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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ㅣ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3월
평점 :

시마다 소지 하면 <점성술 살인사건>의 저자로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읽어보고 싶어서 내 책장에 꽂혀있는 (책장에 위시리스트를 한가득꽂아두고, 언제든 여유가 생기면 읽으리라 한게 언제던가. 아뭏든 재미난 읽을거리가 두둑하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책이 점성술 살인사건이었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후속편인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에서 미타라이 기요시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내세워 재미난 추리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숫자 자물쇠, 질주하는 사자,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그리스 개
네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새벽녘 머리가 개운하지 않았던 며칠 전에도, 또 오늘처럼 감기 기운에 머리가 아파오는 날에도 쉽게 술술 읽혀지는 재미난 책이었다.
책 속의 화자는 이시오카이다. 그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저자로 미타라이 기요시와는 막역한 사이 같지만, 사실 그에 대해서는 어느 과를 나왔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아는게 제한적이었다. 시마다 소지는 이시오카를 내세워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책 속 등장인물로 녹아들어간 것같다. 심지어, 잠깐! 하고서 미타라이의 추리를 짐작해보라며, 직접 책 속에 풍덩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추리 소설을 많이는 아니지만 좋아하기 시작하고 있지만 머리를 마구 굴려가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은 아직 나도 미숙한 단계인것 같다. 그래서 매 사건마다 통쾌하게 사건을 풀이해주는 미타라이식 해법이 시원하게 느껴져 좋았다. 추리소설 마니아 중에서는 이쯤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일본의 많은 인기 만화, 소설 들이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고 있는데 시마다 소지는 미타라이 기요시를 영상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신 미타라이 기요시의 의지라는 책의 맨 뒷편에 나와있었다. 사실 미타라이는 처음부터 탐정이었던 것도 아니고,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점성술을 업으로 삼는 특이한 사람이면서도 누구보다도 명쾌하게 문제를 풀어내고, 그러면서도 요즘 말로 까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 하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무례해 보일 수 있고, 그러면서도 친한 이들에게도 공손히 말하는 것을 잊지 않기도 한다.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책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의 여러 면모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어느날 갑자기 명함을 파서 탐정을 하겠다 하질 않나, 그의 대학 동기였다는 사람의 직업으로 미루어 알아보니 그는 의대를 2년 다니다 중퇴한 전력이 있기도 하였다. 또 음악가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빼어난 기타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엄청나게 빼어난 연주를 선보임에도 오히려 평론가들과 대중에게는 인기를 못 얻기도 하고.숫자도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지 않으니 기록할 필요가 없고, 미타라이는 정말 타고난 탐정같은 사람이었다.
참고로 질주하는 사자라는 제목에서 사자가 죽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질 못했었다. 도쿄도심을 질주하는 라이언? 인가? 하고 생각했었는데, 죽은 사람이라니. 숫자 자물쇠의 트릭으로 살인범을 찾아내고, 죽은 사람이 질주를 했다는 전혀 감이 안오는 그런 이야기를 밝혀내는가 하면, 탐정이 아닌 그냥 지나치는 상황 속에서 어느 가난뱅이 기자의 천운과도 같은 행운을 놓친 이야기를 밝혀내기도 한다.
그리스 개는 여자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우리 신랑 비슷하구먼) 미타라이의 개를 위한 복수=엄청난 대부호의 아들 유괴범을 잡는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점성술 살인사건과 연계해 읽었더라면 더 재미났을 것 같은데, 나처럼 이 단편만 따로 읽어도 흥미진진한 캐릭터인 미타라이라는 캐릭터에게 금새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궁금해진다. 어떤 내용일지. 미타라이 기요시를 쭈욱 만날 수 있도록 시리즈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