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3 : 크리스마스의 악몽 - 과학 심리 추리 동화 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3
황문숙 지음, 김이랑 그림, 정윤경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8월
절판


잘 생기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잘 읽어내는 한마음, 그리고 과학 실험을 좋아하는 영재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영 서툰 이지성, 두 아이의 놀라운 추리에 의해 어른들의 사건까지 해결되는 명탐정과학수사 파일.
이번 편은 놀랍게도 살인사건편이었다.

전편의 오물 사건 범인을 잡게 되어 마음이가 지성의 집으로 저녁 초대를 받아 간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다. 한마음은 아버지 말씀대로 할머니 드릴 떡과 지성에게 줄 분홍 방울 머리끈을 사들고 집을 찾았는데,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음식을 할 수 없게 되어 할머니, 지성, 마음, 셋이서 함께 고급 이탤리언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 주방이 큰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는 채로 식사를 하게 되어 있는 곳이었다. 잘생긴 레오김이라는 주방장이 눈에 띄었는데, 와장창 소리가 나면서 그가 화를 내는 모습을 창을 통해 들여다볼수있게 되었다.

식사를 기다리다 창에 눈길이 우연히 갔는데, 이상한 광경이 관찰되었다. 요리하던 레오김이 갑자기 부들부들 떨다 쓰러져버린것. 그리고 전원을 내리라는 주방 안 누군가의 외침이 있은 후, 지성이 말을했다. "감전사고야"라고..

마음과 지성의 한마음이 되어 추리하는 과정은 놀랍기만 하다. 전편에도 그랬지만 이번편은 더욱 범인을 예측하기 힘들게 설정되어 있었다. 이미 반전의 반전을 많이 경험해본 미스터리 매니아 어른들이라면 쉽게 추론해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좀 생소했을 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치밀하게 설정해놓은 사건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 사건을 풀어가는 소년 소녀 명탐정의 활약이 가장 눈부셨다. 탱크라는 별명으로 사건을 힘있게 밀어부친다는 한말단 형사, 한마음의 아버지도 두 꼬마 아이의 추론 덕을 많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지성이가 나트륨과 물의 반응을 실험하는 과정, 반짝거리는 꼬마전구가 나무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 감전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을 설명하는 것 등 교과서에서 배웠으면 지루했을 내용들이 추리소설과 함께 펼쳐지니 더욱 재미난 정보처럼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특히나 꼬마전구로 인한 나무의 스트레스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나무의 겨울잠을 심각하게 방해해서 잘못하면 이듬해에 나무를 말라죽게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사람들의 한달의 행복을 위한 처사치곤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단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 이야기라 갑작스러운 살인사건에 놀라기도 했지만, 끔찍하게 잔인한 장면 등이 나오지는 않아 거부감은 덜 들었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심리 상태를 한마음이 생각해내는 것도 또한 놀라운 점이었다. 마음과 지성이라는 두 아이로 딱 나누어서, 심리와 과학을 좀 양분화한 것은 어른들 소설로써는 아쉬울 점이 되겠지만, 아이들 추리소설로써는 좀더 쉽고 편안하게 추리소설을 대하고, 지식을 얻는데 오히려 이점이 되어주었다.

아이들의 약간 미묘한 두근거리는 마음까지 가미를 하면서, 그렇게 소설은 또다른 사건을 향해 재미난 물꼬를 터가고 있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사건이 일어나 두 아이를 더욱 가깝게 만들지 한층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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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취미>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블로거님들의 입소문으로 관심을 갖게 된 책입니다.  마치 갖고 싶은 보물을 상상하듯, 알라딘 신간을 선정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벌써 9기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 

미처 못 본 책이지만 수퍼 레시피 중 그 중 인기있는 레시피만 모아놓은 책이라고 해서 기대되는 책이랍니다. 

 

 

 

 

자유여행에 비해 제약이 많기는 해도 가이드의 도움으로 편안히 다녀올 수 있는게 또 패키지 여행의 매력이겠지요. 이왕 갈 패키지 여행이라면.. 알아둘만한 점이 있는지 한수배워보고픈 책이었어요. 

 

 

 

 

 

여행책으로 제일 좋아하는 100배 즐기기시리즈네요. 

방콕, 파타야를 패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제트스키도 처음 타보고 무척 즐거웠던 경험이 있습니다.여행초보고 정보도 부족해 패키지로 다녀왔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태국처럼 자유여행하기 좋은 곳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100배즐기기가 있으면 태국 자유여행이 너무나 즐거울 것 같아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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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절판


엄마, 아빠는 집에서 주무시고, 오빠는 외출중일때 앞을 볼 수 없는 열살 소녀 하나가 집 앞 그네를 타고 있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 후 10년이 지나 똑같은 나이, 똑같은 빨간머리와 주근깨, 그리고 똑같이 앞을 볼 수 없는 소녀 하나가 또다시 침대에 누워있다 유괴되었다.

10년전 유괴된 소녀 지나의 오빠인 막스 웅게마흐는 세계적인 권투 챔피언으로 성장했다. 알콜중독인 아빠와 엄마가 그에게 소녀를 맡기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게 하는 현실 속에 또래 소년들이라면 누구나 그랬다시피 소년은 축구가 너무나 하고 싶었고, 동생은 자신때문에 피해보는 오빠를 걱정하면서 축구 경기를 다녀오라고 독려해주었다. 그리고 그 두시간 동안 다녀온 후 동생은 사라져버리고 이전부터 이어져온 아버지의 구타는 더욱 심해졌다. 바로 너 때문에 동생이 사라진 거라면서..아픔을 간직한 소년은 결국 집을 탈출해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을 간직한채 최고의 펀치를 자랑하는 권투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유괴사건을 수사하게 된 프란치스카, 여형사인 그녀는 유사 범죄를 검색하다가 막스 웅게마흐라는 이름과의 연관성을 알고서 그와의 면담을 갖게 된다. 너무나 큰 시간 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사건 사이에는 분명 떼어놓을 수 없는 유사성이 있었고,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만났던 사이였지만, 프란치스카와의 만남을 통해 막스 또한 또다시 자신에게 영원히 트라우마가 된 동생을 잡아간 범인에 대한 추격이 새로이 시작되었다.

쥐는 죽었고 공포와 사냥도 없었고 자신의 무력함을 인지하는 일도 더 이상 없었다.
그가 그토록 황홀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죽음과 함께 갑자기 끝나버렸다.

그는 죽음에는 관심이 없었다.
45p

또래 딸아이가 있어서 이 소설을 번역하게 된 것이 처음에는 무척 부담스러웠다는 아이엄마인 번역자님의 말이 책을 읽는 내내 가장 머리속을 맴돌았다. 나 또한 어린 아이가 하나 있어 아동 학대나 유아 성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 뉴스 등을 접하는 것이 너무나 껄끄럽고 부담스러웠기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쉽게 만나온 일본, 미국 등의 소설이 아닌 독일 작가의 소설이었다. 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으로 평가받는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세번째 장편 소설로 치밀한 플롯으로 수개월간 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작품이었다 한다.

하나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가 납치되던 끔찍한 상황부터 시작해서, 이후 막스의 현재와 과거 회상, 프란치스카의 시선,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범인의 시선 등이 교차적으로 나타나며 서술된다. 누구인지 모르고 읽다가 어느 줄에선가 아, 그 사람이구나를 깨닫게 만드는... 초반의 지나 납치 사건 이후로는 다소 느슨해진 구성이었다가 중반이후부터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건의 흐름은 뒤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더욱 빨라지게 만드는 구실을 하였다. 도대체 두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는 희생자에서 사냥꾼으로 변신해야만 머리가 깨끗해지고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221p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이들이 어렸을때 받은 상처가 커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그"가 어릴 적 받은 트라우마는 사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그게 그렇게 무서운 일인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했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따라 보통 사람들은 그냥 참고 견뎠을, 아니면 극복했을 그 문제가 비정상적인 범죄자로 삐뚫게 성장시킬 수도 있음을 알았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소녀들, 더욱이 앞을 보지못하기에 더욱 숨을 곳도 피할 방법도 없을 무력한 소녀에게 스멀거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한다. 약자들을 상대로한 범죄였기에 더욱 그 잔인함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번역자가 표현한대로 끔찍한 모습은 상상만 하게 될뿐 다행히(?) 실제로 묘사되는 것을 피하고, 독자의 상상에 맡겨졌다. 그럼에도 그 스멀거리는 느낌은 깊이 아로새겨졌다. 지금 내 몸에도 뭔가가 지나간듯 갑자기 가렵다. 따끔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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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2011~2012년 최신정보,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26
최철호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7월
구판절판


유럽 여행의 기회를 여러번 놓치고 나니 (물론 공짜 기회는 아니었고, 시간을 말한다) 앞으로 언제 가게 될지 막막한 유럽 여행에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자리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나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 비하면, 갈 확률이 더욱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만으로 유럽 여행의 꿈과 아쉬움을 서적을 통해 대신하고 있다. 워낙 여러 나라, 많은 볼거리가 몰린 곳이라, 또 한번 비행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고 항공료가 비싸기에 이왕 여행 가는 거, 볼수있는 만큼 제대로 보고 오면 좋겠다라는 강한 인상을 주는 곳이 또한 유럽이다. 그래서 계획에 잡히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책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누림과 동시에 가볼만한 명소, 코스, 식당 등을 나름대로 꼽아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갑작스레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 있어서 가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이라면 그래도 덜 아깝겠지만 유럽이 어디 그런 곳인가. 이왕 갈거, 미리미리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한다. 쓰다보니 더 절실해진다. 난 꼭 유럽을 다녀와야겠다.

우선 워낙 많은 나라가 있는 여행지라 책 자체가 두꺼워질 수 밖에 없다. 나라별 여행서가 나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배낭 여행 등으로 여러 나라를 한데묶어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두툼한 여행서가 필독 가이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유럽 8개국, 50여개 도시로 최대한 가볼만한 곳을 압축하였는데도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정보양을 더이상 줄이기가 힘들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지나친 압축은 정보의 부실을 낳을 수도 있다. 여행 가이드 북의 경우는 여러 성격을 띠고 있는데 저스트고 유럽의 경우에는 지면이 할애하는 선에서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어서 여행 전 미리 공부할 책자로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지인의 지인 분이 지난 여름방학에 유럽여행을 다녀오면서 부모와 자녀 둘, 가족 네명이 다녀오다보니 며칠 안되는 여행 (아마도 7~10일이 아니었을까?)에도 불구하고, 예상 소요 경비만 수천이 들더란 이야길 했다. 대학생때의 혈기왕성함, 아니면 싱글이면서 직장다닐때의 20대의 풋풋함만 남아있더라도 배낭 여행 그까짓거~(물론 당시에도 소심한 나는 그걸 실천을 못했다)를 외칠 수 있었겠지만, 이젠 아이도 생겼겠다 나이도 먹었겠다 겁은 먹을대로 더 먹은 그런 나이가 되었다. 어째 나이를 더 먹어도 겁은 줄지를 않는다. 배낭여행은 이제 힘든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호텔팩을 이용해서라도 좀 넉넉한 배낭여행? 혹자는 트렁크여행이라고 하는 그런 여행이라도 하고 싶다. 이왕 갈 유럽 여행이라면, 젊은이들의 완전 자유스로운 배낭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간의 사전 지식을 쌓고, 꼼꼼히 훑어보는 여행은 필수라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비행기가 아닌 철도, 유레일 만으로 나라별 여행이 손쉽게 이뤄진다한다. 유럽 철도의 도시간 이동시간이 소개되어 계획을 짜는데 더욱 도움을 주고 있었고, 세세한 지도들이 제법 많이 첨부되어 머릿속 여행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될 계획서였다.
철도 정보가 상당히 중시되어 나라별 패스 가격, 영국의 경우 레일카드의 사용 팁, 좌석 찾기, 역에서 필요한 영어와 유의할점 등 참고사항등이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었다.

각 나라, 도시별 기본 정보부터 시작해서,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만큼 자유여행에 빼곡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여행을 가지 않아도 떠나는 설렘을 충분히 느끼게 할 정보가 쏠쏠히 많았다. 게다가 나라별 문화이야기, 특히 프랑스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일화들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다시 읽으며 더욱 머릿속에 새기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유명 박물관의 경우에는 그 속에서 감상할 유명 작품들의 소개글까지 수록되어 있었다. 또 워낙 방대한 정보이기에 책을 두권으로 분책할 수 있게 중간에 나뉘어 있었다.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이탈리아가 후반부에 따로 소개되었으니 말이다.

철저한 배낭 여행, 자유여행을 위한 책이다보니 철도에 관한 부분이 워낙 중시되어 테마별 기차 여행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열차인 빙하 특급은 예약 필수인 기차였지만 꼭 한번 타보고픈 그런 멋진 기차였다. 또 최근에 읽은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덕분에 이탈리아에도 많은 관심이 생겼는데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철도 노선을 보니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책의 말미에 여행 짐 꾸리기서부터 빠짐없이 필요한 부분들이 다시금 짚어 있었는데, 그 중 쿠셋의 좋은 좌석 등이 소개되어 2층>1층>3층의 순서로 좋다는 설명 또한 포인트에 나와있어서 기억나는 부분이었다. 사실 워낙 빼곡한 책이라 전부 빠짐없이 보기는 힘들었지만, 원하는 부분들을 찾아 읽으며 마치 내가 지금 여행을 떠나는 양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내 마음도 유럽을 향해 있었으니 말이다.

*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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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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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실제 유괴사건을 재구성해낸 이 작품은 영화, 드라마로 세 차례나 리메이크 될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었다 한다. 요즘처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일색인 미스터리 소설과 달리 이 책에는 선정적인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매끄럽게 사건이 진행되고, 흥미롭게 독자를 몰입시킨다. 초반에는 이렇게 명명백백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려는거지? 하고, 다소 느슨해보이는 인물들의 등장에 지루해질 뻔했는데, 웬걸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내용에 몰입해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기대감이 잔뜩 샘솟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께도 권해드릴만한 추리소설이었다.
평화롭고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보내던 로버트라는 변호사에게 어느 날 걸려온 다급한 전화는 전혀 예상 밖의 사건으로 그를 이끌어낸 일이었다
가끔 마주친 적 있는 프랜차이즈 저택의 여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는데, 지금 자신이 누군가를 납치했다는 누명과 함께 집에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찰청)에서 나온 사람들이 와 있다는 전갈이었다. 복잡한 일에 끼이고 싶지 않은 그였으나 매리언, 전화를 건 그 여인은 똑똑한 변호사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아 로버트를 기억해냈다고 말한다.

사건은 이랬다. 마을 사람들의 호감을 얻지 못하는 낡고 큰 저택에 사는 늙은 엄마와 40대의 딸이 살고 있었다. 하녀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해 일도 직접 해야했던 그녀들이었고, 엄청 구형의 차를 몰고 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이런 저런 입소문의 대상이 되기 딱 좋은 그녀들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여학생이 그녀들로부터 납치를 당해 한달간 하녀 생활을 강요당하며 구타까지 당한 후에 가까스로 도망쳐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소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프랜차이즈 저택을 명확히 설명해냈고, 모든게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다만 프랜차이즈 모녀는 그녀를 처음 봤다고 말하는 상황이었고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게다가 로버트는 소녀가 아닌 프랜차이즈 모녀를 변호하게 된 상황이었다.
소녀는 딱 보기에도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랐을 법한 깔끔하고 여린 인상의 여학생이었고, 그가 변호하게 될 두 모녀는 평판까지 그리 좋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소녀가 말한 것들이 너무나 정확했기에 처음에는 무슨 이런 사건이 다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너무 정확하게 증거를 들이대는 소녀를 로버트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너무 정확한 알리바이. 게다가 만나면 만날수록 알면 알수록 그녀가 범인일리 없다는 확신이 들게 하는 매리언에 대해서도 강한 믿음이 생겼고 말이다.

만나보면 그 모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마음 속 믿음 만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로버트가 일을 풀어가는 방법, 게다가 그는 유괴 등의 사건을 다뤄본적이 없는 평온한 일만 맡아온 변호사였다. 그런 그가 일생 일대의 중대한 사건을 맡아 (당시 꽤나 이슈화되었을, 요즘에는 이 사건이 큰 사건으로 이슈화될 정도도 아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온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영국소설이다. 그것도 영국 클래식의 느낌이 강하다 라는 인상을 받았을 정도로 로버트와 그의 주변 일상을 통해 과거의 영국인들의 생활상과 가치관 등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 아니면서도 흥분 상태가 되면 조용한 말과 생각으로써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로버트와 영국인답지 않은 괴짜였지만, 솔직한 평가와 격렬한 반응으로 로버트를 만족시킨 네빌(로버트와 같이 일하는 동업자이자, 후에 그의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물로 나온다)의 반응은 나까지 시원해지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 것이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나 우연히 해결되는 일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나치지 않게 흘러간 이야기와 적절하게 매듭된 결말은 참 만족스러웠단 생각이다.
살인사건이나 성폭력, 폭행 등의 이야기 없이 (물론 소녀가 폭행당한 흔적은 있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잔인한 폭력과는 다소 다른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흥미롭게 이야기가 서술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참으로 낭만적인 뉘앙스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 색달랐던 느낌이었고, 뒷끝없이 개운한 느낌이 정말 만족스러운 그런 깔끔한 소설이었다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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