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타기는 정말 진짜 너무 힘들어 - 분류 기준 456 수학동화 10
이재윤 글, 노자매(노미경.노인경) 그림, 강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9월
품절


아이에게 전집을 잘 사주지 않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다양한 장르로 구분된 전집을 사주는 엄마들에 비해 책을 고르고 구색을 맞추는게 좀 힘들기도 하다. 특히나 단행본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창작동화와 달리, 자연관찰, 수학 동화 등 특징있는 단행본들은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에 아이세움에서 4~6세 대상의 수학 동화 단행본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딱 네살 우리 아이 연령에 잘 맞는 책이었기에 더욱 좋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각종 탈 것 중에서 우주선도 요즘 아이의 관심사 한 자리를 톡톡히 차지한다. 그래서 책 속 우주선은 아이에게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어? 그런데 평소에 만나본 유선형 로봇 모양 우주선과 좀 모양이 다르다. 게다가 우주선에 타려고 모여있는 친구들도 어째 모양이 낯설다.
대상은 외계인들, 지구에서 머나먼 우주에 살고 있는 외계인 여덟 친구가 지구로 놀러가기 위해 네모, 동그라미 두 대의 우주선에 네명씩 나누어 타야한다는 설정이었다.

다들 타고 싶은대로 타려고 하니 한 쪽에 너무 몰려서 두 친구들을 골고루 나누어야 하는데, 그때 등장하는 분류 기준들이 참 재미나다.
친한 친구끼리 타야지. 아이들 세계 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를 기준으로 하니 객관적이지 못하고 모호한 기준이라 역시 똑같이 네명씩 나뉘지가 않았다. 착한 친구, 키 큰 친구로도 각자 주관적인 의견을 내놓아 무산이 되었고, 얼굴색도 좋은 생각인 듯 했으나 외계인들은 얼굴색이 분홍, 하양 모두 반쪽인 경우도 있어서 역시 잘 맞지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합리적인 분류 기준을 찾아내는 친구들. 그 기준에 맞추어 친구들을 딱 넷으로 우주선에 태우고 나니 읽는 이까지 뿌듯해진다.
나도 해볼래 코너에서는 다양한 친구들이 장보고 온 코너를 보고서, 같은 가게에 다녀온 친구들끼리 묶어주기, 야구장과 수영장에 가야하는 친구들의 차림새를 보고 제대로 못 찾아간 친구를 찾아내기 등의 추가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또 색깔 모양 카드 48장과 주사위 두 개가 들어 있어서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백미였다. 우리 아이도 동화책도 좋아했지만 카드 게임을 더 즐거워했던 것 같다. 책에 나온 대로 체계적으로 게임을 해도 좋았겠지만 아직은 어려서 색깔 골라내기, 모양 골라내기 등의 게임부터 맛보기로 시작하였다. 금새 척척 해내며 즐거워하는 아들, 누가 해도 공평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객관적 분류 기준임을 잘 알게 해주는 그런 수학 동화였다. 수학 동화란 이런 거구나 알게 해주는 책이라 좀더 다양한 수학 동화를 접하게 해주고픈 마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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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토끼의 추석 알콩달콩 우리 명절 5
김미혜 글, 박재철 그림 / 비룡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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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난지 얼마 되질 않았다. 추석에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며칠 지나고 읽어주니 좀 아쉽긴 했어도 그래도 아이가무척 좋아하는 책이고 아이가 지낸 추석과 비교하며 이야기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 우선 그림도 재미나고, 내용 역시 새롭고 재미나다. 이제 36개월인 우리 아이도 처음 읽어주는 책인데도 책 낯가림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재미있어 하며 끝까지 관심있게 본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 낯가림이라는 말이 맞는 표현은 아니겠지만, 처음 책을 보면 바로 좋아하지 않고 한 며칠 지나서야 좋아하기 시작하는 우리 아들에게 처음부터 환영받는 책은 드문 편이었다. 그것도 자동차 등 아이가 좋아하는 특정 소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추석이라는 소재가 아이에게 흥미롭지 않을거라 생각하였는데 웬걸, 귀여운 토끼의 눈으로 따라가는 추석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꽤나 관심을 갖고 들으며 중간중간 질문까지 하였다.

쿵덕쿵덕 달나라에서 방아를 찧던 분홍 토끼가 그만 절굿공이를 놓치고 말았다. 달나라에서 떨어진 절굿공이를 찾아 구름징검다리를 건너 토끼가 은빛마을로 내려왔다. 책에서는 나처럼 딱딱한 문어법이 아닌 구어체의 말투가 정겹다. 절굿공이를 놓치고 말았지 뭐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입에 착착 감기니 읽어주기도 편했고 듣는 아이도 더 편안해보였다.
이름도 친근한 달동이 해동이 가족네 추석 쇠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할머니와 함께 절구를 콩콩 찧는 대목을 보고 아이가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하고 물어보았다.
다시 읽어주다보니 할아버지 산소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돌아가신 듯 했는데 양가 조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터라 아기에게는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모습이 참 낯설었나보다.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돌아가셨나봐" 하고 간단히만 짚어주고 넘어갔다.

너무나 귀여운 분홍 토끼가 절굿공이를 찾았으나 달나라로 돌아가려 하니 조각 구름이 사라져버려 돌아갈 길이 막연하였다. 하는수없이 아이네 집 근처에서 조각 구름을 찾아 다니다가 추석 풍경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 주된 줄거리였는데 분홍 토끼가 참으로 사랑스럽다. 절굿공이를 안고 잠든 모습서부터 송편 찌는 냄새에 반가워하는 귀여운 표정까지도 말이다.


추석 아침 모두들 차례 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관심있게 물었다. 사실 우리 집은 시댁에서 차례를 지낼때 친척분들이 많이 오셔서 북적이질 않고, 간소하게 아버님과 우리 가족만 지내고 있어서 아이 눈엔 북적북적한 대가족이 모두 모인 모습이 무척 낯설었을 것이다. 어른들 한사람 한사람을 짚어가면서 누구냐고 묻는데, 큰 아버지, 작은 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등 아이가 만나지 못한, 혹은 만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명칭들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도 관심을 갖고 묻는 아이 모습이 귀여워 책의 맥락이 계속 끊기는데도 열심히 대답해주었다 (능력껏)

알콩달콩 우리 명절 추석 편의 설명 중에는 추석에 대한 정의와 옛 문헌에 나타난 추석 이야기, 그리고 추석 놀이와 전국의 풍속 등이 잘 나타나 있었다. 아직 유아라 어린 아이에게는 동화 앞 부분 위주로 많이 들려주고, 뒤 이야기는 우선 엄마의 관심으로 읽어보았는데 강강술래, 소놀이 등은 들어봤어도 경기도 충청도 지방에서 한다는 거북놀이는 생소하였다. 또 벌거벗고 밭고랑을 기는 풍습은 전라도 진도의 풍습으로 아이들의 액을 막고, 몸에 부스럼을 방지하고 밭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일석 삼조의 풍습이었다 한다. 책에도 등장한 올게심니는 문맥상 이해하기는 했지만 처음 듣는 용어였는데 햇곡식의 이삭을 한줌씩 묶어 기둥이나 대문 위에 걸어두는 것이었다 한다.

엄마의 저질 찍사 실력.ㅠ.ㅠ

귀여운 토끼의 밝은 모습으로 만나본 반가운 추석 이야기, 추석은 지났지만 아이는 하루에도 두번 이상 읽어달라 할 정도로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가 읽어도 재미난 책이라 아이와 구름 징검다리 건너기 독후활동도 해보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덧붙임: 그러고보니 알콩달콩 우리명절 시리즈로 누렁이의 정월대보름도 읽어보았는데, 슈퍼 누렁이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 무척 재미났던 동화로 기억을 한다. http://melaney.blog.me/5008450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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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시
패트리스 채플린 지음, 이재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9월
절판


성배의 전설 하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두번이나 가게 만들고, 책까지 사서 너덜거리게 보게 만들었던 다빈치 코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그런 이야기였다. 이후로도 성배 전설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여전히 성배는 놀라움을 가득 안겨주면서 호기심 가득한 그런 소재가 되었다. 어찌 그 놀라운 소재가 오랫동안 비밀로 묻혀있다가 대중 앞에 떡 하니 등장하게 되었는지 소설의 이름을 빌었다 해도 정말 대단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또다른 성배의 이야기, 그것도 실화를 바탕으로 씌였다는 이 책 비밀의 도시를 읽게 되었다.

"물론이야. 여기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니까."
"전쟁이요?"
하지만 전쟁은 답이 아닌 듯 했다.
"시공을 초월하는 영적 여행. 지로나를 지속적으로 다른 영역들과 연결하는 여행." 131p

15살의 어리고 당돌한 소녀 패트리스는 친구와 함께 과감히 집을 떠나 정착하게 된 스페인의 지로나에서 운명과도 같은 연인 조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평생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이해하기 힘든 그런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진실로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 둘이면서도 둘은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게 되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 조세는 "보관자"로써, 중요한 비밀을 간직하고 언제나 베일에 쌓인 사람이었던 반면, 너무나 예리한 감을 지녔던 패트리스는 그런 조세 주변을 맴돌며 자꾸만 더욱 많은 비밀에 접근해가고자 한 그런 인물이 되고야 말았다. 그래서 어쩌면 둘은 너무나 사랑하면서 평생 물과 기름처럼 겉돌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그때 나는 그곳에 있어서는 안될 것을, 심지어 사나운 악몽에서도, 갈 데까지 간 몹쓸 상상 속에서도 있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 사제 옷을 입은 시커먼 형체였다. 그 형체는 '십자가의 길'이라는 조각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사제의 눈빛이 칼처럼 내 눈 속에 휘둘려 꽂혔다. 수백년동안 상상 불허의 방식으로 존재하면서 쌓이고 쌓인 괴력으로 가득한, 칠흑같이 검은 눈이었다. 그리고 사제 뒤에 있는 먼지와 어둠 속에서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사제가 진하고 깊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오직 황금 잔만을 통해서." 179p

책의 표지에서부터 성배전설이 언급되어 있기에 조세가 숨기려했던 진실이 사실 성배를 둘러싼 것임은 일찌감치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그의 연인 패트리스만 뒤늦게 알았을 뿐이었다. 연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은게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없이 감추고 드러내질 않았다. 심지어 정말 중요한 목걸이를 그녀에게 줬으면서도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그녀가 그와 헤어졌을때 소홀하게 그 물건을 팔아버리게 만들기도 하였고 말이다.

성배전설의 진실을 담은 실화라 하였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는데, 초반에는 성배진실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연인의 사랑, 그것도 비밀에 지나치게 얽매인 조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궁금증 아닌 궁금증만 쌓이게 만들어 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들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게 되고, 그 와중에 실제로 많은 성배에 대한 비밀이 누설된 이후에 비로소 조세도 그녀에게 성배에 대한 이야기들을 흘리게 되었다. 물론 그녀도 다른 책들을 통해 성배와 갑자기 부유해진 프랑스 신부 그리고 조세 주변의 의아한 많은 인물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말이다. 실재했다는 두 연인을 다룬 이야기라 성배보다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외로 성배의 진실은 손에 잡힐듯 말듯 하다가 여전히 그 자리에, 지로나의 그 곳에 남겨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실 성배 전설을 다룬 책이 완벽한 결말에 가까워지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더 독자를 확 끌어당길 그런 흡인력은 떨어졌던 것 같다.

사실 성배전설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 이 책의 작가가 찰리 채플린의 며느리가 쓴 책이라는 점이 나는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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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진 살인사건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품절


책을 한참 즐겨 읽고 있는 요즘 , 주위 이웃님들을 봐도 그렇고 추리소설 매니아 분들이 무척 많으시다. 꽤 다양한 작가의 이름을 섭렵하고 계시고, 줄줄 입에서 외워지는 작품들 이름만도 한참이다. 물론 나는 그 축에 끼일래야 끼일수도 없는 생초보다. 그래도 늦게나마 추리소설에 입문해 읽고 있으니 재미는 있다. 어릴 적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은 뤼뺑 (난 루팡이 더 편한데, 초등 고학년 무렵에 무척 두툼하게 읽었던 그 전집의 번역본은 뤼뺑이라고 부담스러운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시리즈였다. 어른이 되어 일본 작가들 소설 중 특히나 미스터리 소설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고, 소설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 시류에 휩쓸려 같이 읽다보니,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분은 꽤나 이 방면에서 유명한 분이었나보다. 소년탐정 김전일은 들어봤는데, 긴다이치 코스케는 나는 사실 처음 들어봤다. 김전일도 찾아 보지는 않았던 터라 설렁설렁 전해듣다보니 긴다이치를 미처 몰랐던 것인데, 그 중에서도 이번 작품 <혼진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최초의 사건을 다룬 작품이라 더욱 추리소설 매니아들을 설레게하는 작품이 되겠다.


저자인 요코미조 세이시는 <혼진 살인사건>으로 제1회 탐정작가클럽 상 장편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고, <문예 춘추>에 역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로 선정된 <옥문도>, <이누가미 일족>, <팔묘촌>, <여왕벌>, <악마의 공놀이 노래> 등의 명작을 차례로 발표하였다. 이웃님들의 서평을 읽다보니 옥문도가 꽤나 재미난 소설인 모양이었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그러게 글들을 쓰신걸보니.. 아뭏든 요코미조 세이시는 2000년 문고본만으로 이미 판매량 6천만부를 넘어서고,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그의 창조인물은 일본의 국민탐정으로 불리고, 그 자신은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추앙받는다하였다. 나는 그의 놀라운 이력 외에도 그가 약국을 가업으로 하는 가문의 약사 출신이었다는게 먼저 흥미로웠다. 가업을 잇느라 집필을 멈추었으면 일본의 셜록홈즈 긴다이치 코스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이번 책에는 <혼진살인사건>외에도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 <흑묘정 사건> 등의 중편이 두 편 더 수록되어 있었다.

소설은 마치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는 양, 추리소설 작가인 y자신이 직접 서술하는 듯한 구조로 씌여 있었다. 아니 도르래우물은 왜 삐걱거리나는 사건을 관찰한 소녀의 서간문 형태를 띠고 있지만 말이다. 또한 긴다이치 코스케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간접적으로만 살짝 언급된것도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였다. 다른 두 작품에서는 긴다이치의 활발한 추리 활동을 엿볼수있다.




혼진 살인사건은 혼진(여관)을 운영하는 명문가 이치야나기 가문의 장남 겐조의 결혼식 날 겐조와 아내 가쓰코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결혼 당일밤의 살인 사건, 그리고 며칠전부터 들렸다는 의문의 거문고 소리, 수상쩍은 세 손가락의 사나이. 범인이 들어올 수는 있지만 나간것은 발견되지 않은 완벽한 밀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겐조가 결혼한 가쓰코는 이치야나기 가문의 옛 소작농의 딸이었지만 근대에 들어 신교육을 많이 받고, 재산도 상당히 많은 숙부 덕에 가문 이외에는 꿀릴 것이 없는 그녀였으나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소작농의 일가로 보고 결혼을 반대하다 겐조의 고집으로 성사된 결혼이었다. 구쓰코의 숙부는 마침 재정적으로 후원을 해준 탐정 긴다이치를 불러 이 사건을 맡기게 되는데 이것이 긴다이치 탐정 이야기의 물꼬가 된다.



한밤의 음산한 거문고 소리, 그리고 너무나 뚜렷이 세 손가락 사나이로 몰아가는 살인 정황들, 사실 독자들은 밀실 사건이든 어떤 추리사건이든 작가가 보여주는 만큼만 보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마 상당수는 작가의 의도대로 생각하다가 혹은 의심을 품더라도 다른 어떤 정보도 없어서 다만 심증만 굳혀나가다가 나중에 구비구비 풀어지는 사건 내역에 아하~ 하고 한번에 사건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꽤나 긴다이치가 명쾌하게 사건을 풀이하고 서술해주기는 한다. 나같은 미스터리 초보 독자들은 그런 서술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너무 서술적이라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았다.



또, 밀실 사건을 그렇게 해결할 수도 있구나 (물론 다른 추리소설을 읽지 않아 일어난 일이지만, 추리소설이라 함은 읽다보면 정말 다양한 장치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도 되었다. 그것이 범죄로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까지도 말이다.)라는 놀라움이 드는 한편,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며 참으로 작가들이란 앞서 생각하는 사람들이란 감탄이 들었다.




혼진 살인사건의 결말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너무나 확연해보이는 증거에 그게 아닐거라는 추측은 했지만 그래도 범인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또, 도르래 우물은 왜 삐걱거리나는 다른 소설보다 길이가 더 짧은 소설이었음에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잘 나가던 세 집안 중 두 가문의 패망과 한 가문의 득세, 그리고 그 안에 이어진 비극적인 출생들. 서자와 적자로 태어난 너무나 닮은 동년배의 두 남성이 걷게 되는 차별된 인생살이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낳을 수 밖에 없었다. 군대에 갔던 장남 다이스케가 두 눈을 실명해 의안을 끼고 돌아오자, 집안의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다이스케라고는 더이상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성격도 변하고 분위기까지 귀기가 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집안에 일어나는 갖가지 나쁜 사건들, 결국은 다이스케와 그의 아내 리에까지 모두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과연 누구일것인가.



긴다이치 탐정과 y 작가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흑묘정 사건도 얼굴없는 시체를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미스터리 물이었다. 자신의 창조물과 대화하는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독자들은 그런대화를 통해 창조 인물을 현실 속 실제 인물로 착각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늘상 내가 헷갈리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게다가 작가는 작가의 입장에서 참으로 친절하게 이러저러한 미스터리의 장치와 요소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거나 재미를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긴다이치 자신까지도 진이 빠지게 할 정도의 흑묘정 사건. 그 재미는 읽을 다른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만난 최초의 긴다이치 이야기였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버벅거리는 더벅머리 탐정 긴다이치의 천재적 두뇌로 아무리 어려운 난제들도 시원스레 해결이 되는 통쾌함이 있는 이야기.

긴다이치의 활약을 이제는 다른 책들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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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절판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가 잠들어 있는 시간동안 참으로 달콤한 제인 오스틴의 일생과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거의 서너시간을 책 속에 묻혀있었던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책으로 <오만과 편견>이 너무나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남긴 소설이 얼마 되지 않음에 안타까워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편지를 무척이나 즐기고, 또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무척 어려운 삶을 살기도 했던 것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책은 그녀의 오빠의 저택에서 제인 오스틴의 삶과 사랑 (비밀에 뭍혔던, 그리고 오만과 편견의 토대가 될 사랑의 대상이 담긴)이 담긴 놀라운 비망록을 발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망록에는 의문의 루비 반지까지 같이 들어 있었다. 소설이 아닌 실제 제인의 삶과 사랑이라니 얼마나 로맨틱한가? 실제 그녀의 삶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은 아니었겠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소설에 빠져들었다.

목사로 40년을 재직하신 아버지께서 퇴임을 하시고 관사를 내놓아야했기에 이후 제인의 부모님은 제인과 카산드라, 두 딸의 결혼을 위해 신랑감을 물색차 바스로 이사를 하게 된다. 당시 여성들의 삶은, 따로 직업을 갖는 일이 드물었고, 좋은 남성을 만나 안정된 삶을 꾸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친정 부모님께 기대어 살다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따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어정쩡한 상태가 되곤 하였다. 바로 제인의 가족이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자 집은 그대로 장자에게 상속이 되고, 얼마 안되는 유산으로는 어머니, 제인, 그리고 언니 카산드라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신세였다. 오빠들은 모두 직업이 있어 자신의 삶을 꾸렸지만 정작 어머니와 누이들에게는 집한채 없는 신세였던 것, 오빠들의 십시일반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은 어찌 유지를 했으나 집이 없어 오빠들의 집을 이집저집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딸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어머니도 딸을 따라 그 집에서 기거할 수 있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나보다. 그로 인해 제인의 어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는 두 딸을 원망을 하기도 한다.

제인의 오빠 중 한 사람은 그 중 유독 부유하였다. 부유한 친척 집에 양자로 들어가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오빠가 작은 집한 채를 내주어 제인과 세가족이 그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로써 오빠들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던 제인네의 삶은 안정화가 되는 듯하였다.
처음에는 그런 제인의 삶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제인과 친분이 있던 빅위더 가족의 경우에도 재산이 있어도 모두 아들에게만 상속이 되고 딸들은 반드시 결혼을 해서 남편의 재산으로만 살 수 있다는 데서는 당시의 생활 자체가 그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다른 여성들과 달리 당찬데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사랑 없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들과도 안정적인 삶만을 위해 결혼하는데 반해 그녀는 사랑 없이는 결혼않겠노라고 소신을 밝히며 살았다. 실제로 그녀에게 청혼한 연하의 남성 해리스가 있었는데, 재산도 넉넉했고 그녀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다음날 이내 그 청혼을 번복하며 거절하고야 말았다. 사랑이 없었노라는 것이 그녀의 거절 이유였다.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책 속 제인의 어머니가 비참한 이사 생활 동안 그 이야기를 거론하며 그녀를 비난하는 것도 어쩌면 사회적 현실로선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부인이 아닌 소신있는 삶을 살았기에 그녀의 작품이 더욱 생생히 살아있을 수 있었고, 또 그녀가 일생의 사랑을 만나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모든 것이 완벽한, 그런 남자 애시포드를 만나게 되었다. 가난한 그녀의 처지와 너무나 대비되는 엄청난 가문의 후계자인 애시포드. 너무나 아름다운 대저택 펨브룩 홀에 살고 있고,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집안의 애시포드 경이라 불릴 수 있는 작위와 멋진 외모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칭송할 정도로 온화한 성품, 그와의 사랑은 그녀의 잠들었던 창작욕구에 불을 지펴주었고, 그로인해 묻힐뻔했던 그녀의 작품들은 다시 재구성되어 세상의 빛을 보도록 손질되었다. 실제의 사랑의 힘을 입어 말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멸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그래서 오만을."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
그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327p

주말의 이른 아침을 달콤하게 빛내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는데, 결말은 그런 나를 다시금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기에서 하지 않으려 한다.

출처: 네이버 무비, 미스 포터 중에서


책을 읽으며 내내 영화 <미스 포터>를 떠올렸다. 귀여운 캐릭터 피터 래빗을 창조해낸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였다. 여성이기에 귀여운 캐릭터를 창조해냈음에도 실제 출판을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그로 인해 숨겨졌던 그의 사랑이야기를 알수 있는 그런 영화였다.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의 사랑 이야기로 기억하는 미스 포터, 이 소설과 참 많은 부분 닮아있었다.
책의 감흥이 다 사라지기 전에 두서없는 서평으로 그 느낌을 조금이나마 남기고자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서평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담긴 순수한 리뷰로 상업적인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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