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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 2 - 후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ㅣ 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 2
씨앗들의 열린 나눔터 핵교 지음, 박동국.유남영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절판
대전에서 논산을 가는 길목에 개태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유명한 절인지도 미처 몰랐고, 절 이름이 왜 개태사일까? 하면서 어감이 좀 나쁘지 않나 하고 짧은 생각을 했었지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때의 부끄러운 제 모습이었네요. 따로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이 책 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를 통해 우리 주변의 체험 명소를 통해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그런 시간을 갖게 되었지요.
후삼국을 통일한 뒤, 왕건은 후백제를 무찌른 기념으로 황산(지금의 논산)에 '개태사'를 짓도록 했어요. 황산벌 근처의 호족들과 그곳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지요. 개태사의 '개태'는 '태평한 시대를 연다'라는 뜻이예요. ..중략.. 한창때에는 승려가 100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해요. 개태사는 왕건이 죽은 이후로도 나라에 어려움이 닥치면 고려의 중신이나 임금이 찾아와 기도하고, 점을 치던 고려의 중요한 사찰이었어요. 32.33p
근처에 또 견훤왕릉도 있다고 하네요. 발로 배우는 우리 역사란 발로 뛰며 찾아다니면서 실제 유적지를 돌아보고, 역사적 배경에 심취하게 되는 그런 체험학습을 이야기하는 듯 해요. '개태' 만큼이나 '발로 배운다'는 말도 어감이 좋지 않다고 느꼈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읽을수록 빠져드는 그런 책이어서, 아이랑 아빠가 노는 동안 엄마 혼자서 이 책에 푹 빠져 읽었답니다.
후백제와 고려의 역사였는데, 제 시조이신 신숭겸 장군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구요. (고려의 개국공신이라 그럴거예요.) 귀에 익은 여러 지명이 이렇게 역사와 깊이 관련되는 것들을 알게 되니 다시 보게 되고, 또 지명만 알고 넘어가기보다 가까운 곳들부터 차근차근 둘러봐야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되었답니다. 배경을 먼저 알고 둘러보는 유적지는 더욱 감회가 남다르겠더라구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던 순간이랍니다. 어머님께서 다니시는 절이 대구 팔공산이었는데, 멀기도 하고 말로만 듣던 그 곳도 책에 실려서 어떤 사연인가 하고 읽어보니 왕건을 대신하여 신숭겸이 전사한 자리에 지묘사를 세웠는데, 고려 멸망후 지묘사는 사라졌지만 나중에 후손들이 표충단과 표충사, 충렬비를 세운곳이 대구 팔공산이라고 하네요. 춘천에 있는 신숭겸 장군의 묘가 세개의 똑같은 무덤으로 이뤄져 있어 의아했는데, 머리가 없어진 신숭겸을 위해 왕건이 황금으로 머리를 만들어 장례를 치뤄주었기에 황금 머리를 도둑 맞을까봐 똑같이 생긴 묘를 2기 더 만든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춘천 투어를 갔다가 신숭겸 장군의 묘에서 절을 하고 왔던 기억이 있는데, 대구 팔공산에도 언젠가 가게 되면 그 일을 꼭 빼먹지 못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최근의 유적지 사진을 실어서 교과서 밖에서 공부하는, 발로 배우는 역사 공부에 도움을 주는 책이었어요. 오랜만에 읽는 국사였음에도 일화와 사진등이 쏠쏠히 들어가 공부하는 느낌보다 이런게 있었지 하는 과거 회상의 느낌으로 새록새록 다시 머릿속에 살아나는 지식들을 되짚어 가는 것도 참 재미났답니다.
고려의 아름다운 청자 문화와 뛰어난 우리의 금속활자 인쇄 기술을 알리는 내용도 실려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으로 직지가 인정받기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인 박병선 박사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니, 백발에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박사님의 모습이 더욱 푸근하게 느껴졌답니다. 고마운 마음을 한가득 담아서 말이지요.
송도라 불리면서 고려의 수도로 500년을 함께 한 개성에 고려의 유적이 많이 있을텐데 북한에 있어 못 보는 것이 많이 아쉬움이 남았어요.
오늘날 서울 깍쟁이라고 부르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사실은 개성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하네요. 개성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은 개성 사람을 가리키는 '개성 깍쟁이'라는 말에 대해 이렇게 얘기해요. "깍쟁이는 '가게 쟁이'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만큼 개성에 가게가 많았다는 얘기지요. 사실은 개성 사람들은 깍쟁이가 아닙니다."라고 말이지요. 187p
첨성대 하면 신라의 첨성대, 경주에 있는 것을 떠올리기 쉽상이었는데, 개성에도 고려의 첨성대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개성에 가서 보기 힘든 그 첨성대를 대전의 국립 중앙과학관의 역사의 광장에 가면 우리나라 전통 과학 기구 중, 신라의 첨성대, 고려 개성의 첨성대, 그리고 조선의 관상감 관천대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 해요. 대전에 살면서도 국립중앙과학관에 딱 한번밖에 못 가봤고, 자세히 둘러보지 못했는데, 개성에만 있는 것을 이곳에서도 볼수있다고 하니 다음에 가면 꼭 눈여겨 찾아보겠다마음먹게 되었지요.
이처럼 발로 뛰면서 더욱 기억에 남을 역사를 배워봤기에 정말 유용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좋아하는 터였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뭔가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될만한 체험학습이나 여행을 같이 즐기고 싶었는데, 이런 책의 도움이 있으면 가고 싶은 곳을 고르기가 더욱 수월해질것같네요. 부록으로 들어있는 숙제 도우미 사진첩에는 생생한 유적지 사진과 더불어 뒷면에 간단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어서 역사 숙제를 할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네요. 아직 검색되는 책으로는 2권까지만 나온 것같은데 최종 예정은 총 4권으로 우리역사를 분석, 정리할 거라고 하니 다른 편에서는 또 얼마나 몰랐던 체험 역사 공부를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