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케빈 브룩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소설을 읽었다.

그해 여름 나는 루카스를 만났다.

팀 보울러가 영국의 청소년 작가로 대표적인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케빈 브룩스라는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케빈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10대의 어린 나이인데도, 다 큰 어른인양 못된 짓을 일삼고 다니는 아이들을 어쩜 그리 잘 묘사해놓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케이트처럼 그들에게 절대로 동화되지 못하는 순수한 아이도 있겠지만 말이다.



케이트의 첫사랑이나 다름없는 루카스의 이야기.

그는 참으로 신비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 신비함은 케이트에게는 더욱 특별함으로 와 닿았다. 더군다나 소년 또한 케이트의 진심어린 순수함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케이트가 소년을 걱정하듯, 케이트가 위험에 처했을때 소년은 최선을 다해 케이트를 구했고 여린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무서운 잔인함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케이트가 소년을 말렸다.

처음 만난 날 엔젤이라는 소녀에 대해 "그 아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케이트를 긴장시켰지만, 그것은 루카스의 예지 능력을 설명해주는 것일뿐이었다. 엔젤이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케이트의 공포를 일으킬 수도 있었겠지만, 앞으로 엔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그녀를 조심해야함을 케이트에게 경고를 해주는 것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라, 상당한 두께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잡자마자 어느새 줄줄 읽게 될 정도로 빠르게 읽히는 그런 소설이었다. 초반 부분에서 케이트의 독백을 통해, 어느 정도 슬픔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책을 끝까지 읽어내리기까지, 초반만 읽고서도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 먹기까지가 참 힘들었다. 슬픈 결말을 좋아하지 않기에.. 더더군다나 루카스같은 소년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제 정신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광적인 흉포의 희생양이 된다는 스토리는 내게는 너무나 버거웠다. 사실 청소년 소설을 읽다가 비슷한 예를 몇번 보기는 했다.



고래의 눈이라는 작품이 그랬고, 프로즌 파이어라는 팀 보울러의 작품이 그랬다.

프로즌 파이어가 이 작품 루카스와 좀 더 비슷한 느낌일 수 있다. 프로즌 파이어의 주인공이 한없이 신비한 소년으로 묘사된다는 것이 차이긴 했지만 루카스도 범상치 않은 소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좀더 와닿는 것은 루카스는 케이트라는 한 소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

한 소녀에게 깊은 각인을 남기고 떠난 그..



평범한 사춘기를 보낸 나였지만, 케이트의 청소년기는 참을 수 없는 그런 기억으로 얼룩지고 말았던 것 같다.

번역한 분의 말대로 이별해야 할때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나는 그런 이별조차도 적응하기가 힘든 유약함을 갖고 있었으니..

그래도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루카스를 번역하면서 케이트에 동화되어 몇번을 울고 말았다는 이야기에는 공감하게 되었다.

너무 빠른 속도로 케이트와 루카스를 만나, 눈물로 범벅질 여유를 주지는 못했으나..



이 가슴 깊은 먹먹함은 책을 덮고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은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소위 말하는 세속적인 배경을 타고난 제이미라는 쓰레기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처음부터끝까지 화가 치밀 뿐이었다.

그때 루카스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앞일을 알고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어느 떠돌이 소년, 루카스의 이야기.

참으로 슬픈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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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7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서애경 옮김, 모리스 마테를링크 원작 / 현북스 / 2011년 9월
절판


어릴적 파랑새에 대한 이야기를 큰 인형 가면을 쓰고 나오는 인형극을 통해 봤던 기억이 난다. 결론까지도 생생히 기억이 날만큼 인상이 깊은 내용이었는데 치르치르,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자체가 너무나 신비로운 환상의 경험이라서 어린 내게는 무척이나 가슴 두근거리는 그런 여행을 하는 심정으로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었다. 이 책에서는 틸틸과 미틸로 번역이 되었다. 치르치르, 미치르는 일본 책을 번역하면서 붙여진 발음이라지만, 원래의 이름은 틸틸과 미틸이란다.


산골마을에 사는 가난한 나무꾼의 아이들인 틸틸과 미틸에게 어느날 밤 요정이 찾아와 파랑새를 찾아줄것을 부탁한다. 할머니인줄알았던 그녀가 건네준 다이아몬드가 박힌 마법모자를 쓰자 사물의 참모습을 보게 되어 요정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의 모습을 볼수 있게 되고 물, 우유, 사탕, 빵, 고양이, 개 등 주위 사물의 영혼들을 볼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요정의 부탁에 따라 두 아이들은 더욱 진기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맨 처음 들른 기억의 나라에서는 돌아가셨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다음은 하늘꼭대기에있는 밤의 궁전, 밤의 궁전의 여러 방에서 오누이는 유령, 아픈 사람들, 공포, 수수께끼, 꿈의 정원 등을 모두 둘러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아 아이들이 경험하는 신세계는 놀랍기만 했다. 어른인 우리가 상상하기에도 영상으로 펼쳐지면 얼마나 화려한 그런 세계가 될 것인가 싶은 그런 공간들. 원작을 다시 글로 그림으로 표현한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는 파랑새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가 자신의 꿈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데 실망을 느끼고, 그림책에서 자신만의 온전한 파랑새를 완성해내었다 한다. 이 책이 바로 그 작품이다.

에리자베스 테일러, 제인 폰다 등이 주연을 했음에도 평범한 영화로 전락했다는 1950년대의 영화 파랑새도 궁금했지만, 브라이언이 완벽히 살려내고팠던 파랑새를 영화로 만났으면 더욱 극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래도 그 아쉬움을 그림책의 화려한 색감으로나마 달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채 감각으로 표현된 신비한 나라들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조금은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명작에 익숙하지 않은 네살 우리 아이도 제법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탕의 영혼이나 빵의 영혼등에 관심을 가졌고, 아이들이 파랑새를 찾아다닌다는 것에 호기심을 갖는듯했다.


숲의 나무들에게 냉대를 받기도 하고, 사치의 궁전, 그리고 모두가 궁금해할 미래의 궁전까지 아이들은 정말 신비한 모험을 모두 하고 돌아왔지만 정작 그들이 찾는 파랑새는 찾지 못하고 풀이 죽은채 돌아왔다. 잠을 자고 일어났을때 시간이 흐르지 않음에 오누이는 깜짝 놀랐고, 집에 있던 파랑새가 그들이 찾던 파랑새임을 알고 너무나 기뻐한다. 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음을 되짚어주는 파랑새의 교훈. 파랑새라는 명작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파랑새라는 단어를 들으면 바로 행복이 떠오를 정도로 유명한 말이 되기도 했다.



원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삶에 대한 철학과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 명작의 반열에 오른 파랑새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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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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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 너무나 반가운 삼총사.
어릴적에 정말 재미나게 만화로도 보고, 어린이용 명작동화로도 즐겼던 경험이 있는데, 이토록 멋진 모습으로 프랑스어완역본으로 돌아오니, 어른이 되어 읽기에 모자람없이 충분한 그런 책이 되어 주었다. (팜플렛을 보고 웃었던 것이 어린이용 명작동화나 추억의 만화영화 달타냥의 모험만 보고 본인과 본인의 소중한 벗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의 이야기를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다니 용서할 수 없소. 라는 다르타냥의 편지가 재치있게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맞아. 나는 그랬는데 어찌 알았지? 하는 정곡을 찔린 그런 기분이었다. ) 달타냥,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 이 네 사람의 이름이 아직도 귓가에 선연하고 읽다보니 왕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도 낯익은 그런 사건이었다. 분명 뭔가를 기억은 하고는 있지만, 완역본을 보니 어릴적 추억과는 또다른 그런 느낌이었다. 어릴때 봤던 삼총사에서는 정의로움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들의 패기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면, 완역본에서는 좀더 입체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추기경은 정확한 악역, 다르타냥 쪽은 전적으로 아군, 이런 설정이라기보다 천방지축 돈키호테 같았던 다르타냥의 모습으로 시작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정의롭기만 한 주인공들의 기억이 조금 잘못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다르타냥이 한 날 한 장소에서 삼총사와 나란히 결투를 벌이게 된 것도 인상깊은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그때의 결투에서 당당히 다르타냥이 삼총사의 편에 선 것으로 그들은 사총사로 똘똘 뭉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총사들이 궁핍한 경제생활을 누렸는지 모르겠지만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이들이었음에도 (물론 추기경에 비하면 미약한 것일지라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흘러내리듯 돈을 써버리는 (심지어 도박까지) 그들을 보며 한심함도 느꼈다. 사실 왕과 왕비 또한 돈이 많지는 않았다고 나온다.

실존인물이었다는 다르타냥의 이야기가 뒤마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각색되기는 하였을텐데, 삼총사로 완전히 굳어진 다르타냥의 이야기는 실제 다르타냥의 모습보다도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굳건한 이미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었다.
멋드러진 삽화들도 하나하나 무척이나 정교하고 세밀해서 삼총사의 모습을 이미지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는데 프랑스의 역사화가이자 삽화가인 모리스 르루아르의 작품들 중 일부를 추린 것이라 하였다.

어렴풋한 아이때의 기억으로 만났던 삼총사와 다르타냥을.. 이제는 어른이 되어 만나보니 무모한 돈키호테 같은 천방지축 사총사였지만 (게다가 나중에 훌륭한 말들까지 어이없이 팔아먹는데에는 웃음 밖에 안 났다. 아니, 이 신중하지 못한 어른들아. 끌끌) 축약하고 뭉뚱그려 많은 내용을 삭제해버린 아쉬운 동화책으로 만났던 이야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되살려내주어 하나하나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살려낸데에는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만나니 이렇게 좋은 것을.. 삼총사가 아이들 책이 아니라 어른들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 아쉽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어리고 너무 성급하게 저돌적으로 보였던 가스코뉴 지방 출신의 다르타냥이었지만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그가 제법 명석하게 일을 풀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감탄할만 하였다. 그보다 나이 많은 삼총사들까지 전적으로 다르타냥을 믿고 따르게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젊은 날의 치기 쯤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의의 이름으로, 또 국왕과 그들이 아버지처럼 따르는 트레빌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어던지며 싸울 용기로 무장한 다르타냥과 삼총사. 비록 경제관념은 둔해서 (신랑감으로는 빵점일 그들이었지만) 다르타냥을 위해 목숨 걸고 런던행에 동참해준 그 용기도 정말 가상했다. 삼총사가 영화와 뮤지컬로 우리 곁에 동시에 다가온 지금, 나는 내가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소설로 먼저 만나보았는데,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르타냥의 왕비의 반지를 삼총사가 슬쩍 눈독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2부에서의 다르타냥의 반응이 몹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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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지킨다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3
바버라 M. 주세 글, 얀 유테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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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단 둘이 집에 있으면 조금 무서운 기분이 들다가도, 그래도 혼자 있을때보다 더 위안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좀 심심했는데 아이가 말도 잘 하고, 놀아달라고도 하니 혼자 있을때보다 확실히 시간이 더 잘가기도 한다. 아들이다보니, 좀더 자라면 "엄마는 내가 지켜" 하고 무모한 용기를 자랑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어리기도 하고, 수줍음이 많은 터라, "엄마가 우리 아들 지켜줄께." 하고 말해주면 흡족해하면서 "엄마가 우리 아기 지켜줄거야?" 하고 되묻는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이다.

책 속 주인공은 꽤나 모험심이 강한 꼬맹이가 아닐 수 없다.
방안에 걸려있는 그림과 장식품만 봐도 소년이 얼마나 모험을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엄마 눈에 재미나 보인 것은, 한밤중에 무서운 소리를 듣고 오해를 하면서도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내가 위험할 거라는 생각보다, 왜 엄마가 희생양일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지..) 사명감에 불타오르는 귀여운 소년이다. 아빠도 안계신 어느 날 저녁,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아마도 소년은 숲속 근처에 사는 소년이거나 아니면 도시에 사는 소년이라도, 집 밖은 숲속일거라는 상상력이 풍부한 그런 소년일 수도 있다.) 리암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엄마가 위험해! (헉)

리암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리암은 아주 작은 꼬맹이일뿐. 두근두근!
숲속의 맹수들과 맞서 싸우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아요.

그럼에도 으르렁 거리는 무서운 소리의 맹수에 도전할 생각을 감히 갖는다.
그리고 스스로 아주 작은 꼬맹이라 생각하는 리암이지만, 꽤 머리를 잘 쓰는 똘똘한 친구기도 하다. 나름대로 방어진을 구축하기 위해 요새를 꾸미다가, 밤늦게 소란 피우지 말고 자라는 엄마의 훈계를 듣는다. 엄마는 다시 잠들고, 리암 혼자 남아 누워있다가 다시 으르렁 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사실 맹수를 무서워하는 우리 아이가 이 책을 읽어주면, 책의 진가를 파악하기도 전에 무섭다면서 덮으라고 할까봐 걱정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먼저 "이 책 되게 재미있는 책이야. (이왕이면 좋은 말로 해줄걸.. 되게라는 말을 썼더니 그 이후로 아이도 "되게 재미있는 책 읽어주세요." 한다.) " 하면서 무섭지 않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특히나 으르렁 하는 부분을 무섭게 효과음을 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듯, 운율을 넣어 으르렁~ 하고 (마치 도로롱 소리 내듯) 읽어주니 아이도 무서워하지 않고 책을 잘 받아들였다. 그리고 제법 재미난듯, 다음부터도 책을 먼저 들고 와 "되게 재미있는 책 읽어줘요." 하고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리암 이름에 아들 이름을 넣어 불러주니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림책을 보고 놀랐던 것은 리암이 무서운 꿈을 꾸고 있더라도 스스로 이겨낼수 있는 강인함과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어릴 적에 겁이 많았던 터라, 꽤 늦도록 밤마다 무서운 꿈에 시달리곤 했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도 무서웠고 자다가 귀신 꿈이라도 꾸는 날엔 엄마, 아빠 사이에 누워 자야만 안심이 될 정도였다. 꿈에서 귀신이나 무서운 존재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리암은 그 답을 들려준다. 그 답은 내가 예전에 과외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선생님도 너무나 무서운 꿈을 꾸고 (거의 고질라 수준의 괴물이 강 저편에서 온 마을을 몰살시키고 있었다 한다. ) 괴물이 다가오는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다가, 꿈 속에서도 저 괴물을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에 아주 커다랗고 절대 빠져나올수없는 단지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 단지가 생겼고, 내 꿈이니까) 그 단지에 괴물을 잡아넣으니 결국 꿈도 이기도, 더이상 무섭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생각하면 우스울수있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정말 악몽에 대한 공포가 크고, (꿈이다 생각한다는게 꿈 속에서는 느껴지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많았기에 자신의 의지가 강해서 악몽을 이겨낼수있는 대범함이 무척 부러웠다.

리암은 아주 작은 꼬맹이지만, 당돌하게도 무섭고 커다란 곰을 이겨내는 방법을 깨달았다.
웃으며 읽었지만 그때의 이야기가 떠올라 리암의 지혜에 다시한번 놀라워했다. (용기와 의지가 있으면 이겨낼수있는 이야기였다. ) 그리고 악몽을 두려워하고, 또는 대범하게 이겨낼 자신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지혜로운 책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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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리 -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그릇
이승화 지음 / 우듬지 / 2011년 9월
품절


결혼 후 여러 한식 반찬을 순식간에 촤라락 펼쳐놓을 재주가 부족한 초보 주부는 한 그릇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의 돈부리는 그런 면에서 김치와 함께 후루룩 먹기 좋은 맛있는 메뉴 중 한가지였고, 꽤 많은 돈부리가 있음에도 내가 여태 만들어본 것은 규돈과 가츠돈이 전부였다. 규돈은 양념해둔 불고기가 있을때 밥 위에 후루룩 말아(소스는 따로 만들어) 내놓아봤는데, 단 것을 싫어하는 신랑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반응이 실패였고, 가츠돈은 그런대로 마음에 들어해서, 돈까스 구울때마다 종종 만들었던 메뉴였다.

몇년전 내가 직장 생활 할때 돔부리인지 돈부리인지 국내 모 대기업에서 3분 덮밥 소스처럼 나온 적이 있었다. 종류가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사먹는 돈부리에 반해있을때라 (자취할땐 더욱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다) 냉큼 사봤던 기억이 있는데, 시판 덮밥 소스로 짜장이나 카레에 비해 가격은 비싸고, 맛은 대중화되기 어려워 상품화로 성공하진 못했던 것 같다. 집에서 새로운 메뉴 먹어볼때 나같은 자취생들이나 가끔 사먹을까..


돈부리에 대한 여러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일본 요리책이나 다양한 요리책을 접할때 가츠돈 레시피편이나 다른 돈부리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그러다 돈부리만으로 레시피가 나온 책, 게다가 줄서서 먹는 열혈팬을 갖고 있는 홍대 돈부리의 이승화 요리사가 직접 쓴 요리책이라고 하니, 아, 이거 횡잰데? 하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처음부터 가츠돈(내가 알게 된 첫 돈부리)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흔히 접하는 주위의 일식과 분식을 섞어놓은 듯한 체인 등에서 맛을 본 가츠돈은 밥 위에 돈까스 하나 턱 얹혀 있고, 짭잘한 소스가 너무 적게 뿌려져 있어서 돈까스를 뻑뻑하게 다 먹고 나면, 남은 밥은 소스도 없이 (반찬까지 없이) 맨밥으로 먹거나 단무지와 먹어야 하는 황당한 메뉴였다. 그러다 강남역의 모 식당에서 비벼 먹지 않고 그냥 떠먹어도 될 촉촉한 가츠돈을 맛보고, 아, 이거야~ 싶은 마음에 제대로 가츠돈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지금 집에서 내가 만들때도 촉촉한 소스를 늘 염두에 두고 만든다. 실제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메뉴들은 다행히 대부분 촉촉하고 양념이 잘 배어든 가츠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기에 가보지 못한 홍대돈부리라도 예전 내가 좋아했던 식당을 떠올리며 아마 그렇게 줄서서 먹는 맛있는 곳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환영하며 읽었다.



돈부리가 이렇게 다양한가 싶을 정도로 꽤 많은 돈부리 메뉴가 소개된다.

그리고 책마다 돈부리 소스가 참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이 책의 돈부리 소스는 더욱 간편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당장 미림을 사러 마트로 달려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사본적이 없는 미림이었는데, 가끔 일식 레시피 책에 필요하다고 나와서 마트에 갈때마다 만지작 거렸는데, 이 책을 보니 미림이 필수다.) 내가 만든 가츠돈 소스는 쯔유를 넣어 만드는 것이었는데, 책에서는 쯔유가 따로 필요가 없었다. 다시 국물과 미림, 간장 등을 이용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소스에 우선 관심이 갔고, 돈까스와 불고기 외에도 정말 많은 재료를 갖고 멋진 한그릇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데에 놀라움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레시피의 난이도까지 상중하로 나와 있어서,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난이도를 찾아 성공할 레시피를 찾을 수도 있게 도움을 주었다.

일본 정통 돈부리뿐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퓨전 레시피까지 소개되어 인기 비결을 끌고 있는 다양한 메뉴를 소개해준 고마운 레시피북.

돈부리로 아침, 점심, 저녁, 야식 돈부리까지 소개되어 돈부리는 점심과 저녁에만 먹던 메뉴라는 편견을 날려주었다

참치와 갈은 마로 후루룩 넘어가는 입넘김을 부드럽게 한 건강식 마구로도로로동, 영원한 내 사랑 가츠동, 햄버그 스테이크도 올릴 수 있냐. 로코모코동, 멕시코 스타일 놀라운 레시피 타코 라이스, 튀김부터 맛나게 가키아게동, 내 사랑 닭다리 스페셜이 펼쳐내는 야식 돈부리 시리즈의 주메뉴들 등까지.. 아, 거기에 일본 여행때 가장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메뉴 중 하나인 나가사키 짬뽕으로 만든 나가사키 짬뽕동도 소개되어 있었다.



가츠동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껴가던 터에 다양한 돈부리를 만나니 한그릇으로 푸짐하면서, 색다른 요리로 특식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게 되어 음식 만들기에 여전히 손이 느린 나의 단점을 살포시 덮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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