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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극장 : 그림자놀이책 세계명작 편 - 쉿! 불을 끄면 펼쳐지는 ㅣ 그림자 극장 1
어린이문화연구회 엮음, 송경옥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1년 8월
34개월 어린 아기지만, 우리 아기도 그림자를 똑똑히 잘 알고 있답니다. 아직 아이와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없는데, 그래서 그림자 연극을 보여준 적은 아직 없지만, 밤길을 걷다가 혹은 낮에라도 선명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면서 "그림자네 그림자" "어? 엄마 그림자는 어디 갔어요?" 하면서 종알종알 말하는게 어찌나 귀여운지 몰랐지요. 밤에 수면등으로 사용하는 스탠드 불만 켜놓고 가끔 아이에게 손으로 여우, 게 등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지만, 뭔가 제대로 체계적인 그림자 놀이를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그렇죠. 생각만 늘 하고 있었어요.
책을 좋아해서 책 정보에 항상 민감해 있는 편이었는데, 우와, 펼치면 그대로 무대가 되는 그림자 극장이라는 책이 나왔다길래 인터넷 서점에서 보고 완전히 반했었는데 직접 펼쳐보니 더욱 환상적이었어요. 마침 아버님 오셨을때 택배를 받아서 펼쳐들었더니, 아이도 신이 나서 같이 딱지를 떼고 뭔가를 같이 하겠다고 분주합니다. 아버님도,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뚝딱 뚝딱 도움을 주시려 노력하십니다. 사실 어려울 것도 하나 없었어요. 등장인물들은 점선에 맞게 오리면 끝이구요. 상자도 홈에 끼워 넣기만 하면 되거든요. 반투명한 시트지만 무대에 붙여주면 뚝딱. 아, 배경을 걸어둘 도화지를 오려 붙이는 것만 했어요. 제가 도화지 반으로 접어 붙이는 동안 아기는 신이 나서 할아버지와 가면 놀이를 합니다. 그것도 제가 정성껏(?) 만들어놓은 세트에 들어가, (아이들은 좁은 공간, 상자 안 등 비밀스러운 공간을 좋아하네요 )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었어요. 하긴 그렇네요. 항상 우리집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아이 자신이었으니까요. 어른들이 항상 바라보고 박수쳐주는 대상, 아이가 뭔가의 공연을 보기에 익숙하기보다 스스로의 공연을 하는 것에 더 익숙했을테니 무대에 들어앉아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일듯.
하지만 엄마는 빨리빨리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 아이에게 얼른 나오라 말하면서 마저 도화지를 오려 붙였답니다. 필름에 풀칠해서 붙이느라 마를때까지 약간 시간이 걸렸구요. 낮에도 채광만 잘 비추면 제법 그림자 극장이 선명하게 잘 나타나요. 아기는 그림자 무대 앞에서 봐야하는데 뒤에서 안쪽에서 보고 있더라구요. 사실 안쪽에서 보면 그림자가 아닌 필름 자체의 검정색이라 더 선명하기는 한데 (그건 또 언제 터득한건지) 그래도 그림자를 보여주고픈 엄마는 원칙대로 하려고 앞으로 나오라고 재촉했지요.
뭐니뭐니해도 그림자 극장의 백미는 캄캄한 밤에 불 다 끄고, 조명만 비추어서 선명하게 보이는 극장이 최고지요.
엄마 혼자 1인극으로 해도 좋겠지만, 엄마 아빠가 같이 공연해도 좋을 것 같고, 아이가 좀더 자라면 아이와 함께 공연해도 더욱 신이 날 그림자 극장이었어요. 전 여동생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저보다 훨씬 더 재미나게 그림동화책을 잘 읽어주는것을 알기에 동생과 함께 낮에 공연을 해주고 싶었는데, 방학인데도 매일 학교에 나가고 바쁜 동생이네요. 여유가 되면 조카를 위해 같이 공연을 시작해야겠어요.
아니면 가까이 사는 친구랑 친구 딸 같이 불러서 엄마들이 공연하고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멋진 무대가 될 것 같네요. 두 아이가 재미나게 볼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참, 그림자 극장에는 개구리 왕자, 미녀와 야수, 빨간 모자 세 동화가 들어있답니다. 무대는 총 다섯개구요. 번갈아 쓸 수 있는 무대들이기에 활용도가 높지요. 그림자 놀이를 시작하기 전 그림자 놀이책 동화를 충분히 숙지하고 시작해야한답니다. 그래서 동화를 외워서 해야하나 했는데 배경과 등장인물을 잘 바꿔가며 내레이션을 읽으면서 하면 된다고 하네요. 어렸을 적에 연극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텔레비전에 나오는 배우가 된 것처럼 몹시 들뜨는 학급 연극이었는데 공주와 개구리 대사 등을 보니 그때의 어릴 적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듯 하네요. 아이에게 실감나게 읽어주면 더욱 좋아하겠지요? 아직 우리 아이에게 창작 동화 위주로 읽어주고 고전, 명작 등을 시작해주질 않았는데 요즘에 역시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외할머니께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 등의 우화 등을 이야기로 풀어주시니 아이가 제법 진지하게 들으며 "할머니, 옛날 이야기 해주세요."하더라구요. 우리 아이도 이제 개구리 왕자, 빨간 모자 등을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이 움직이는 재미난 그림책. 게다가 그림자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이 더욱 아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 같아요.
저도 어릴적 이렇게 재미난 그림자 연극을 본적이 없었지만, 언제나 동경은 해왔거든요. 책을 보고 접하면서 초등학교,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 많이 모아두고 공연해주어도 재미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모와 외할머니도 아직 못 본 책인데 우리집에 오셔서 보시면 아마도 그 이야기 하실 것 같네요. 두 분 다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이라 세계 명작 같은 재미난 소재에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그 모든 것을 떠나 가장 좋은 점은 우리집 홈무대가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아직 제가 한번도 극장에 못 가본 가장 큰 이유가 아이가 처음에 마음에 안 든다고 아예 입장을 거부하거나 중간에 울거나 하면 어쩔까 싶어 시도조차 못했던 것이었거든요. 홈무대는 집에서 얼마든지 편하게 보고, 접을 수 있는 무대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대환영할 멋진 극장이 아닐까 하네요.
무대, 그림책, 등장인물, 배경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딱지가 들어있어서 등장인물 딱지를 골라 등장인물을 정하고 연극을 시작할 수 있답니다. 처음에는 웬 딱지일까?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을 위한 티켓인가? 싶었는데 책의 말미에 설명이 되어 있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추억, 엄마도 어릴적 흥분되던 학급 연극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라 더욱 행복한 그리고 멋진 그림자 극장의 시간이 되었답니다.
무대를 접어 언제든 보관하고 원하는 때 언제든 다시 펼쳐 공연할 수 있다는 최대 장점도 정말 매력적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