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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사이 1 ㅣ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5박 7일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원래는 가벼운 이북리더기를 가져가야지 했다가, 두툼한데 미처 못 읽고 있던 종이책들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무거운 중량감을 감수하면서도 꿋꿋이 들고 간 두권의 책, 밤과 낮 사이 1권과 옌 렌커의 물처럼 단단하게였다.
밤과 낮 사이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영미권 장르소설 비평가와 편집자들이 선택한 최고의 단편 컬렉션이라는 말이 띠지에 실려있듯, 정말 내노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포진해있다. 마이클 코넬리는 워낙 내가 좋아하는 작가여서 반가웠고, 조이스 캐롤 오츠, 피터 로빈슨 등도 귀에 익은 작가였다. 그 외에도 패트리샤 애보트, 톰 피치릴리, 마틴 에드워즈 제퍼슨 파커, 낸시 피커드, 샬레인 해리스, 제레미아 힐리, 스콧 필립스, 숀 세코버, 매건 애보트, 빌 크라이더, 스티브 호큰 스미스, 게리 필립스 등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아이와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설레이는 길 속에 사실 2시간 반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지루하게 보내야했던 고로, 옆에서 레고를 만들고 있는 아들에게 참견 좀 해주는 짬짬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섯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 내내 아들이 일찌감치 잠이 들어서 그동안 레미제라블, 7번방의 선물등 최신작 영화가 빵빵하게 제공되어 공짜로 재미난 영화를 볼 수 있었음에도 그 와중에 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 나니 한시간 반쯤 남았던가? 중간에 기내식 먹은 시간 빼고 말이다.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두 다 우와~ 소리나게 재미나다 라곤 할 수 없지만 각각의 색깔이 무척이나 강렬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나 그들 욕망의 도구라는 첫 작품은 정말 시작부터 나를 놀라게 할 정도의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집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누나를 성매매시킨 비용으로 가족의 생활비에 보탠 오빠에 대한 막내 동생의 평생동안의 애증 같은 것으로 시작을 한다. 정말 끔찍한 소재가 아닐 수 없었다. 밤과 낮 사이의 첫 표지 그림도 이 소설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냉혹하고 잔인하다 여겨진 그 오빠에게, 죽음을 임박한 노년에 접어들어 막내 동생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 하며 꺼내기 시작한 부분은 정말 그야말로 반전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로 말이다. 그냥 그대로 마음에 묻어두고 동생이 죽었더라면, 정말 너무 서글프지 않았을까 싶게. 진실이건, 진실로 오해받을뻔했던 과거의 모습이건 모두 추악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아버지날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 보슈가 등장해 더 반가웠다.
내용은 참으로 추악하다. 이 사건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니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범죄가 발생한 적 있는데 혹시 소설을 읽고 일어난 모방범죄는 아닐까 하는이야기를 하였다. 책 속에서도 신문 기사를 보고 따라한 모방범죄도 서술이 된다.
심술 생크스 여사 유감은 정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독설가의 최후를 비극이지만 희극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도 있지만 정말 "죽어 마땅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독자들이 철저히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랄까. 어쩌면 이렇게 실제 육체적 폭력보다 끔찍한 말들을 내뱉을 수 있는지.
제목과 같은 밤과 낮 사이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어느 소설가가 제목만 적어두고 구상을 하던와중에 그야말로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정신나간 아버지가 자신의 어린 아이를 혼자 열기구에 태워, 열기구가 날아가는 바람에 그 줄을 잡아달라 외쳐서 얼떨결에 잡았는데 쫓다쫓다 팔에 힘이 빠져서 놓쳤더니 그 아버지가 도와준 그를 오히려 자신의 아들 살해범 쯤으로 몰아세워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미스터리, 크라임, 스릴러, 로맨스, 판타지라 명명이 되어있었는데 느끼기론 주로 추리나 스릴러 느낌이랄까. 스릴러가 강하진 않고, 아뭏든 그런 느낌이었다. 여러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모여있어서 멋진 선물세트를 끌러보는 느낌으로 재미나게 읽은 책, 2권도 얼른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