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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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쓰리를 인상깊게 읽었던 것이 3년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쓰리와 자매와도 같은 소설,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왕국을 읽게 되었다.

 

쓰리(내 서평 http://melaney.blog.me/50092982252)라는 제목만을 보고, 처음에 숫자 쓰리나 이런 것들을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표지 그림과 같이 소매치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비록 소매치기일 망정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주인공이 악의 화신의 재미삼아 벌이는 인생 게임같은데 휘말려 세가지 난제를 해결해야하는 이야기, 사실 쓰리는 그래서 중의적인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진 않았으나 아이에 대한 아련한 마음으로 모성이 부족한 엄마로 인해 도둑질을 해야했던 어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을 해내야 했다.

 

그리고 3년후 내가 읽은 소설 왕국

이 책은 표지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면사포를 들어올리는듯한 아름다운 여인.

쓰리의 남자주인공이 어쩌면 밑바닥 인생이라 할 수 있을 소매치기였다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전설의 창녀라는 운명 앞에 선 유리카.

그녀는 사실 몸을 파는 창녀 역할보다도 의뢰인이 부탁한 일을 수행하는 마타하리 같은 역할이었다. 몸으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것은 같으나, 그 전에 기지를 발휘해 약을 쓰거나 해서 필요한 정보나 사진 등만 취하고 자신은 쏙 몸을 빼내는 그런 역할. 유리카는 그런 재능을 발휘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 각자 자기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쓰리의 니시무라 역시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어쩐지 손을 뗄수 없었던 어린 아이가 그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반면 왕국의 여주인공 유리카에게는 그런 약점마저도 없다. 그녀는 철저하게 빈틈이 없었다. 사실 자신의 아이는 아니었지만 친하게 지냈던 여성의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엄마가 죽고 나서, 큰 병에 걸린 아이를 혼자서 구해내고자 거금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녀는 평범하게 일하던(?) 호스티스에서 거금을 벌어들이기 위한 비밀

 첩보원 같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상당히 위험한 그런 일을 말이다. 그마저도 그 아이를 잃고 나자, 세상을 살아갈 힘, 버텨낼 힘을 잃고 만다.

 

그리고 쓰리의 주역들이 다시 등장을 한다.

니시무라도 언뜻 지나가고, 니시무라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기자키가 등장을 한다.

그녀는 심지어 기자키와 야다, 두 세력 사이에 끼인 존재가 되어 어느 쪽에서고 안정적이지 못한, 위협받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그녀가 어떻게 될지 참으로 위태위태 불안하였던 소설.

기지를 발휘한다곤 하지만 그녀 혼자 힘으로 버텨내기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었다.

철저하게 행복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영화 이중간첩이 생각났다면?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

흥행엔 성공하지 못한 영화였지만 그런대로 재미나게 봤던 영화였는데 결말이 내게는 너무나 충격이었다.

그래서인지 자꾸 유리카가 못내 걱정이 되었다.

 

쓰리의 자매편이라는 이 소설. 정말 자매편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작품을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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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 놀이하듯 일하는 여성 멘토 13인의 드림 시크릿
김희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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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직장생활이라.

게다가 놀이하듯 일을 한다라. 나 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왕 해야하는 일이라면 놀이하듯 즐기는 일, 나만의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는 것.

 

예전 직장 생활을 할적에 직업 특성상 비슷한  여러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 위계질서가 확실했던 어느 직장은 내가 몇년간 몸담은 곳이자, 매일 아침이 참 고역으로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나와 같은 신입들은 선배들에게, 특히 마치 군대 고참같은 (여성뿐인 직장인데도 꼭 그런 사람이 한 둘 있었다.) 질서를 강요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고, 일을 시키고 하는 것을 아주 당연시 하는 곳이었다. 하루 온종일 서서 일하고 나면 거의 얼이 빠질 정도로 피곤했는데, 나와 동기면서 한 두살 많은 언니들은 집에 가자마자 바로 쓰러져 잤다는데, 한살 어리다는게 힘이 되었는지 아니면 원래 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랬는지 퇴근 후에 약속을 잡아 한참 놀다 들어가곤 하는 나를 보며 동기들이 정말 대단하다~ 하곤 했었다. 하지만 내 나름으론 그렇게라도 삶의 원동력을 찾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정말 학교 가는 것보다 심하게 가기 싫은 직장에 목줄 매여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더 최악인 것은 가장 위에 있는 헤드가 어찌나 고압적인지 마음대로 퇴사할 분위기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싫으면 그만일텐데, 겁이많아서 정말 이민을 가야만 그만 둘 수 있는줄로만 알았다. 어찌 됐건 하나 둘, 그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혹은, 잘 버텨왔던 사람들조차 어느 순간에 우르르 그 곳을 떠나고 있었다. 나도 그 중의 하나가 되었고 말이다.

 

이후에 만난 직장들도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그때보다는 훨씬 더 편안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니, 그때의 내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내가 하는 일에 어느 정도 만족도 하고 책임감도 있었지만, 사실 좋아서, 정말 즐겨서 하는 그런 일들은 아니었다.

 

정말 내 관심 분야는 다른 데 있었다. 여행, 요리, 책 등등.

요즘은 그렇게 자신의 관심분야를 살려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우리 신랑은 놀이도 취미도 일이 되면 다시 고달파지는 거라 하는데 그럴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더 의욕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그게 좀 힘들더라도 내가 하고 싶던 일이기에 더욱 몰두할 수 있고 참아낼 수 있다는 것, 어느 정도 성공한 위치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라, 희망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사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참 힘든 시기 아닌가. 취업이든 창업이든. 어쨌거나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난 에세이 읽듯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는 조은정님의 이야기는 이미 그분의 전작인 "일하는 짬짬이 떠나는 세계여행" 이라는 책을 읽고 단단히 반했던 터라 눈을 반짝이며 읽을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 분야라 막연한 동경심도 갖고 있었다. 아이가 있는 주부로 여행 작가가 된다는게 사실 우리 신랑이나 아이, 또 나의 상황이 뒷받침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애초에 접어버리고 말았지만 정말 즐기는 일이라면 여행 작가나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그런 직업이 나와 잘 맞지 않을까 싶은 요즘이다.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님의 경우에도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책에서 환상적인 그림으로 만나 인상깊은 작가분이었다. 사실 그분의 작품은 예전에 페이퍼에서도 짬짬이 만나본 적이 있었고 말이다. 요리책을 좋아해 여러 요리책을 두루 접하다보니, <희동이네 떡 방앗간>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는데, 본인의 이름인 희동이를 따 쓴 떡 카페 <희동아 엄마다>의  오너이자 우리떡 연구가인 김희동님의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른 나이에 생활의 달인에도 나오고 (나도 좋아하는 프로였는데 김희동님 편은 미처 못 보았었다.) 일본의 예쁜 화과자에 밀려 한인 타운의 돌덩이 같은 차가운 인절미에 실망했던 뉴욕 시절을 떠올리며 뉴욕에 너무나 멋진 떡 카페를 오픈하겠다는 꿈을 세웠다 한다. 아직 뉴욕까지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삼청동에서 꽤 입소문이 난, 떡 같아 보이지만 맛은 놀랍게도 베이커리 맛이 나면서 너무나 예쁜 그런 자신만의 떡을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현재 직업에 정착하기까지의 여러 사연들을 만나다보면, 아, 이렇게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겠구나. 쉽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펼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확실히 스토리가 있는 그 과정들이 더욱 빛나보인다. 어느 길에나 스토리는 있겠지만 그녀들이 성공을 해서 그런지 각자의 독특한 사연들이 더욱 빛이 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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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블록책 경찰서 : 뭐든지 척척 셰퍼드 경찰관 옥스포드 블록책 3
꿈꾸는달팽이 편집부 엮음 / 꿈꾸는달팽이(꿈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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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가 곁들여있음



레고와 옥스포드 등을 고루 섭렵해본 결과 레고만큼은 아니지만, compatibility도 다른 카피제품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 않고, 레고와의 호환성도 높은 편이어서 옥스포드 제품도 레고 못지않게 많이 구입해줬었다. 집에 그래서 레고와 옥스포드가 각각 산더미처럼 있다는 사실.

이제 레고는 그만~ 을 외치고 싶지만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이런 제품이 나오면 엄마가 먼저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레고에서 브릭마스터가 나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옥스포드에서 블록책이 나온것을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오 이거 서프라이즈로 사주면 울 아들 좋아하겠네 싶어서 얼른 소방서와 경찰서 세트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아들 하원후에 꺼내주니 입이 귀에 걸리는 아들.

경찰서만 먼저 꺼내주고 소방서는 살짝 숨겨두었다.




설명서 겸 동화책이 되는 책 한권이 들어있고, 블록이 세 뭉치 비닐에 싸여 들어있었다.

다섯가지 정도 만들수 있었는데, 일반 경찰차 말고 범인 호송차라고 이름붙여진 (아마 그 이름에 더욱 호기심이 강했던듯, 비슷한 경찰차등 한 다섯종은 있었으리라. ) 차부터 만들어보잔다.



그리고 정말 예전엔 여기에 여기 끼워 이렇게 알려주었는데 이번엔 알려주는거 하나도 없이 혼자 힘으로 다 해내었다.

다 해낸거 보고 엄마도 살짝 놀랐지만, 아들에게 우와~ 잘했다 하니 아들 머쓱해하며, 이번 것은 쉬웠잖아. 한다.

그래, 레고 생활 3년이면 혼자 해낼만 하겠지. 한 2~3년 된것같다. 엄청 레고에만 정진해서, 다른 거 하나도 안해서 엄마의 걱정이 쌓여간게 ㅋㅋ



그래도 뭐 비생산적인 다른 장난감보다는 레고가 낫긴 낫다고 생각을 한다.

일부러 레고 학교 등 레고 학원 다니는 경우도 있던데 뭐.

(하원 후 머리에 파랑 리본으로 유니콘처럼 묶고 와서 깜짝 놀랐었는데, 아마 운동회한다고 (청팀이었던거니?) 리봉으로 선생님이 예쁘게 묶어주셨나보다. )




착착착착~

블록이 100개 정도라 큰 작품이 나올거라 기대는 안했는데 아기 손에도 꽤 앙증맞은 범인 호송차 완성.

그러고나더니 다른것도 만들어보고 싶단다. 예전 레고 브릭마스터를 떠올리며, 그러려면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해 하고 말았는데.

이번엔 엄마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서 만들기 시작하더니, 부수지 않고 남은 블록으로만 "감옥"을 만들어냈다.

아, 차와 건물은 각각 부수지 않고 만들수 있는건가 보다.

귀엽게 완성된 두 작품을 갖고 한참 잘 갖고 논다

아빠에게도 자랑하고, 이모 만나러 가는데도 챙겨서 들고 나가고.



매일 하는 블록이 그렇게 좋을까 싶은데 너무너무 좋아한다.




특히나 이번 꿈꾸는 달팽이에서 나온 제품은 우리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경찰서와 소방서 세트라 더욱 만족할만 하였다.

레고 시리즈와 가격대비 상대적으로 정말 저렴하게 잘 구입했고 말이다.



동화책은 미처 못 읽어주었다가 아빠가 읽어줄때 옆에서 들었는데, 내용이 참 재미났다.

셰퍼드 경찰, 그림만 봐도 참 무섭게 생겼네 싶었는데 아빠가 읽어주면서, 거의 일제 순사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물론 치안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지만 ) 암튼 셰퍼드 경찰이 마을을 지켜줄때는 정말 심심할 정도로 아무 일 없이 평화롭다가, 고마운 마음에 셰퍼드경찰에게 휴가를 주니, 휴가를 떠나자마자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경찰관의 도움을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어릴 적부터 경찰을 꿈꾸던 셰퍼드는 자라서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하는 시작부터 아이들에게 어릴적부터 뭔가 간절히 바라면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심어줄 수 있었고 말이다.

보통은 내가 읽어주면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아들과 함께 아빠의 낭독을 듣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이 맛에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거구나 싶게 말이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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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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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7일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원래는 가벼운 이북리더기를 가져가야지 했다가, 두툼한데 미처 못 읽고 있던 종이책들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무거운 중량감을 감수하면서도 꿋꿋이 들고 간 두권의 책, 밤과 낮 사이 1권과 옌 렌커의 물처럼 단단하게였다.

 

밤과 낮 사이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영미권 장르소설 비평가와 편집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단편 컬렉션이라는 말이 띠지에 실려있듯, 정말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포진해있다. 마이클 코넬리는 워낙 내가 좋아하는 작가여서 반가웠고, 조이스 캐롤 오츠, 피터 로빈슨 등도 귀에 익은 작가였다. 그 외에도 패트리샤 애보트, 톰 피치릴리, 마틴 에드워즈 제퍼슨 파커, 낸시 피커드, 샬레인 해리스, 제레미아 힐리, 스콧 필립스, 숀 세코버, 매건 애보트, 빌 크라이더, 스티브 호큰 스미스, 게리 필립스 등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아이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설레이는 길 속에 사실 2시간 반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야했던 고로, 옆에서 레고를 만들고 있는 아들에게 참견 좀 해주는 짬짬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섯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 내내 아들이 일찌감치 잠이 들어서 그동안 레미제라블, 7번방의 선물등 최신작 영화가 빵빵하게 제공되어 공짜로 재미난 영화를 볼 수 있었음에도 그 와중에 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 나니 한시간 반쯤 남았던가? 중간에 기내식 먹은 시간 빼고 말이다.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두 다 우와~ 소리나게 재미나다 라곤 할 수 없지만 각각의 색깔이 무척이나 강렬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나 그들 욕망의 도구라는 첫 작품은 정말 시작부터 나를 놀라게 할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집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누나를 성매매시킨 비용으로 가족의 생활비에 보탠 오빠에 대한 막내 동생의 평생동안의 애증 같은 것으로 시작을 한다. 정말 끔찍한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 밤과 낮 사이의 첫 표지 그림도 이 소설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냉혹하고 잔인하다 여겨진 그 오빠에게, 죽음을 임박한 노년에 접어들어 막내 동생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 하며 꺼내기 시작한 부분은 정말 그야말로 반전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로 말이다. 그냥 그대로 마음에 묻어두고 동생이 죽었더라면, 정말 너무 서글프지 않았을까 싶게. 진실이건, 진실로 오해받을뻔했던 과거의 모습이건 모두 추악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아버지날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보슈가 등장해 더 반가웠다.

내용은 참으로 추악하다. 이 사건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범죄가 발생한 적 있는데 혹시 소설을 읽고 일어난 모방범죄는 아닐까 하는이야기를 하였다. 책 속에서도 신문 기사를 보고 따라한 모방범죄도 서술이 된다.

 

심술 생크스 여사 유감은 정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독설가의 최후를 비극이지만 희극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도 있지만 정말 "죽어 마땅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독자들이 철저히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랄까. 어쩌면 이렇게 실제 육체적 폭력보다 끔찍한 말들을 내뱉을 수 있는지.

 

제목과 같은 밤과 낮 사이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어느 소설가가 제목만 적어두고 구상을 하던와중에 그야말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정신나간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아이를 혼자 열기구에 태워, 열기구가 날아가는 바람에 그 줄을 잡아달라 외쳐서 얼떨결에 잡았는데 쫓다쫓다 팔에 힘이 빠져서 놓쳤더니 그 아버지가 도와준 그를 오히려 자신의 아들 살해범 쯤으로 몰아세워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라 명명이 되어있었는데 느끼기론 주로 추리나 스릴러 느낌이랄까. 스릴러가 강하진 않고, 아뭏든 그런 느낌이었다. 여러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모여있어서 멋진 선물세트를 끌러보는 느낌으로 재미나게 읽은 책, 2권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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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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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보니 <물처럼 단단하게>는 출판되자마자 적색(혁명)과 황색(성)의 금기를 모두 어겼다라며 중국 최고 상부기관으로부터 '지명'당했습니다. 출판사는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며 불안해했지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얼마나 베이징을 오갔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조정을 거친 뒤에야 풍파가 가라앉고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저는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이 소설이 남긴 깊은 화근은 이후 <즐거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마을의 꿈><풍아송> <사서>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들이 논쟁거리가 되어 출판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모두 시의 적절하지 못했던 물처럼 단단하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모두들 합창하는데 혼자만 솔직하게 개성있는 목소리를 내려한다면 남들이 잊어 주기 바라는 민족적 아픔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억의 쐐기를 박으려 한다면 모두들 엄숙한데 불손하게 굴려 한다면 가령 뭇 신들 앞에서 혼자 신나게 춤춘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게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물처럼 단단하게>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9p

 

예사롭지 않은 소설을 만났다.

루쉰 문학상, 라오서 문학상 수상작가인 옌 렌커의 대표 장편소설이라 했지만 수상작 타이틀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중국내에서도 금기시되는 책을 쓴 용기있는 작가이자, 오늘날 중국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하나로 평가받는 옌렌커의 책이 어떤 내용일까 하는 점이었다.

옌렌커의 책을 세권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 중 처음 읽어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꽤 두꺼워서 오랫동안 읽으려니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서문에 등장한대로 정말 황색과 적색의 금기를 모두 어겼다 지적받았을 법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좀 많이 낯설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다보니, 공산주의 정권의 이야기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렸을 적에 수시로 들었던 6.25 전쟁때의 이야기라던지, 어릴때 학교 수업에서 배웠던 북한 공산 정권에서의 비통한 현실 같은 것을 책 속 중국의 공산 정권 속 문화 대혁명 시기의 젊은이들의 생활상에서 만날 수 있었다.

 

군복과 혁명 등을 신성시하는 분위기 자체가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낯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그냥 읽어내려가니 놀랍게도 금새 읽혔다. 주인공 아이쥔이 제대를 하고 돌아오는데 사람들은 그의 군복 등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본다. 처음 보는 여인마저도 그의 귀한 군복을 감히 사겠다고 나서기까지 한다. 돈을 주고도 못사는 진짜 군복. 그들에게 군복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기에 그런 것일까?

 

게다가 아이쥔은 혁명을 결심한다.

혁명은 젊은 세대의 봉기 같은 것이었다. 가난하고 힘이 없는 젊은 세대가 구습을 타파하고, 기득권층이 가진 것들을 빼앗는다. 사실 그들은 그것을 빼앗는다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나라에 충성한다는 명목하게 필요한 것을 빼앗을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장인, 시아버지 등이 다치고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오더라도 말이다.

 

아이쥔은 가난한 집의 아들이었다. 그의 총명한 학교 성적 등을 보고 마을의 서기가 자신의 박색인 딸과의 혼인을 주선한다.

조건은 둘 사이에 아이를 낳고, 군대를 다녀오면 마을 간부를 시켜준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시골 동네의 면 서기, 촌장 등의 개념과는 좀 많이 다른 것이 중국 공산당 간부와 같은 마을 간부개념이었나보다. 대부분 공동 경작을 하였기에 조금이라도 더 여유있게 살고,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마을 간부와 공산당 간부 등은 시골 사람들 누구나 꿈꾸는 그런 자리였다. 아이쥔이 무사히 군을 제대해 돌아와보니, 장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날 의향을 보이지도 않고 사위에게 간부 자리를 정해주려 하지도 않았다. 아이쥔은 그 과정에서 역시 마을 간부의 며느리인 도시 출신의 여성 샤홍메이에게 빠져들어 사상이 깊으면서도 서로 통하는 마음이 있던 두 남녀는 격정적인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둘다 유부남 유부녀였기에 둘의 사이는 사실 불륜이라, 둘의 혁명과 사상에 위배되는 행동이었지만 둘은 어떻게는 남의 이목을 피해가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자신의 조강지처와 남편과는 통하지 않았던 뜻과 사상이 두 사람 사이에서는 불꽃 튀기는 혁명으로 변화해갔다.

 

자신의 입신양명 등을 위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존경하던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그들이 그렇게 신성시하다시피한 통치자 사진, 사상 등에 대한 숭배는 우리가 어려서 경악까지 했던 김일성 사진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충정 들과 비슷해보였다. 말로만 그렇다 들었는데 정말 책 속 주인공들은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가차없이 숙청이 되고 말이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는 공산당의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의 사랑과 혁명 등이 교묘하게 공산 정권을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자유로이 아름답게 사랑했으면 더욱 좋았을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와 배경은 공산 치하의 문화대혁명 기간의 중국이었다. 그들이 바라는 혁명을 성공하고, 바로 코앞의 명예에까지 도달했지만 나락으로 떨어져내리는 것은 아주 어이없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옌 렌커의 다른 책들은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된다. 다른 정권, 다른 시대의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드는 , 분명 범상치 않은 글재주를 지닌 작가의 글이기에 다른 책들 역시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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