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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리버보이로 유명한 팀 보울러의 신작 블러드 차일드를 읽었다. 리버보이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프로즌 파이어 이후 두번째 만나는 팀 보울러의 작품이었다. 환상적인 분위기 (그 환상이라는 것이 꼭 이상향에 가까운 환상이라기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런 신비한 기운 등을 일컫는다)로 성장기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팀 보울러 작품의 특징인듯 한데,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성격까지 가미되어 기존 작들과 좀더 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그리고, 책을 펼쳐든 후 꽤 두툼한 책이었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끝장을 덮고 있는 날 발견했다. 정말 몰입도가 상당했다.
윌이라는 소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기억을 잃고 말았는데, 그를 구한 소녀와 그에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놀라운 신비한 소녀의 영상, 두 소녀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소녀와 어두운 그림자를 보고, 마을의 '병'을 끊임없이 지적한다. 사실 기억을 잃기 전에도 그 불편한 상황때문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받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왔던 그였다. 특히 교회에서 이곳이 병이 들어있다고 크게 소란을 일으킨 이후로 신앙심 깊은 사람들에게 거의 악마와도 같은 적대감을 품게 만들기도 했다.
윌의 부모조차 윌을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는다. 그가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같기를 바라고, 자식이 본다는 그 환영의 존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윌로 인해 끝없이 이사를 다녀야 하고, 사람들의 원성을 받는 일에 지칠법도 했지만 부모의 불신은 윌에게 역시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이 윌을 믿어주지 않는 때에 소수의 몇명만 윌을 믿어주었다. 노숙자 크로와 방탕하다고 소문이 난 베스, 그리고 마을의 신부 존이 그들이었다. 기억상실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윌은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마을의 어두운 그림자때문에 뭔가를 해야한다는 사명감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협해오는 괴한들의 습격, 그리고 노숙자 크로의 죽음. 윌이 계속 경고를 했으나 마을 사람들은 윌을 믿지 못했다. 그저 미친 소년의 넋두리 정도로만 생각했을뿐..
내 생각에 넌 그게 뭔지 거의 알아낸것 같아. 이 마을을 병들게 하는 원인. 이건 그냥 내 감이야. 네 태도가 어딘지 달랐거든. 냄새를 맡은 사냥개 같았다고 할까. 공교롭게도 그때 사고가 난거야. 87p
평범함을 가장하고, 온화한 교회의 신도로 활동했던 마을 사람들의 위선 (물론 어른들 모두가 위선자들은 아닐지라도) , 겉으론 미친 소년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정상적이었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윌, 그리고 윌을 위협해오는 괴한과 윌을 두렵게 만드는 그림자들. 그 궁금증을 파헤치기 위해 책장을 펼친 그 순간부터 덮을 때까지 잠시의 쉼을 허락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해서 그의 말을 믿지 못할 것이라 치부해버린 사람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마을사람들, 아니 윌의 부모라고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자식을 믿어줄 사람은 바로 부모가 되어야하지 않았을까. 부모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서 파생되는 아이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일지.. 소설에서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피하려 애쓰기보다, 진심으로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정말로 필요한것이라고, 그것이 자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가 되어야할 것이라 느낀 그런 소설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