마가 데리러 온다 하시고 학원에도 가야한다 하니 효정이는 대놓고 나리에게 미친 공붓벌레라는둥, 재수없어라는둥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한다. 나리네 집에 놀러가서는 나리 엄마에게 딸 하나라고 너무 과보호하시는 것 같다는 어린애같지 않은 말을 하기도 한다. 일찍부터 되바라진 아이들이 있다는데 효정이가 딱 그짝이었다.

전학생 은애가 오면서 효정이와 붙어지내니, 나리는 자연스레 떨려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그 무리에 들어가야할것같아서 발버둥 치는 나리를 "개나리 꽃 따버려"라는 자기들만의 왕따만들기 암호를 붙여 밀어내버리니 결국 나리는 집에 와 힘들어 울어버리고 만다. 엄마도 그런 나리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친하게 지내자해도 아이들은 자기들의 왕따놀이에 심취해 다른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않는다. 애초에 그정도만큼의 우정이었으니..
마음이 아팠던 나리는 새로운 친구를 찾아나선다.
이미 한번씩 마녀들에게 상처받았던 아이들은 사실 마녀에게서 떨궈진 나리에게도 안좋은 감정이 있었다. 자기들이 뭐라고 우릴 괴롭혀? 하는 마음도 있었고 이미 마녀가 아닌 다른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뤄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중 착하고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던 현지와 친해지자 마녀들은 작심하고 나리까지 같이 놀려대지만 나리는 꿋꿋이 현지와 친구를 하기로 한다.
또래집단이란 지나고 보면 별게 아닐수 있지만 (잘 지내면 좋지만, 그거에 모든걸 다 얽매일 필요까지는 없는데도) 학창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그게 정말 전부처럼 느껴질수도 있다.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진다는걸 실감한 아이들은 더더욱 효정이 같은 아이 눈밖에 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변덕이 팥죽 끓듯 하고 다른 아이 상처 주기 좋아하는 아이가 언제까지도 왕으로만 군림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주동자가 피해자로 다시 그 화살 세례를 받는 경우도 다반사라 한다. 다만 그 위에 있는 아이는 그것을 모르고 있을뿐.
아이들의 단순한 잘못된 우정이라 말하기에는 저학년뿐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들에 이르기까지도 왕따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서 (그 학대를 참아내지 못한 아이가 자살을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을 하니)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아이 친구 문제가 예사로만 보이지 않는다. 좋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좋겠고, 이상한 아이에게 물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등등.
순수하고 맑았던 우리 어릴적의 동심 그대로 아이들이 맑게 자라났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너무 일찍 아이들이 나쁜 흉내를 많이 내는게 안타까운 느낌이다. 안 좋은 문화, 자극적인 문화 등의 영향인건지..
아이들 눈에 쉽게 띄고 말을 재미있게 잘하고 아이들을 주동해 뭔가 하기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자석처럼 아이들을 끄는 힘이 있다.그래서 아이들은 쉽게 그런 아이를 좋아하고 달라붙지만 대장처럼 군림하려는 성격때문에 언제까지도 아이들의 환심만을 살수도 없다는 것을 아직 어린 나이라 모르는 아이들이 다반사다. 다만, 언제까지도 자기는 그 위에 있을 거라 착각하고 다른 아이 괴롭히는데 거리낌이 없을뿐.
요즘 세상에 무조건 착한 마음만 갖고 살라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래도 아이의 순수함을 잊고 나쁜 데 쉽게 물드는 그런 아이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는 그게 정말 인생의 전부 같아도 지나고 나면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어른들의 충고가 진심어린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좀더 넓은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길. 어른들의 충고보다도 친구의 이야기같은 동화가 더 눈에 들어올수있기에 이런 책으로 아이들에게 작은 해답이라도 될수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