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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라틴아메리카 - 꿈꾸는 청춘 11명의 스페인.중남미 모험기
에스빠뇰 엔 신촌 지음 / 하이브리드(동아시아) / 2011년 7월
절판
여행지에서 또다른 여행서를 읽는 것은 꽤나 재미난 경험이다. 소설도 재미나지만, 여행 에세이는 여행지에서의 설레임을 배가시켜주는 것 같아 여행을 떠날때 새로운 여행 에세이 한 두권 갖고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제주도에 있지만, 마음은 라틴 아메리카로 떠날 수 있는 <심장이 뛴다 라틴 아메리카> 한권을 소설 책과 함께 가져갔다.
아기와 동생이 잠든 시간, 혼자서 스탠드 불을 밝히고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 달리는 차안에서 잠깐씩 읽는 재미도 좋았다. 아기가 있어 늘상 꺼내들 수 있는 책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씩 그렇게 나는 여행 속 또다른 여행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저자가 에스빠놀 엔 신촌이라 처음에는 참으로 낯설었다. 음, 스페인어 같은데 웬 신촌?
스페인어 스터디 모임이름이 바로 에스빠뇰 엔 신촌이란다. 모임의 11명의 멤버의 여행에세이가 담겨 있는 이 책은 그래서 모임명이 저자의 이름을 대변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라.. 한번도 배워 본적이 없었는데, 외국 여행을 나가다보면 영어 못지 않게 스페인어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이야기는 많이 접했다. 늘상 꿈꾸기만 하는 여행이라, 유럽, 미국 등 영어권 나라도 제대로 가보질 않아 라틴 아메리카까지는 너무 먼 꿈으로만 생각했는데 한명을 제외한 남은 멤버가 전부 20대이고, 그들이 스페인어를 배우며 새로운 나라에서 몸을 부딪히고 느끼고 온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사실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곳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은 그 곳의 매력에 푹 빠져 새로이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된다라는 이야기는 여러 에세이에서 접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미국에 있을 친구 하나가 직장에서 워낙 두루두루 해외 연수를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라틴 아메리카도 다녀온 경험을 소개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는데, 가까운 곳이니 어쩌면 지금도 수시로 넘나들고 있지는 않을까.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못해 궁금한 마음만 가득해졌다.
라틴 아메리카, 여행지로서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었는데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걸보면 두려우면서도 가보고 싶은 곳인, 매력이 가득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나보다.
코스타리카를 처음 여행한 나쵸라는 젊은 남성의 이야기가 사실 가장 인상깊었는데, 나 또한 겁이 많은 편이어서 평이 무서운 곳들을 스스로 여행한다는것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 전 여행할 기회도 많이 놓치고, 안전한 곳, 혹은 패키지 관광 등으로 무조건 안전만 생각하며 여행의 가능성을 확 줄여버렸던게 지금은 무척 아쉽다. 나쵸, 그는 두려움으로 시작한 코스타리카에서 그가 만나고 싶었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쵸! 너 정말 운이 좋구나. 하하. 코스타리카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런 네 모습을 보니 기쁘다. 네 여행은 누군가 미리 계획해 놓은 것 같아." 60p 택시기사 로이와 쉽게 친해져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그에게는 정말 천운이 따른 것인지 여행내내 행복함이 가득해보여 나까지 들뜨게 만들어주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감이 가득했고, 심지어 여행사 직원마저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천연 온천까지 귀뜸해줄 정도였으니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나운 인심 등에 두려움 가득 했던 내게도 미소를 머금게하는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체 게바라로 유명한 쿠바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는데, 수많은 논란이 되었던 무료 의료 서비스부터 여행객과 현지인의 화폐 단위가 다르다는 것, 사회주의 국가로 많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혁명 후에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등도 인상 깊었다.
아이 엄마다 보니, 1살 아기를 좋아해 아기 가족과 함께 멋진 한국 삼촌으로 지내다 온 세비야의 다비드 군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스페인 축구를 너무너무 좋아해 스페인어를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학원에서 더이상 올라갈 단계가 없어 스페인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 마음먹은 것도 그의 성실한 근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다. 결혼 전 아기를 좋아하는건 대부분 젊은 여성들의 성향이려니 했는데 다비드 군 참으로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구나 싶었다.
11명의 젊은이들은 직업도, 성격도 그리고 글을 풀어내는 방식도 각각 다르다. 스페인어의 스 자도 모르는 나로써는 젊은 그들이 취업을 눈앞에 두고, 혹은 학교 휴학까지 불사해가면서 환불안되는 항공권을 끊어 해외로 발을 디딛은 그 용기가 부럽기만 했다. 외국에서 꽤 오랜 삶을 나가 산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닐텐데.. 외국어에 대한 욕심만 가득하고, 노력은 하지 않는 나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어를 사랑하고, 라틴의 열정과 사람들의 순수함을 사랑한 이들, 에스빠뇰 엔 신촌의 이 책, 멋진 라틴 아메리카를 꿈꾸게 만든 그런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