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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리 - 지상에서 가장 따뜻한 한 그릇
이승화 지음 / 우듬지 / 2011년 9월
품절
결혼 후 여러 한식 반찬을 순식간에 촤라락 펼쳐놓을 재주가 부족한 초보 주부는 한 그릇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의 돈부리는 그런 면에서 김치와 함께 후루룩 먹기 좋은 맛있는 메뉴 중 한가지였고, 꽤 많은 돈부리가 있음에도 내가 여태 만들어본 것은 규돈과 가츠돈이 전부였다. 규돈은 양념해둔 불고기가 있을때 밥 위에 후루룩 말아(소스는 따로 만들어) 내놓아봤는데, 단 것을 싫어하는 신랑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반응이 실패였고, 가츠돈은 그런대로 마음에 들어해서, 돈까스 구울때마다 종종 만들었던 메뉴였다.
몇년전 내가 직장 생활 할때 돔부리인지 돈부리인지 국내 모 대기업에서 3분 덮밥 소스처럼 나온 적이 있었다. 종류가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사먹는 돈부리에 반해있을때라 (자취할땐 더욱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었다) 냉큼 사봤던 기억이 있는데, 시판 덮밥 소스로 짜장이나 카레에 비해 가격은 비싸고, 맛은 대중화되기 어려워 상품화로 성공하진 못했던 것 같다. 집에서 새로운 메뉴 먹어볼때 나같은 자취생들이나 가끔 사먹을까..

돈부리에 대한 여러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일본 요리책이나 다양한 요리책을 접할때 가츠돈 레시피편이나 다른 돈부리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다. 그러다 돈부리만으로 레시피가 나온 책, 게다가 줄서서 먹는 열혈팬을 갖고 있는 홍대 돈부리의 이승화 요리사가 직접 쓴 요리책이라고 하니, 아, 이거 횡잰데? 하는 심정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처음부터 가츠돈(내가 알게 된 첫 돈부리)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흔히 접하는 주위의 일식과 분식을 섞어놓은 듯한 체인 등에서 맛을 본 가츠돈은 밥 위에 돈까스 하나 턱 얹혀 있고, 짭잘한 소스가 너무 적게 뿌려져 있어서 돈까스를 뻑뻑하게 다 먹고 나면, 남은 밥은 소스도 없이 (반찬까지 없이) 맨밥으로 먹거나 단무지와 먹어야 하는 황당한 메뉴였다. 그러다 강남역의 모 식당에서 비벼 먹지 않고 그냥 떠먹어도 될 촉촉한 가츠돈을 맛보고, 아, 이거야~ 싶은 마음에 제대로 가츠돈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지금 집에서 내가 만들때도 촉촉한 소스를 늘 염두에 두고 만든다. 실제 레시피를 보고 만드는 메뉴들은 다행히 대부분 촉촉하고 양념이 잘 배어든 가츠돈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기에 가보지 못한 홍대돈부리라도 예전 내가 좋아했던 식당을 떠올리며 아마 그렇게 줄서서 먹는 맛있는 곳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환영하며 읽었다.
돈부리가 이렇게 다양한가 싶을 정도로 꽤 많은 돈부리 메뉴가 소개된다.
그리고 책마다 돈부리 소스가 참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이 책의 돈부리 소스는 더욱 간편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당장 미림을 사러 마트로 달려가고픈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사본적이 없는 미림이었는데, 가끔 일식 레시피 책에 필요하다고 나와서 마트에 갈때마다 만지작 거렸는데, 이 책을 보니 미림이 필수다.) 내가 만든 가츠돈 소스는 쯔유를 넣어 만드는 것이었는데, 책에서는 쯔유가 따로 필요가 없었다. 다시 국물과 미림, 간장 등을 이용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소스에 우선 관심이 갔고, 돈까스와 불고기 외에도 정말 많은 재료를 갖고 멋진 한그릇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데에 놀라움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레시피의 난이도까지 상중하로 나와 있어서, 처음 시도해보는 사람들도 난이도를 찾아 성공할 레시피를 찾을 수도 있게 도움을 주었다.
일본 정통 돈부리뿐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퓨전 레시피까지 소개되어 인기 비결을 끌고 있는 다양한 메뉴를 소개해준 고마운 레시피북.
돈부리로 아침, 점심, 저녁, 야식 돈부리까지 소개되어 돈부리는 점심과 저녁에만 먹던 메뉴라는 편견을 날려주었다
참치와 갈은 마로 후루룩 넘어가는 입넘김을 부드럽게 한 건강식 마구로도로로동, 영원한 내 사랑 가츠동, 햄버그 스테이크도 올릴 수 있냐. 로코모코동, 멕시코 스타일 놀라운 레시피 타코 라이스, 튀김부터 맛나게 가키아게동, 내 사랑 닭다리 스페셜이 펼쳐내는 야식 돈부리 시리즈의 주메뉴들 등까지.. 아, 거기에 일본 여행때 가장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메뉴 중 하나인 나가사키 짬뽕으로 만든 나가사키 짬뽕동도 소개되어 있었다.
가츠동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껴가던 터에 다양한 돈부리를 만나니 한그릇으로 푸짐하면서, 색다른 요리로 특식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리게 되어 음식 만들기에 여전히 손이 느린 나의 단점을 살포시 덮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