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무 예쁜 소녀 ㅣ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너무 예쁜 소녀
정말, 무척, 등의 부사어도 아닌 너무라는 말은 살짝 부정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의 평균 이상의 외모가 아닌, 너무라는 말에는 그녀의 외모로 인한 불운할 미래가 점쳐지는 듯 하였다.
작가가 독일 사람이니, 번역한 사람이 "너무"라는 단어 선택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전에 빨간 책방을 들으며 남자 작가 두 분이 여성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각난다. 여성이 너무 아름다우면, 남자가 불안해지기 마련이라고. 너무나 빼어난 외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그런 정도의 미모가 되려면 그저 한눈에 봤을 적에 헉! 하고 숨이 막힐 정도이자, 곧 나와는 무관한 사람 내지는 저 옆에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뺏길까 불안하면서 적응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뉘앙스의 대화가 이어졌던 것 같다. 바로 그 대화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책 속에서도 그런 묘사가 있다.
그녀를 거두어 키워준 어느 과부 역시 그녀의 외모를 보고 그런 미래를 예감한다. 여자들은 그녀의 빼어난 외모를 시기할 것이고 남자들은 그녀를 보고 두려워하고 동경하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될 것임을..
그런 외모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미모일까.
책에서는 그녀의 외모에 대해, 자신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외모라는 말을 흘린다.
영화배우같으면서도 영화배우와는 또다른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 거리를 걷고 있으면 모든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비키니 입은 사람들 속에 혼자 옷을 입고 있어도 사람들의 뭇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찬란한 외모에 대해 말이다.
일가족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 열여섯살난 딸 하나만 행방불명 상태로 판명이 나고, 다른 가족은 전원 목숨을 잃었다.
한 마을에 나타난 어린 소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듯한 소녀에게 과부는 온갖 정성을 쏟아 그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고, 뭐든지 스펀지처럼 습득하는 소녀에게 많은 책과 정보를 안겨다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잠깐 본 남자들로 인해 퍼져나간 무성한 소문 덕분에 아예 그녀를 숨기지 않고 마을 사람들에게 드러내주기로 결심하였다. 사람들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도 영화배우같은 여신 미모를 짐작했던 사람들에게 그녀의 미모는 그 정도만큼은 아니라 또 소문은 살짝 수그러들기도 하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녀에게 마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농은 과부의 죽음으로 다시 길을 떠나게 되었다.
총각파티를 하려 떠났던 세 남자 중 한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사람은 사랑하는 여자와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홀로 독신의 삶을 살고 있는 (사별한 부인을 오롯이 마음에만 품고 있는) 마탈러이다.
사건은 마탈러 혼자 도맡아 해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일들은 정말 미미하기 그지 없다.
마탈러가 가장 열심히 나서 일을 해결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한사람 띄워주기에 급급하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찌 됐건 이 사람의 캐릭터에 몰두하게 되기는 하였다.
스릴러나 미스터리가 사실, 범인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묘미라거나 미리 알고 있더라도 사이사이 숨겨둔 장치의 재미가 있으면 흥미가 높아질텐데, 처음부터 쉽게 범인을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더니 책장을 빨리 넘기며 몰두하긴 했지만 큰 재미를 느끼기엔 좀 아쉬운 결말이 되기도 하였다. 사실 아쉽다기 보다는 무척 의아스러웠다. 어떻게 이런 결말이 될 수 있지? 사실이 그렇다면 너무 어이없는 현실이라는 (사실 현실상으로 모든 일이 정당하게 해결되는건 아니겠지만, 책 속에서는 그래도 뭔가 사건이 해결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해결이라기엔 좀 많이 적응되지 않는 결말이었다.) 생각이 들었다.
재미는 있으나 결말이 아쉽다고만 이야기하기엔 좀 부족함이 있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은 제법 재미있다 말하는 의견을 많이 접하기도 하였다. 책이야 정말 다양한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에.
우선은 마탈러가 등장하는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선 결말이 좀더 수긍이 가는 쪽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