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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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죽었다. 2011년12월 19일 정오. 로 시작한 프롤로그는

김일성이 죽었다. 1994년 7월 9일 정오 북한의 조선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김일성 주석이 7월 8일 새벽 2시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라는 본문의 시작과 맞물린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분단 상태의 우리나라에게는 대대적인 사건이었을 이 두가지 사건의 시간대를 활용해서, 현재에서 과거로 훅~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이야기는 김정일, 김일성 등과 큰 관련이 없다. 다만, 그때 그 시절의 뉴스기사를 공감했던 때로 이야기를 되돌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나 또한 주인공들과 비슷한 연배여서, 김일성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정말 갑자기 전쟁이라도 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과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는 할까 싶은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고,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줄곧 셋이서만 섬처럼 어울렸던 친구들.

얼마전에 읽은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이라는 책이 동시에 생각이 났다.

구성은 다르지만, 그 책에서도 다른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단 둘이서 단짝처럼 지낸 소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의 세 친구는 소녀 둘, 소년 하나였다.

 

세미는 다단계 다이아몬드까지 올랐다가 사기혐의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엄마는 미국으로 도피를 하고, 부잣집아들이었던 아빠는 딸을 친가에 데려다 놓은 후 나몰라라 한채 도망가버렸다.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감옥같은 친가에서 그나마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철없는 부잣집 막내딸이었던 고모 한 명 뿐이었다. 고모만이 유일한 숨통같은 것이었달까.

 

준모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병 증세가 시작되면 의도하지 않은 욕설들이 입에서 튀어나오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준모에게 그런 증세가 시작된 계기가 참으로 무서웠다. 멀쩡했던 아이가 보이스카웃 캠프에 참여했다가 나쁜 형들의 성적인 장난으로 인해 지나친 수치심과 두려움을 안게 되었고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그 사건이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였기때문이었다. (요즘 세상은 정말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그를 자연스레 멀리 하게 되었고, 준모의 악화되어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온 세미와 지혜만이 준모가 뚜렛 증후군 때문이라며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하고 그렇게 준모를 지켜주게 되었다.

 

지혜는 숨어 지내길 간절히 지내는 타입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잘 나가는 교수 부부였지만 너무나 비상한 머리를 타고 태어난 지혜는 한번 본 것은 정확히 날짜와 시간, 그리고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다 기억하는 기억력을 갖고 있음에도 주목 받기 싫어서 일부러 시험 문제를 틀리기 위해 노력하는 (절대 주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싶은) 타입의 소녀였다. 다른 사람들은 지혜가 말수가 없는 아이로 알고 있으나 세미와 준모 앞에서만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을 늘어놓으며 수다를 떨곤 하였다.

 

이 셋을 엮어놓은 주된 아이는 세미였다. 세미는 사실 자기 자신의 가정사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할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자기 복잡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울기 좋아하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자란 철부지 아버지와 순진함이 지나쳐 사기와는 도통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엄마 사이에서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 세미.

 

세 아이의 성장 소설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서로의 시선에서 조금씩 빗겨가는 안타까움을 안고, 그렇게 제대로 표현해보지도 못한 채 흘러나왔다.

 

자신의 증세가 시작되어 정신없이 욕설을 내뱉어도 그게 욕인지 못알아듣게, 새로운 곳에 가서 살고 싶다던 준모

세미 못지않게 준모의 그 상황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넌 어디로 가는거야?"

내가 준모에게 물었다.

"덴마크, 일단은. xx (본문상의 욕설은 이하 x로 생략한다.)

덴마크.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나라. 내가 아는건 그게 거의 전부였다.

"왜 하필?"

"공주때문에. x같아."

그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인어공주?"

준모가 어이없다는 듯 커다랗게 웃었다.

그게 아니라 덴마크는 입헌 군주국인데 공주가 무척 예쁘다고 했다. 217p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했던 그 모든 시간.

그리고 안녕, 내 모든 것이라 말한 것은 그 소중했던 셋만의 그 시간들에 대한 안녕을 고한 말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보고 싶었고 그리웠을 친구들,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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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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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얼마전 읽은 <64>가 내겐 최초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요코야마 히데오 최고의 출세작이라 손꼽히는 문예 춘추 걸작 미스터리 1위, 일본 서점대상 2위 수상작. 클라이머즈 하이.

이 작품 역시 64처럼의 가벼운 소재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사건을 다룬 묵직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정말 그 두께에 불과하고 쉽사리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에 매료가 되었다.

 

64에서 경찰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번 클라이머즈 하이는 한 지방 신문사의 기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작가본인이 12년간 실제 기자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64와 이 작품 모두에 기자생활의 팽팽한 긴장감이 잘 담겨져 있었다.

 

1985년 실제 일어난 JAL123편의 추락사고, 그 사건을 다루게 된 한 지역 신문사 내의 기자들의 반응과 암투,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었다.

 

이미 동기들은 다들 승진을 하고 있는 때에 데스크 승진을 거부하며, 일선에서 일하는 신문 기자가 있었다. 유키라는 이름의 그는 젊은 신입 기자들에게는 다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는 과거에 후배 기자에게 제대로 취재를 요구했다가 뛰쳐 달려간 그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자 트라우마가 생겨 후배 기자와 같이 일을 하지 않고 홀로 일을 하는 독자노선을 고집하게 된 것뿐이었다.

기자로서의 로망, 현업에 있다는 것 등등도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우선은, 당장은 홀로 일하는 것이 편했다.

 

편모 슬하에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유키는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 역시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 준이 태어나자 최고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없었기에 아버지의 사랑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스스로 아들의 눈치를 보고, 사랑은 넘쳤으나 절제할 줄 모르는 방식으로 아들을 대해, 결국 아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지고 말았다. 그토록 바랬던 부자의 관계였건만, 그는 가족 관계에서도 실패한 아버지였다. 그런 그가 일에 몰두하고픈 지방 신문사에서도 사실 성실만을 무기로 일하는 데에는 다소간의 한계가 있었다. 이때 사내에 괴짜같았던 한 동료가 그에게 산행을 제안하고,안자이와의 산행을 자신도 모르게 즐기기 시작하였다. 다만 안자이가 이번에 오르자 한 산은 아무나 오르기 힘든 쓰이타테이와라는 산이었다. 군마현 경계에 솟은 일대 산중 가장 험한 암벽 봉우리로 1966년까지 무려 4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이었다. 이 산은 지금까지도 800명에 가까운 등반가를 죽음으로 내몬, 말 그대로 악마의 산이라 하였다.

 

안자이와 다음날 그 악마의 산에 오르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갑작스레 JAL기의 군마 현내의 추락사건이 터지고, 신문사에서는 과거의 명예를 뒤엎을 특종의 데스크로 유키를 지목하였다. 유키는 사건의 데스크가 되어 진두에 나서게 되고, 자연히 안자이와의 등산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가 특종 기사에 목매는 사이, 안자이는 산에 오르기도 전에 밤중의 약속으로 식물인간이 되어 발견되고, 그의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여러 의문점이 들었다.

 

또한 사건의 메인을 담당하는 유키라고는 하나, 윗선의 여러 압력들로 인해 자유로이 원하는 기사를 탑에 실을 수도, 지시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간다. 긴박한 상황이고, 사활을 걸고 취재해온 생생한 르포를 싣지 못한채 과거의 영예 속에 살아가려는 선배들의 더러운 암투에 그대로 가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 또한 그 영예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었으나 그는 현실을 다시 직시하려 한다. 꿰뚫고 판단하려 한다. 물론 그의 판단과 감이 인간의 것이기에 운이 좋은 쪽으로만 술술 풀리는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 운과 우연을 가장한 행운의 연속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그런 부분을 놓치고 통탄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굽힘없는 강직한 그의 모습은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올곧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진정한 키팅 선생을 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달까.

원래 묵직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코야마 히데오의 책을 두권 읽고 나니, 이런 사회파 소설도 괜찮다, 나도 읽을만한 책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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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ge’s ILLUSTRATION POSTCARD BOOK -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 북 munge’s INTERIOR ITEM BOOK series 3
munge(박상희)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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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북입니다.

엽서외에 다양한 일러스트 시리즈를 한번에 내놓으셨죠. 페이퍼북과 포스터 북도 함께요.

다른 제품들도 다 너무나 탐났지만, 사실 전 손재주가 다양하질 못해서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좋으면서, 손쉽게 편지 쓰기에 좋은 엽서북이 제게 적격이라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100장의 엽서들이 하나하나 다 쏙쏙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주된 주제가 커피라서, 커피를 늘 사랑하는 저와 너무나 잘 맞는 엽서였지요.

커피향이 생생히 살아나는 멋진 일러스트 엽서북이었답니다.



커피가 주된 주제라 카페, 혹은 커피 머신, 커피 내리는 도구 등을 다양하게 일러스트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토이 카메라에 대한 것도 있더라구요.

하나하나 너무 멋스럽고 예뻐서 보는 내내 무척이나 흡족했답니다.






엽서의 재질도 꽤 빳빳한 재질이라 일반 가느다란 도화지 엽서보다는 확실히 힘이 있어요.

세워서 잡아도 잘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요.




예전에 그림으로 집을 예쁘게 인테리어 도구 삼아 꾸미는 그런 책을 읽었었는데요.

예쁜 엽서나 잡지에서 오린 그림, 사진 등으로도 간단히 집의 느낌을 확 다르게 바꿔줄수 있더라구요

액자에 걸어넣어도 멋스럽고, 그냥 멋지게 벽에 이런 저런 느낌을 살려 붙여도 넘넘 예뻤어요.

그 책에서도 그렇게 활용하라며 준 멋진 사진, 그림 엽서들이 부록으로 들어있었는데.. 이 엽서북을 보니 그 책의 그런 상황과 내용들이 떠올랐어요.




신혼 부부들 집이나 서재의 나만의 공간, 혹은 부엌 냉장고 앞의 밋밋한 곳, 혹은 자취방에 포인트를 주기 등등, 엽서를 활용해서 꾸밀 공간은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바닥에 이렇게 저렇게만 깔아놔도 너무너무 예쁘더라구요.








정말 벽에다가 이렇게 저렇게 예쁜 엽서를 모아 붙이면 따로 액자를 걸지 않아도 되겠더라구요. 오늘 다녀온 카페에도 그렇게 엽서나 그림 등으로 장식해 놓은 아트월이 인상 깊었답니다.



A1사이즈로 큼직하게 엽서를 모아 붙여도 너무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 하니 그것 또한 기대되네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이웃님들과 함께 서로 책을 교환해보기도 하고, 나눔 등으로 선물을 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럴때마다 가끔 간단한 쪽지나 카드 등을 써넣기도 하고 바쁠땐 깜빡 잊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번엔 택배 보낼 이웃님들께 예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에 직접 편지를 썼어요. 오랜만의 손편지라 글씨는 날아갈 것 같았지만, 기분은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받으시는 분들도 어여쁜 엽서에 담긴 손편지라 반갑지 않으실까 괜히 기대감이 부풀고 그랬답니다.

학창 시절엔 손편지 쓰기 너무너무 좋아해서 정말 매일 보는 친구랑도 편지 주고 받고 그랬는데..

나이 들어 그런가, 이제는 컴퓨터 메일도 식상해지고, 가끔 이웃님들과 덧글 주고 받는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손편지라니, 기분이 참 색다르고 행복했답니다.



100장의 달콤한 시간, 다양하게 즐겨 볼까 합니다.

바라만 봐도 향긋한 커피내음 풍기는 듯한 멋스러운 먼지 일러스트 엽서들과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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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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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로 유명한 김려령님의 최신작, 너를 봤어. 

완득이를 읽어본 사람마다 강추하셔서 꼭 읽어봐야지 했다가 못 읽어본채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그리고 책도 못보고 영화를 보고 나서, 우와 이렇게 재미나다니 하면서 감탄했었는데.. 이전 김려령님의 책으로 직접 만나보지는 않아서 이 책과 직접적인 비교 (영상과 책의 비교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이니까)는 좀 힘들것 같았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너를 봤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범한 듯한 그 말에 오로지 그 눈동자 안에 한 사람만이 담긴듯한 가득한 느낌을 받을 수가있다.

게다가 표지.

물이 찰랑찰랑한 그 표지.

 

꽤 잘나가는 소설가인 정수현

그에게는 그와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가 있고, 아내는 꽤나 잘 나가는 작가이지만 워낙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딱 떨어지게 차가워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정을 붙이길 힘들어한다. 그녀와 살고 있는 그를 동정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아내를 자신이 거두어야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사랑과는 별개로.

그의 아내에 대한 감정은 사랑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그들 부부에게서는 뭔가 차갑지만 공통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곤 도통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그가, 한 여인의 강한 시선을 받고, 그녀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고 말았다.

그녀가 먹는 음식, 그녀가 하는 말들, 다른 사람들의 말은 모두 걸러지고 오직 그녀의 말만 남는다.

 

20년차 선배작가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5년차 새내기 작가. 그러나 워낙 주가가 높은 작가다보니, 그녀의 당돌함이 그리 얄밉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인기때문이 아니라 그녀이기에 얄밉지가 않다.

하는 말마다 색다르고 신선하다.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 듯 지루한, 아내와 다르다. 이런 비교 자체가 참으로 처참하지만.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그냥 그렇게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작가의 맞고 자란 어린 시절서부터, 끈적끈적하게 죄어오는 어머니의 돈 갈취, 그리고 여러 정황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연애 소설은 약간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풍기기 시작한다.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번 작품에 이러저러한 비교들을 하는 듯 하였다.

 

나는 이 작품이 김려령님 글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비록 그 몽환적인 느낌을 아쉽다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결말마저도 아쉬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갑자기..라는 의문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기에..

 

김려령님의 다음 작품들, 이전 작품들에 모두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읽어봄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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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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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선은 이전 작품인 행복한 길고양이라는 사진 에세이를 통해 너무나 인상깊게 만난 적이 있었다. 닉네임을 러브캣을 쓰지만, 사실 가벼이 지은 이름일뿐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나였는데.. 그 책을 통해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분명 사랑을 주고 받는데 고양이도 부족함이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종이우산님의 사진에세이가 나온대서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하고 말았다.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정말 흐뭇하다. 여기에 저자분의 애정어린 시선과 하나하나의 길고양이들 얼굴까지 다 기억하는 그 사연들이 더해져서, 고양이와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친한 지인분께 그 고양이 사진 에세이를 보내드릴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 책을 우연히 본 우리 아들이 너무 귀여운 고양이라며, 자기 책이라고 찜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림책 아닌 일반 책이 처음으로 아이 책으로 되기도 하였다. 이후 귀여운 고양이 사진 책들을 보면 아이가 자기 꺼라고 다른 사람 못주게 할 때가 많아졌다.



여섯살난 아들은 정말 너무나 보드랍고 따뜻한 내 소중한 혈육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귀여운 아들. 그 아들이 고양이, 강아지 등 어린 생명, 귀여운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빠를 닮았으니 천성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할테고, 고양이는 잘 몰랐었는데 할머니댁에 가서 할머니께서 매일 챙기시는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꼬박꼬박 지켜보면서 행복해하고, 할머니가 혹시나 자기 돌보시느라 잊으실만하면 "할머니 고양이 맘마 줘야지." 하고 혹시나 잊으실까봐 챙겨드리기도 한다.



종이우산님의 이 두번째 사진 에세이는 첫번째 작품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재치있는 사진들, 그리고 동화와 같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한아름 담겨있는 책이었다.






종이우산님이 적어놓은 이 대사들이 정말 딱딱 들어맞게 그럴듯한 엄마와 아기 고양이의 여러컷 만화같은 사진들




세마리 아기 고양이가 정확히 한시방향으로 삐딱하게 고개를 꺾고 있어서 정말 무슨 연출사진처럼 멋있게 나온 사진.






그리고 고양이들의 앞발을 사람이 잡으면 (손을 내밀면 악수하는 습성에 따라, 고양이의 앞발도 자연스레 잡고 싶어하는게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지만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 천지창조 내지는 영화 ET처럼 고양이의 내민 앞발에 손가락을 그저 살짝 갖다대는 센스를 유지하면 좋겠다라는거. 애묘인들은 잘 알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 알았기에 아하~ 기억해둬야겠다 싶은 내용이었다.






이미 고양이 일곱마리와 살고 있으면서도 배곯아 죽을지 모르는 길고양이들이 염려스러워 길고양이들에게 사료 갖다 주기를 잊지 않는 주인의 이야기. 그저 그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진을 담아내는게 아니라, 그들이 염려스러워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기대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폭력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귀여운 고양이들의 일상을 찍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본 모습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사진들이었다.



그중에 유독 자주 거론된 반야라는 이름

저자가 만난 길고양이 중 가장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할매 고양이 반야. 많은 아이를 낳았고 이후의 아이들도 모두 반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고양이들의 건강 등이 염려되어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유전적으로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1/30,000 정도

이런 희소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삼색고양이 수컷을 배에 태우면 조난당하지 않는다는전설까지있었다. 이는 아직까지 '삼색고양이 수컷은 행운을 불러온다'라는 믿음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그간 숱한 삼색고양이를 만나왔지만 수컷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었다. 257P



사실 자기가 키우는 단 한마리의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돌보는, 혹은 우리집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고, 이름까지 붙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 얼굴도 우리나라 사람 얼굴은 구분하기 쉬워도, 외국 사람 얼굴은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듯 비슷해보이는 판국에 동물들의 얼굴까지 일일이 비교해가며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능력이 아닐수없었다.

그런데 아무 이름이나 붙인게 아닌양, 저자는 다른 지역에서 예전에 잃어버린 그 길고양이의 얼굴을 다시 찾아내고 알아보기도 하고, (물론 집에서 다시 사진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긴 했지만 ) 고양이들이 일일이 와서 통성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놀랍게도 형제들이 어디로 갔는지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을 나름 추론하고 찾아내기도 한다.

애정이 담기지 않았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나처럼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남달라질 수 있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본다면, 아, 정말 말 그대로 눈에서 하트가 마구 남발될 그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 가득한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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