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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아리가또, 땡큐 - 포복절도, 유쾌상쾌 일본에서 만난 나의 행운의 친구들!
유석규 지음 / 큰나무 / 2011년 9월
한국 사람이 일본에 유학가서, 만나게 된 아주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 혹은 겪어본 여러 사람의 이야기.
여행기를 좋아해서 그런 느낌일까 했는데, 일본에서 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하면서 가난한 유학생으로 겪게되는 생활고 등이 여실히 드러난 그런 에세이였다. 책의 첫 표지서부터 안에 종종 들어있는 삽화들이 따뜻한 만화의 느낌이라 어쩐지 더 정감이 갔는데, 실제 삽화를 변기현이라는 만화가가 그려넣은 것이라 한다. 작가의 사진이 앞에 실려있는데, 작가의 실물 사진과 만화 속 주인공 사진을 비교하면서 보는것도 재미났다. .
포복절도, 유쾌 상쾌라는 책의 타이틀을 생각하며 전체적으로 배꼽잡을 얘기일까 생각했지만, 포복 절도까지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다만, 한번 손에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는 그런 재미기는 했다. 하나하나 친구들의 사례에 따라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어 어디서든 가벼이 펼쳐들수 있어 더 좋았고, 또 읽다보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되기도 했다.
일본 유학, 그것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와 그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새삼 더욱 와 닿았다. 우리나라보다도 비싸지만, 스리랑카나 다른 형편이 더 어려운 나라들에서는 국비 장학금을 받고도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곳이라니, 어느 정도 만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국인이라는 편견, 우리도 일본인들에 편견을 갖지만, 그들이 갖는 것은 더욱 차가운 것이 아니었나 싶다. 심지어 같은 한국인, 재일 교포라는 사람 중에서도 "한국인"을 들먹거리며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전체적인 인상을 잘못 줄수도 있을 정도로 야속하게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치는 중국인들도 있었다. 한국인이라는 비수를 내리꽂는 일본인 학원 강사도 있었지만 이내 속사정을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기도 했다.
또 정체를 제대로 밝힐 수 없는 듯한 러시아인 친구 보보루치는 고개만 까닥 인사해놓고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저자를 굳게 믿고 있었고, 덕분에 미국인 케이시와 친했던 저자는 미국과 소련 두 친구들을 양옆에 나란히 두고 밥을 먹는 기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냉전의 느낌이 아직 남아있달까?
외국에 나가면 종종 만나게 된다는 다른 나라 왕자, 여기에도 요르단 왕자 자빌의 이야기도 나온다. 후배가 호주에 워홀을 갔을때 태국 왕자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이야길해주었는데, 자빌도 요르단 왕자라고 나와 다들 수군수군 소문이 퍼져나갔지만, 나중에 자빌의 입에서 들은 말로는 왕족이긴 한데 좀 먼 왕족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되기도 했다.

저자의 성품을 잘 알기는 힘들겠지만, 친구들을 보니 참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외국 사람들인데도 다양하게 마음을 열고 그와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맨 처음 나왔던 케냐의 마야카도 재미났지만, 그에게 맛있는 대만요리를 자주 선물해준 대만인 리짱도 기억에 남고, 아플때 침술로 그의 허함을 낫게 해준 중국인 진상도 기억에 남았다. 저자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중국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진상의 모습은 그런 모든 편견을 덮고도 남는 것이라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유학생과 취업 비자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들이 있어서 이번 이야기가 너무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실제로 엄마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셨던 병원에서 바로 옆자리에 입원했던 중국인 유학생을 엄마가 워낙 예뻐하셔서 늘상 챙겨주시고, 따로 불러서 그 학생이 좋아하는 감자탕에 양념치킨까지 따로 사주시고도 모자라 퇴원 후에 따로 집으로 초대하셨던 것까지 생각해보면 주위에서 외국인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너무 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가족이 곁에 있던 우리 엄마와 달리 그 여학생은 나이가 어린데도 말도 잘 안통하는데도 친구들 몇 말고는 중국에서 따로 가족이 문병오지도 (외동딸이고, 집이 좀 잘사는 축이라 했음에도) 않아 늘 외로워보였다. 딸보다도 어린 그 여학생이 늘 마음에 걸렸던 엄마의 그런 마음씀씀이는 결국 나중에 학생을 울리게까지 되었다.
저자분이 일본에서 만난 아주 다양한 사람들, 한국에 돌아와 그들이 모두 기억이 나고, 어떤 때는 그 친절에 감사하고 때로는 당황스러운 일도 겪게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책으로 내면서 다음에 볼 친구들을 기대하고 있지 않나 싶다. 리짱과의 아쉬운 이별은 (사실 보증이라는게 쉬울리가 없었겠지만) 읽는 사람까지 안타깝게 했지만, 그래도 그가 참 인덕이 높고 사람들에게 잘 대해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두루두루 정말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잘 어울린 저자분이 부럽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타국에 나가 고생하고 산다는 것, 경험도 안해본 나는 생각도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몸으로 부딪히고 사람들과 부데껴서 얻은 외국어는 쉽게 잊혀질것같지 않다.
친정 아파트 단지에 외국인 주부가 한명 살고 있는데, 아이와는 말을 나눠봤는데 나도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따로 말을 걸기도, 나누기도 참 어려웠다. 아이가 무척 싹싹한 성격이고 똘똘해서 어른들께 먼저 인사도 잘하고, 항상 할머니와 함께 다니면서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우리 아이를 보고서도 반가운 마음에 (우리 아이가 몇살 더 어리다) 먼저 달려와 인사를 했건만 쑥스러움이 많아 아이가 잘 받아주질 않아서 내가 대신 받아주기도 했다. 나중에 언제 기회가 닿는다면 아이엄마와도 편안하게 말을 나눠보고픈 그런 생각이 든다. 귀여운 아이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이 서평은 큰나무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