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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 부를 탐하다 ㅣ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4
최문애.박선희 지음, 최지경 그림 / 휴이넘 / 2011년 7월
품절
어릴 적 읽었던 유명한 고전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도 다시 만난 고전이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은 또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휴이넘의 고전 시리즈는 고등학교 교과서의 어려운 용어로 씌여있지도 않고, 동화처럼 너무 간략하게 뭉뚱그려지지도 않아 제대로 된 번역본, 완역본의 내용을 전해주면서도 재미와 교훈까지 잃지 않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앞서 읽은 심청전, 춘향전 등도 재미있었는데, 흥부전은 그 재미가 다른 고전들을 더욱 능가할만한 재미였다.

또한 기존의 아이용 동화에서 만날 수 있는 흥부전에서는 놀부에게서는 나쁜점만, 흥부에게서는 좋은 점만 보이려는 경향이 높았으나, 이 책에서는 굳이 장단점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솔직히 표현할 것은 가감없이 소개된다. 흥부 놀부가 부잣집에서 태어나 둘다 부유하게 컸지만, 놀부가 부자로 산것은 비단 물려받은 재산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으르고 물려받은 재산만으로 호의호식하는 심술보인줄 알았더니, 재산을 늘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부지런쟁이였다. 반면 생트집잡아 쫓아낸 그의 아우 흥부는 부자 부모 아래서 편안하게 글공부만 한것으로 나온다. 양반가문이라 당시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뒤집어 생각하자면 놀부의 부지런한 노력은 양반도 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허례허식을 꼬집는 부분처럼 느껴지는 부분. 몰랐던 부분까지 소개되니,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더 어울리는 놀부라는 존재가 다시 이해가 되고, (지나친 심술은 해를 입지만) 놀부 캐릭터가 더 사랑받는 것을 약간은 수긍할 수 있을것 같았다.
놀부가 비록 남의 것은 함부로 대해도 제 것은 알뜰살뜰 소중하게 보살폈다. 깊은 논에 수시로 물을 갈아 벼를 심고, 산밭에는 수수심고, 들밭에는 기장 심고, 얕은 밭에는 목화심고, 황토밭에는 고구마 심고, 남은 밭에는 온갖 채소를 심었다. 또 물 낀 논에는 미나리도 키웠다. 부지런히 붉은콩, 까만 콩, 푸른콩, 참깨, 들깨, 검은깨, 흰깨, 고추, 마늘을 심어 잡풀을 뽑고 때 되면 거두어 들이니 앞뜰 뒤뜰에 온갖 곡식이 풍성했다. 20p
찢어지게 가난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흥부 부부가 아들만 스물아홉을 낳았다는 대목도 놀라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식 수가 많기는 했던 것 같은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수였다. 그 중 다 장성한 자식들이 조금만 더 일을 하고 도왔어도 흥부네 살림이 조금은 필수 있었을텐데.. 이야기 속에서는 자식들이 열심히 품을 파는 이야기는 그다지 살펴볼 수 없었다. 다만 배고파 보채고, 장가보내달라 보채고 할뿐. 가끔 의젓하게 부부를 달래기도 하지만, 아비가 매품을 팔아 돈을 벌어오겠다니, 자신들 해달라는 요구가 한없이 늘어지는 철부지들이기도했다.
흥부 아내는 못먹은 자식들이 안쓰러워 울고, 또 그쳤다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사이 흥부는 친구가 사 준 술을 먹고 얼큰하게 취해서 들어왔다. 77p
흥부 놀부 이야기가 워낙 유명해 다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어쩌다보니, 새로이 알게 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길 하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바뀐것이 없다. 다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다보니 아이들이 미처 못 보고 놓친 부분들을 좀더 꼼꼼히 살펴보게 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흥부가 분가하고 나서는 어쩔수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땅이 있는 놀부와 부자들에 비해 소작농, 흥부들은 아무리 일해도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할뿐이다. 조선시대 후기의 빈익빈부익부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이 돋보였다.
흥부와 놀부가 각각 박에서 탄 내용도 이색적이었다. 예전에 알고 있던 내용과 한결 다른, 특히나 놀부의 박에서 나온 것들은 대표적으로 기억한 누런 똥 이야기는 없고, 놀부를 피말리게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등장이 인상적이었다. 판본에 따라 내용이 달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읽은 흥부전의 내용이 색다르긴 색달랐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 흥부전은 신재효의 성두본 박타령과 박흥보가, 흥부전 전집 1,2,3을 기본 줄거리로 삼았고, 글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서 흥보가 (김연수 완창 판소리 다섯 바탕 사설집)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