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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전사 호머와 육식 동물의 전쟁 ㅣ 만화 판타지 생물계 대모험 5
곰돌이 co. 글, 김신중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왜 5권에는 퀴즈가 없을까 생각해봤더니, 제목이 좀 달랐다. 마법전사 호머 시리즈가 개정 전에는 호머 사이언스였나보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를 패러디한 재치있는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개정판 제목이 좀더 와닿는 듯 했고, 내용도 더욱 알기 쉽게 느껴졌다.
7권에서 라비 아빠를 찾는 대목이 나와서, 아기 사자 라비가 언제 등장하나가 궁금했다.
바로 5권이 라비와 그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초원의 지배자 사자와 하이에나의 대결. 그들을 부추긴건 마왕의 부활을 꿈꾸는 파충류들이었다. 워낙 둔감해 주인공 호머의 변신에도 크게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털이 빠져서 볼품없게 된 호머가 7권에서는 깔끔한 모습이어서 어떻게 된건가 했는데 그 뒷이야기도 이번편에 실려있었다.
사실 호머의 스승인 나이룽은 마을을 지키기 위한 마법에 전력을 다해, 마법을 전혀 쓸수 없는 연약한 나무늘보가 되어버렸지만, 자신의 제자 호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 그들의 수호자 격으로 몰래 뒤를 따라오게 되었다. 마을에 있을때는 호머를 괴롭힌다 생각해 호머가 호시탐탐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던 스승이었건만 그의 깊은 사랑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특히나 중간에서 딴 목화씨로 호머가 입을 옷과 두건을 짜서, 다른 동물을 통해 살짝 호머에게 건네주어 듬성듬성 볼품없게 된 호머의 털을 가리게 해준 것은 마법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스승의 오롯한 마음의 표시였다. (비록 호머는 모를지라도 말이다.)

아빠 사자가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린 후로, 라비와 엄마는 다른 숫사자들의 공격에 집까지 잃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또 혼자 길을 나섰던 라비가 하이에나 떼의 공격을 받아 위험한 처지에 이르자, 호머는 너무 무서운데도 상황을 지나치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도 그 앞에 나서게 되었다. 마침 지나가던 마밍과 카요테가 없었더라면 호머도 위태로웠을 그런 순간이었다. 라비는 마밍의 화려한 솜씨에 반해 존경하게 되고, 스승으로 삼고자 한다. 카요테는 주체할수 없이 무시무시한 힘이 솟아나는 것에 두려움과 의구심이 들게 되었고 말이다.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기는 했어도 나쁜 캐릭터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7부에서의 많은 궁금증들이 앞 권들을 읽으며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카요테가 이렇게 해서 일행과 멀어지게 되었구나 하는 것에서부터, 착한 본성과 비늘로 인한 힘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고뇌 (또한 그는 태생적으로 뭔가 다르다는 비밀이 숨겨진듯 했다.)가 호머의 출생의 비밀만큼이나 궁금한 앞으로의 일이 되었다.
동물의 세계는 인간과 닮은 부분도 많지만 다른 부분도 상당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의 경우, 강한 힘을 자랑하는 숫사자가 당연히 사냥을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암사자가 주로 사냥을 하고, 숫사자는 얻어먹기만 하는 "나쁜 남자야."하는 숫사자 사진 속 독백도 웃음이 났다. 암사자가 사냥한다는 대목은 예전에 들어 알고있는 부분이긴했지만 말이다.
하이에나 이야기 중에서 여왕 이야기가 나와서 혹시나 했더니, 세 종류로 나뉘는 하이에나 중 몸집이 가장 큰 얼룩하이에나가 육식 동물 중 유일하게 암컷이 최고 대장이 되어 무리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만화, 책,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하이에나의 진정한 무서움을 접했기에 동물원에 가서도 하이에나를 보면서, 생각보다 큰 덩치에 놀랐었는데, 내가 본 하이에나가 얼룩 하이에나였나보다. 그러고보니 하이에나가 선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는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이에나가 흔히 썩은 고기만 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사냥도 하고 다른 동물의 먹이를 뺏기도 하기에 사바나의 먹이사슬에서 사자와 함께 거의 맨 윗부분을 차지하는 동물이라 한다. 초원의 왕 사자도 이들을 쉽게 당해내지 못하고, 무리에 암사자가 적어도 열마리 이상 있어야 (숫자사도 아니고)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뺏길 염려없이 안심하고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배경지식을 모르고 중간을 읽었을때의 재미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니 (역시 스토리가 있는 시리즈는 단행본과 달리 그런 맛이 있다.) 곱절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파충류의 이간질로 사자와 하이에나가 무시무시한 대격돌을 벌이게 되어, 호머와 마밍도 위기에 빠질 상황이었는데, 제일 재미날 순간에 또 끝이 나 버려서 다음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