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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평점 :

여섯살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엄마인 나와 떨어지는 것을 너무나도 힘들어하였다.
강제로 떼어놓는 마음이 좋을리가 없었는데, 남들보다 한살 더 많다는 이유로 적응기간 없이 풀로 여섯시간을 엄마와 떨어져지내야했던 아들의 외로움과 공포는 어느 정도였을까 상상이 되지 않아 나도 같이 울던 힘든 시기가 있었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는게 너무나 힘들다 말을 하였다. 지금도 엄마가 좋아서 떨어져 있기가 싫어. 그렇게 말을 한다.
유치원에서, 그저 엄마라는 단어 한마디만 들어도 눈물이 또르륵 떨어지며 한시간 이상을 내리 울기도 하였다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 사이에 우리 아이 앞에서는 '엄마'라는 말 자체를 금기어처럼 하기도 하였다라는데.
그 말을 듣고 너무나 애잔하면서도 애처로움이 동시에 들었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엄마라는 단어는 우리 가슴 속에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사랑의 방이다.
그 곳을 건드리면 금새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만다.
가까이 살고 계시건, 멀리 살고 계시건, 혹은 지금 볼 수 없는 곳에 계신 분이라도 말이다.
사랑의 근원, 그리고 내 존재의 근원.

이 책은, 장성한 아들이 엄마에 대한 애정을 담아 쓴 에세이이다.
사실 엄마에 대한 책은 같은 여자인 딸이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잘 쓸 수 있을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딸이고, 딸만이 엄마의 친구가 될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에..
그런데 이 책, 정말 엄마에 대한 아들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리고 너무나 서정적인 감수성이 가득한 책이고, 에세이만으로 보기엔 표현도 너무 아름다워 깜짝 놀랐던 책이다.
남자분이 맞나? 몇번이나 다시 작가 소개를 다시 찾아 읽을 정도로 말이다.
섬세한 성격의 우리 아이, 자라서 이토록 엄마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저자는 엄마와 떨어져 사는 삶을 생각할 수 없다 하였다.
어른이 되고 일정 시기가 되면 결혼을 하고, 그런 삶이 당연하다 느껴질수 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너무나 평생을 사랑해온 엄마에 대한 , 가정을 꾸려나가면 정작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할 것 같은 그 묘한 괴리감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
저자는 아직 독립을 하지 않고 엄마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엄마의 공간, 엄마와의 삶을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기 보다, 엄마가 없는 빈 공간을 더욱 허전해하고 있다.
한줄 한줄 읽으며 겁이 났던 것이 "언젠가 엄마와 떨어지게 될 " 그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익숙해질 수 없는 것, 누군가와의 이별, 특히 그것이 나를 있게 한 내 모든 근원인 엄마와의 이별이라는 것을 익숙하게 한다는 것은 있을수조차 없는 일이다. 아마도.. 그런 날이 온다면 그 날부터 내 심장 박동은 그대로 정지해버릴 것 같았다.
그러지 말라고 내게 또다른 관계, 나를 엄마라 부르는 아이가 생겨난 건지 모르겠지만..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 하지만 저자 또한 늘상 건강하실 줄 믿었던 그 엄마의 나이드심으로 인한 하나하나의 이상 신호들이 너무나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시고, 뼈를 깎는 고통이 이런 것인줄 몰랐다. 너무나 아팠다. 하시는 엄마를 보며 가슴아팠을 아들.
하지만 완쾌라는 말과 동시에 다시금 엄마에게 잘하고자 했던 마음이 잊혀지고, 하고싶은대로 해버리는 아들로 되돌아온다 하였다.
나도 그런것을. 대수술 후 편찮으셨던 엄마 옆에서, 이젠 고생시켜드리지 말아야지 해놓고선 엄마가 조금만 차도를 보이셔도 엄마 손이 닿지 않으면 안될 털팽이 딸로 어느새 되돌아와 버린다.
결혼을 했으면 어느 정도 내 앞가림 정도는 하고 살아야하는데..
아직도 엄마의 둥지안에서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고 기대고 싶은 대로 살고 있었다.
자식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달려와주시는 엄마, 그 사랑을 너무나 당연히 받아들이고, 나보다 힘드실 나이임에도 엄마 걱정보다는 내 걱정만을 앞세워 해왔다.
나는 왜 이다지도 이기적인 것일까.
나이들수록 친구가 되어간다는 딸보다도 더욱 소중한 엄마의 친구가 되어준 이충걸님의 이번 이야기.
엄마의 희생만을 담고 있진 않지만, 조금씩 내 주위에서 희미해져 가는 엄마의 그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기록들이 소중히 담겨 있는 에세이였다.
너무나 맛있고 근사한 프랑스 레스토랑에 엄마를 모시고 가서 대접해드리자, 그저 행복해하시면 좋겠는데, 그 섬세한 손길과 대접, 그리고 너무나 맛있는 음식들에도 속시원히 훌륭하다 말 못하시고 조금은 무뚝뚝하게 대답하셨던 어머니. 하지만 살아서 가는 천국을 맛보았다 하시는 엄마 덕분에 저자 또한 너무나 행복한 특별한 밤이었을 것이다.
엄마와 하고 싶은게 참 많다.
우리는 친구들, 또 우리 가족들과는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지내면서도 엄마와는 소중한 시간을 짬내어 뭔가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 않던가. 나 역시 그랬다. 영화도 엄마 모시고 가서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우리와 같이 가는 여행을 그렇게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여행을 같이 가게 된것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앞으로는 좀더 많은 곳에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 내가 맛 본 맛있는 레스토랑엔 꼭 엄마도 모시고 가고 싶다.
엄마가 조금씩 사라진다.
저자의 말이 가슴아프게 울린다.
공명처럼.
지키기 힘든 약속이지만 다시 되뇌여 본다.
엄마 살아계실때 잘해드리자.
제발 퉁퉁거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