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 마시지 마라 -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는 당신에게
하워드 뮤래드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뜰 / 2011년 9월
절판
물, 마시지 마라! 꽤 경고성이 강한 그러면서도 궁금증을 일으키는 그런 제목이었다.
요즘 들어 인문 서적보다는 실용서적과 문학 등을 좋아했던 나로써는 오랜만에 읽은 인문서였는데, 건강에 관한 내용이면서도 꽤나 참신하게 쓰여져 (어쩌면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낼 글 재주가 있는 작가인지도) 읽자마자 내려놓지도 못하고 내리 다 읽고 잠에 빠져들었다. 사실 어제 오랜만에 거의 날을 새다시피 해서 몹시 졸린 상태였기때문에 책을 펼쳐들때만 해도 자기 전 잠깐 앞부분이라도 맛보고 잘까 했었는데, 몹시 피곤한 상황에서도 도저히 읽던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가독성이 있었다. 건강에 관심이 많고, 게다가 여태까지의 이론 <하루 8잔의 물이 주는 건강에 대한 이론>을 완전히 뒤엎어버리는 이야기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사실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신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 이론이 사실은 미국에서 건너온 것이라 한다. 유럽인들은 미국인들이 자동차 안에 생수병까지 놓고 물을 마시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는데, 우리는 왜 이것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온것일까? 인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게 수분이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채워줘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게 그동안의 중론이었다. 책에서도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라는 것을 반박하지는 않는다. 다만 좀더 다른 관점이, 인체의 물 중에서도 세포 내의 물에 주목을 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물을 마셔도 도로 배설되어 나오거나, 세포 밖을 떠돌며 부종을 일으키는 물보다, 세포 안을 채우는 물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것이다.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여 세포의 활동을 돕고, 그 안에 수분 저장력을 높이면 인체도 자연히 건강해지고, 사람들이 바라는 노화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화나 질병, 심지어 주름의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공통 현상은 우리의 조직에 물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몸에 탈수가 아주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세포와 결합 조직에는 물이 점점 더 적어지고,
세포와 결합 조직이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질수록 우리는 더 늙어간다. 36p
타이어만 빵빵하다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몸의 세포도 타이어와 같다.
세포만 빵빵하다면 모든 것이 잘 굴러간다. 37p
그렇다면 세포 안을 채우는 물은 어떻게 마셔야 하는 걸까? 저자는 물을 마시지 말고 먹으라고 말을 한다.
꼭꼭 씹어서 먹으면 물을 먹는 것이 되는 것일까?
물을 좋아하시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보통의 사람들에게 신경써서 마셔야하는 8잔의 물은 사실 양이 너무 많다. 저자는 그 양이 물을 마셔서만 얻어지는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통해 얻어질수 있는 양도 더해지는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먹어야할 물은 바로 채소와 과일임을 언급해주고 있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자, 건강에 좋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섬유소, 비타민 등으로만 설명되기에는 그 중요성에 비해 효과가 너무 약하다는 느낌이 그동안은 강했다. 그러나 저자는 세포의 물을 채우고 보관하는데 채소와 과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함으로써,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건강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채소와 과일 등을 즐기는 것을 알았지만, 의식적으로 먹으려 해도 자꾸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왜 먹어야하는지를 명확히 알았기에 실천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워터시크릿으로 가는 10단계 과정에 식단과 조리법도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채소와 과일 중에서도 챙겨 먹어야 할것, 그 중에서도 유기농으로 반드시 먹어야할 것도 따로 표기되어 있었다.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 외에도 소금을 줄여 먹을 수 있는 양념의 비결과 (놀랍게도 허브라 소개된 그 비법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고추와 마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식 전통식을 잘 생각해보면 건강의 비결이 바로 그 안에 담겨있음을 깨닫게 된다.) 조리 기구, 그냥 마시는 물 등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건강을 돕도록 도움을 준다.
10주 후 몸 속 세포를 완전히 새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그의 비법은 10단계의 실천사항과 10일간의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소와 과일의 섭취량을 늘리는 것 외에도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보조제의 공급, 그리고 운동, 수면, 봉사 등 다양한 방침이 소개된다.
그 하나하나가 세포내 수화 과정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의 설명도 곁들여진다.
AHA라고 많은 화장품 등에 소개되는 성분이 있다. 귀에 익은 성분이었는데 이 성분을 피부 미용업계에 알린 것이 이 책의 저자인 하워드 뮤래드라는 설명이 있었다. 1989년에 뮤래드 피부 연구소를 세우고, 최초의 '닥터 브랜드'를 개발했다. 사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피부과 의사이자, 동시에 약사이기도 하다. 의대에 진학하기 전에 약대를 나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 두 전공을 동시에 살려서 그는 피부과 부분의 독보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가장 진보적인 의사 <보그>, 뷰티의 천재<엘르>, 피부 구세주<뉴욕 타임스>등의 찬사를 받기도 한 그는 비저너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피부 관리를 위해 피부겉면에만 바르는 화장품과 약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 몸속, 그러다 세포내까지 관심을 갖게 되어 피부 노화만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최대한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대중의 삶까지 관심 분야를 확장하게 되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그의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강을 방치해왔는가, 노화 촉진에 얼마나 앞장서왔는지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여느 소설책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몰입도가 있어서 쉼없이 끝까지 읽어갈 수 있었다. 새로운 이론을 만나 기쁘고, 억지로 생수 8잔을 마셔야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앞으로는 나도 물을 마시지 않고 먹고,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