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ge’s ILLUSTRATION POSTCARD BOOK -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 북 munge’s INTERIOR ITEM BOOK series 3
munge(박상희)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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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북입니다.

엽서외에 다양한 일러스트 시리즈를 한번에 내놓으셨죠. 페이퍼북과 포스터 북도 함께요.

다른 제품들도 다 너무나 탐났지만, 사실 전 손재주가 다양하질 못해서 다양하게 활용하기도 좋으면서, 손쉽게 편지 쓰기에 좋은 엽서북이 제게 적격이라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100장의 엽서들이 하나하나 다 쏙쏙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주된 주제가 커피라서, 커피를 늘 사랑하는 저와 너무나 잘 맞는 엽서였지요.

커피향이 생생히 살아나는 멋진 일러스트 엽서북이었답니다.



커피가 주된 주제라 카페, 혹은 커피 머신, 커피 내리는 도구 등을 다양하게 일러스트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토이 카메라에 대한 것도 있더라구요.

하나하나 너무 멋스럽고 예뻐서 보는 내내 무척이나 흡족했답니다.






엽서의 재질도 꽤 빳빳한 재질이라 일반 가느다란 도화지 엽서보다는 확실히 힘이 있어요.

세워서 잡아도 잘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로요.




예전에 그림으로 집을 예쁘게 인테리어 도구 삼아 꾸미는 그런 책을 읽었었는데요.

예쁜 엽서나 잡지에서 오린 그림, 사진 등으로도 간단히 집의 느낌을 확 다르게 바꿔줄수 있더라구요

액자에 걸어넣어도 멋스럽고, 그냥 멋지게 벽에 이런 저런 느낌을 살려 붙여도 넘넘 예뻤어요.

그 책에서도 그렇게 활용하라며 준 멋진 사진, 그림 엽서들이 부록으로 들어있었는데.. 이 엽서북을 보니 그 책의 그런 상황과 내용들이 떠올랐어요.




신혼 부부들 집이나 서재의 나만의 공간, 혹은 부엌 냉장고 앞의 밋밋한 곳, 혹은 자취방에 포인트를 주기 등등, 엽서를 활용해서 꾸밀 공간은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바닥에 이렇게 저렇게만 깔아놔도 너무너무 예쁘더라구요.








정말 벽에다가 이렇게 저렇게 예쁜 엽서를 모아 붙이면 따로 액자를 걸지 않아도 되겠더라구요. 오늘 다녀온 카페에도 그렇게 엽서나 그림 등으로 장식해 놓은 아트월이 인상 깊었답니다.



A1사이즈로 큼직하게 엽서를 모아 붙여도 너무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 하니 그것 또한 기대되네요.




저는 책을 좋아하는 이웃님들과 함께 서로 책을 교환해보기도 하고, 나눔 등으로 선물을 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럴때마다 가끔 간단한 쪽지나 카드 등을 써넣기도 하고 바쁠땐 깜빡 잊고 그냥 보내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번엔 택배 보낼 이웃님들께 예쁜 먼지의 일러스트 엽서에 직접 편지를 썼어요. 오랜만의 손편지라 글씨는 날아갈 것 같았지만, 기분은 너무너무 좋더라구요.

받으시는 분들도 어여쁜 엽서에 담긴 손편지라 반갑지 않으실까 괜히 기대감이 부풀고 그랬답니다.

학창 시절엔 손편지 쓰기 너무너무 좋아해서 정말 매일 보는 친구랑도 편지 주고 받고 그랬는데..

나이 들어 그런가, 이제는 컴퓨터 메일도 식상해지고, 가끔 이웃님들과 덧글 주고 받는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손편지라니, 기분이 참 색다르고 행복했답니다.



100장의 달콤한 시간, 다양하게 즐겨 볼까 합니다.

바라만 봐도 향긋한 커피내음 풍기는 듯한 멋스러운 먼지 일러스트 엽서들과 함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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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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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로 유명한 김려령님의 최신작, 너를 봤어. 

완득이를 읽어본 사람마다 강추하셔서 꼭 읽어봐야지 했다가 못 읽어본채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그리고 책도 못보고 영화를 보고 나서, 우와 이렇게 재미나다니 하면서 감탄했었는데.. 이전 김려령님의 책으로 직접 만나보지는 않아서 이 책과 직접적인 비교 (영상과 책의 비교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이니까)는 좀 힘들것 같았다. 다만,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너를 봤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범한 듯한 그 말에 오로지 그 눈동자 안에 한 사람만이 담긴듯한 가득한 느낌을 받을 수가있다.

게다가 표지.

물이 찰랑찰랑한 그 표지.

 

꽤 잘나가는 소설가인 정수현

그에게는 그와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가 있고, 아내는 꽤나 잘 나가는 작가이지만 워낙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딱 떨어지게 차가워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정을 붙이길 힘들어한다. 그녀와 살고 있는 그를 동정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아내를 자신이 거두어야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사랑과는 별개로.

그의 아내에 대한 감정은 사랑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그들 부부에게서는 뭔가 차갑지만 공통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곤 도통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그가, 한 여인의 강한 시선을 받고, 그녀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고 말았다.

그녀가 먹는 음식, 그녀가 하는 말들, 다른 사람들의 말은 모두 걸러지고 오직 그녀의 말만 남는다.

 

20년차 선배작가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른 5년차 새내기 작가. 그러나 워낙 주가가 높은 작가다보니, 그녀의 당돌함이 그리 얄밉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인기때문이 아니라 그녀이기에 얄밉지가 않다.

하는 말마다 색다르고 신선하다. 같이 있으면 숨이 막힐 듯 지루한, 아내와 다르다. 이런 비교 자체가 참으로 처참하지만.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그냥 그렇게 평범한(?) 사랑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작가의 맞고 자란 어린 시절서부터, 끈적끈적하게 죄어오는 어머니의 돈 갈취, 그리고 여러 정황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연애 소설은 약간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풍기기 시작한다.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번 작품에 이러저러한 비교들을 하는 듯 하였다.

 

나는 이 작품이 김려령님 글과의 첫 만남이었는데 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비록 그 몽환적인 느낌을 아쉽다 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결말마저도 아쉬우면서도 만족스러웠다.

갑자기..라는 의문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푹 빠져서 읽었기에..

 

김려령님의 다음 작품들, 이전 작품들에 모두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읽어봄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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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행복한 길고양이 2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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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담은 시선은 이전 작품인 행복한 길고양이라는 사진 에세이를 통해 너무나 인상깊게 만난 적이 있었다. 닉네임을 러브캣을 쓰지만, 사실 가벼이 지은 이름일뿐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나였는데.. 그 책을 통해 고양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분명 사랑을 주고 받는데 고양이도 부족함이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종이우산님의 사진에세이가 나온대서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하고 말았다.

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정말 흐뭇하다. 여기에 저자분의 애정어린 시선과 하나하나의 길고양이들 얼굴까지 다 기억하는 그 사연들이 더해져서, 고양이와 마음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친한 지인분께 그 고양이 사진 에세이를 보내드릴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진 책을 우연히 본 우리 아들이 너무 귀여운 고양이라며, 자기 책이라고 찜을 해버리는 바람에 그림책 아닌 일반 책이 처음으로 아이 책으로 되기도 하였다. 이후 귀여운 고양이 사진 책들을 보면 아이가 자기 꺼라고 다른 사람 못주게 할 때가 많아졌다.



여섯살난 아들은 정말 너무나 보드랍고 따뜻한 내 소중한 혈육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한 귀여운 아들. 그 아들이 고양이, 강아지 등 어린 생명, 귀여운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빠를 닮았으니 천성적으로 강아지를 좋아할테고, 고양이는 잘 몰랐었는데 할머니댁에 가서 할머니께서 매일 챙기시는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꼬박꼬박 지켜보면서 행복해하고, 할머니가 혹시나 자기 돌보시느라 잊으실만하면 "할머니 고양이 맘마 줘야지." 하고 혹시나 잊으실까봐 챙겨드리기도 한다.



종이우산님의 이 두번째 사진 에세이는 첫번째 작품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의 재치있는 사진들, 그리고 동화와 같은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한아름 담겨있는 책이었다.






종이우산님이 적어놓은 이 대사들이 정말 딱딱 들어맞게 그럴듯한 엄마와 아기 고양이의 여러컷 만화같은 사진들




세마리 아기 고양이가 정확히 한시방향으로 삐딱하게 고개를 꺾고 있어서 정말 무슨 연출사진처럼 멋있게 나온 사진.






그리고 고양이들의 앞발을 사람이 잡으면 (손을 내밀면 악수하는 습성에 따라, 고양이의 앞발도 자연스레 잡고 싶어하는게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지만 )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 천지창조 내지는 영화 ET처럼 고양이의 내민 앞발에 손가락을 그저 살짝 갖다대는 센스를 유지하면 좋겠다라는거. 애묘인들은 잘 알지 모르지만 나는 처음 알았기에 아하~ 기억해둬야겠다 싶은 내용이었다.






이미 고양이 일곱마리와 살고 있으면서도 배곯아 죽을지 모르는 길고양이들이 염려스러워 길고양이들에게 사료 갖다 주기를 잊지 않는 주인의 이야기. 그저 그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사진을 담아내는게 아니라, 그들이 염려스러워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기대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폭력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귀여운 고양이들의 일상을 찍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본 모습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사진들이었다.



그중에 유독 자주 거론된 반야라는 이름

저자가 만난 길고양이 중 가장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할매 고양이 반야. 많은 아이를 낳았고 이후의 아이들도 모두 반야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고양이들의 건강 등이 염려되어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유전적으로 수컷 삼색 고양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1/30,000 정도

이런 희소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삼색고양이 수컷을 배에 태우면 조난당하지 않는다는전설까지있었다. 이는 아직까지 '삼색고양이 수컷은 행운을 불러온다'라는 믿음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그간 숱한 삼색고양이를 만나왔지만 수컷을 직접 보는건 처음이었다. 257P



사실 자기가 키우는 단 한마리의 강아지나 고양이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돌보는, 혹은 우리집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고, 이름까지 붙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 얼굴도 우리나라 사람 얼굴은 구분하기 쉬워도, 외국 사람 얼굴은 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듯 비슷해보이는 판국에 동물들의 얼굴까지 일일이 비교해가며 기억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능력이 아닐수없었다.

그런데 아무 이름이나 붙인게 아닌양, 저자는 다른 지역에서 예전에 잃어버린 그 길고양이의 얼굴을 다시 찾아내고 알아보기도 하고, (물론 집에서 다시 사진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긴 했지만 ) 고양이들이 일일이 와서 통성명을 하는 것도 아닌데, 놀랍게도 형제들이 어디로 갔는지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을 나름 추론하고 찾아내기도 한다.

애정이 담기지 않았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었을 것이다.








나처럼 처음에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았던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부드러워지고 남달라질 수 있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본다면, 아, 정말 말 그대로 눈에서 하트가 마구 남발될 그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 가득한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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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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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이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어느 정도 감이 오는 것 같다. 기대감이랄까.

사실 이번 책의 소재는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읽기만 해도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어서는 안될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다루고 싶었다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책을 읽어내리게 되었다. 게다가 너무나 몰입도가 높은 소설이기도 하였다. 새벽녘의 잠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몰두해 읽을 책이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피아와 보덴하우스 두 형사 콤비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이번 책에서는 보덴하우스의 역할은 미미했고, 주로 피아의 맹활약으로 사건이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여러 개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대부분 미궁에 쌓여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채, 헷갈리는 사건들이 자꾸만 일어난다.

한때 잘 나가는 변호사였으나 아동 성폭행범으로 몰려 일순간에 추락한 한 남자.

그는 거의 7년째 가장 막장 인생이라 할 수 있는 야영지에서 낡은 캠핑카를 빌려 살아가고 있다. 깨끗이 씻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준비해서, 그가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만난다.



피아 형사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급하게 뛰어가게 되었다.

너무나 만취한 학생들, 그리고 시체로 강가에서 떠오른 어린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신원불명의 여성.

형사팀은 이 사건을 인어공주 사건이라 부르며 추적해나가는데 쉽게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9년전 그 사건과 무척 비슷하다는 이야기만 접할뿐.

읽는 내내 누가 범인일까를 추측해가며 반은 맞히기도 하고, 반은 틀려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저자가 장치해둔 덫에 적당히 걸려가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사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경악스럽기는 하지만, 모르고 덮어두기보다 사람들이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작가들이 까발리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예전에도 몇번이나 미스터리 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이었다.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지, 그 책에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더더욱, 치가 떨리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늑대, 나쁜 늑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그런 늑대를 말이다.

빨간모자라는 아이들 동화를 이렇게 풀어놓으니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어른들에게 적합한 비유란 생각도 들었다.

재미나게 읽었으면서도 사건을 되돌리면 되돌릴수록 분통이 터지는건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엄마기에 이런 소재를 일어나게 만드는 그 짐승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지나 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들, 그들의 더럽고 추악한 행각이 사실 일개 형사들의 활약으로 벗겨질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단순 형사가 아니라, 경사 이상의 계급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대단한 권력을 가진 이들은 아니기에, 그들이 해결하는 커다랗고 묵직한 이 사건들이 실제로도 이렇게 해결될 수 있는지 그 자체가 슬프게도 아이러니하였다. 정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밝혀져야 하는 문제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안대가 씌워진 것처럼 알고 있더라도 권력 앞에 돈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게 아닌지..

경찰들의 위계질서라고 해도 그럴거라 생각되어 씁쓸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당연히 해결되어야 할 일들이 실제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많기에.

서민들이 바라는대로 공정하게 밝혀지고, 아무리 거물급들이라도 잘못은 제대로 가려지는 시원한 처사가 타우누스 시리즈의 인기몰이를 하는 비결이고, 사람들의 크나큰 대리만족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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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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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군함같은 넓은 집, 그 집에 존스씨가 작은 새라 생각하는 매력적인 여인 미야코가 살고 있다.

그녀는 이미 한 남자의 아내다. 언제나 부지런히 집안을 쓸고 닦고, 남편이 오기 전에 늘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놓고 완벽한 주부의 모습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한다. 방충망까지 꼼꼼히 닦고, 하루종일 집안일을 해도 모자랄판에 가끔씩 놀러와 수다를 떨곤 하는 그녀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무척이나 게을러 보이는 일일까 싶어서 그 시간에도 부지런히 바구니 안의 무언가를 꺼내 만들고 있다. 짜투리의 시간마저 소홀히 보내지 않는 성격인 것이다.



우선 사실 미야코라는 캐릭터에 대해 기가 죽기 시작했다.

엄청 게을러서 집안일 하는 속도도 더딜 뿐더러, 청소를 유독 싫어하는 나로써는 치워도 치운것같지 않은 상황에 늘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하루종일 부지런을 떨며 집안일에만 매진하는 것도 모자라 수다 타임조차 아깝다 생각한다니.. 일상이 나와 달라도 한참 다른, 말 그대로 모범 주부 같은 그녀가 아니었는가.

갑자기 우리 신랑에게 미안해지네.




아뭏든 그녀의 이런 나름 헌신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그녀의 이야기를 툭 잘라 먹는다. 제대로 듣지를 않고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꽤나 공을 들였던 남편이건만 이미 자신의 아내가 되고 나자, 아내에게 공을 쏟는건 이제 좀 지나친(대부분의 신랑들이 다 그렇겠지만) 그런 단계이다. 하지만, 하루종일 남편만 기다리고, 자신의 모든 일과를 세세히 보고하는 그런 아내의 이야기를 대부분 흘려 듣는다는 것은 이야기하는 쪽을 상당히 지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나도 신혼 때 혼자 집에만 있는게 너무너무 심심해서 하루종일 있었던 이야기며, 하다못해 인터넷이나 티브이에서 본 이야기까지도 모두 기억해뒀다가 신랑이 퇴근하면 옆에서 종알종알, 그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나중엔 신랑이 "잠 좀 자자~" 고 말할 정도까지 되었었다. 입에 거미줄 쳐지는 양, 어찌나 심심했는지.. 미야코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서 그냥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고의 단계이다. 스스로 생전 보고 못해 죽은 귀신이 씌였나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얼마나 시시콜콜히 보고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처음에 그녀는 몰랐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미국인 존스씨와의 일상 이야기조차 스스럼없이 다 보고를 한다. 심지어 그와 대중 목욕탕 (물론 남녀 각각 들어가는 탕)에 간 신기한 경험, 그러나 외간남자와의 대중 목욕탕이라니 보통 남편이 들으면 경악했을, 까지도 들려주지만, 남편은 그 역이 제대로 생각을 못하고 그냥 흘려듣고 말았다. 자기가 듣고 싶은 부분만 듣고 기억하기에 참으로 유리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이기적이기도 하였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청결한 미야코씨와 존스씨의 필드워크를 통한 세상 바라보기가 흥미로웠다.

그저 집 주변, 가까운 동네를 산책한 것 뿐인데 미야코씨는 마치 여행이라도 떠난 듯 가벼운 흥분마저 느낀다. 누구와의 동행인가, 어떤 이야기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벼운 동네 산책조차 여행처럼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분 알 것 같았다. 존스씨처럼 사물을 흥미로이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은 없었지만 아이와 자주 산책을 나가다보면, 사실 별거 아닌 그런 장소인데도 특별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들이 있었다. 멀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상을 여행이라 생각하고 즐겨도 좋을 것 같았다. 특히나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를 업고 혹은 아이 손을 붙잡고 근처를 산책하는 엄마들이라면 그런 느낌을 아이와 주고 받으면 더욱 행복할 것 같았다.



새장 안의 작은 새였던 미야코씨.

결혼 전에 남자 경험도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오로지 남편만 바라보며 그 이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그녀가 존스씨로 인해 세상 밖에 나와버리고 말았다.



불륜은 분명 불륜이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그 위험한 불륜을 남편의 무관심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공감가게 만들어놨다.



결혼이란 분명 한 남자만 바라보고 평생 이 사람과의 행복을 꿈꾸며 사는 설렘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랑의 첫 시작만큼 달콤한 것이 없기에 이미 그 단계를 지나버린 결혼의 길고 긴 몇십년의 생활에 사랑의 설레임을 계속 더해가며 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기에 서로 정을 더하고, 신뢰를 더해주는 그런 단계가 더해져야 결혼이 굳이 사랑의 연속이 아니더라도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데..

불안불안했던 미야코씨를 끌어내버린 빈 틈이 신랑에게 존재했기에 그 빈 틈을 존스씨가 잡아버린 느낌이었다.



에쿠니 가오리는 위태로운 이야기를 써도 에쿠니 가오리구나.

어쩌면 그녀의 문체는 늘 이다지도 나를 사로잡을까.

그런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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