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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코의 오이시이 키친
타니 루미코 지음 / 우린 / 2011년 6월
품절
연예인 김정민님의 와이프로 더욱 친숙한 루미코님, 그녀가 내놓은 책은 맛있는 식탁, 그것도 한국 가정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일본 가정식의 세계였다. 일본 가정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몇권의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이 더욱 와닿았던 것은 그녀의 두 아들, 네살, 다섯살난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고, 또 아이들이 좋아할 먹거리가 들어있을 것 같은 예감에서였다. 역시나였다. 엄마들의 레시피는 기대했던 대로 남편의 입맛대로인것도 있지만 아이들의 입맛에 맞춘 요리가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나 또한 네살 아기가 있어 아이에게 건강한 밥상을 해주고 싶은데 채소를 잘 먹지 않고 (나뭇잎이라 부르면서 모두 빼버린다.) 김치 등 매운 요리를 일체 먹지 않으니 가리게 되는 반찬이 많아,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너무 대충 차려먹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 밥상에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 아니 가족 밥상 전체에 좀더 신경을 써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루미코의 오이시이 키친.
그녀의 가족 사랑의 마음이 밥상에 가득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재미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우리 식구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했다. 그동안 난 너무 책만 사랑하는 이기적인 엄마였으니..
추리닝을 입고 처음 만난 특이한 첫 만남서부터 소소한 부부싸움과 화해의 과정, 결혼 후 지독한 우울증에 걸렸던 이야기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나라라고는 해도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에서 그녀가 느끼는 고독감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펑펑 울다가 갑자기 끓여먹은 크림 스튜로 인해 마음까지 행복해졌다는 그녀의 레시피.
죽보다 오히려 수프를 더 잘먹는 우리 아이에게 직접 엄마표 수프를 끓여준적이 없었는데, 레스토랑에서 먹이는 그런 수프보다 첨가물도 없고, 건강에도 좋을 그런 수프를 만들어먹이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이 크림 스튜에 담겨있는 것 같았다. 신랑은 느끼하다고 안 먹겠지만, 나와 아기는 무척 잘 먹을 그런 레시피였다.
일본 요리를 신랑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다소 짜고 , 단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 신랑을 위한 메뉴 선정은 다소 좀 고심을 해야할것 같았다.
그래도 햄버그 스테이크는 좋아하니, 그녀의 반짝반짝하와이 편에 나온 로코모코 (햄버그 스테이크인줄 알았지 이름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 햄버거 스테이크에 계란 후라이와 달콤한 소스를 얹은 하와이 향토음식이란다.)는 아이와 신랑 모두 좋아할 메뉴라 깜짝 이벤트로 꼭 해봐야겠다. 임신했을때 만들어보고 그 이후로는 한번 해줬나? 싶었던 햄버거 스테이크, 이번에 제대로 맛있게 해보리라. 이주 후면 신랑 생일이니, 생일 기념으로 해줘도 좋을 것 같고, 그 전에 그냥 서프라이즈로 해줘도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첫 아이 태양이가 워낙 입이 짧아 흰밥은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아이도 맛있다고 손을 치켜세운 메뉴가 타키코미고항.
아이가 좋아하는 메뉴라고 하니 안 그래도 새롭고 건강하고 잘 먹을 메뉴를 찾아 고심했던 엄마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없었다.
유부, 당근, 우엉, 곤약, 표고버섯, 완두콩 등을 넣어 지은 영양밥인데 다른 반찬 없이 이것 하나로도 충분하단다. 다양한 재료를 넣어 영양밥으로도 손색없고 아이도 맛있게 먹는다니 더욱 반가운 메뉴. 안 그래도 오늘 자기 전 아기에게 내일 타키코미고항이랑 크림 스튜랑 뭐해줄까? 했더니 타키 ~를 해달란다. 신랑은 그게 뭔지 몰라 선택을 못하겠다하고 아기는 발음이 재미난지 쉽게 선택을 했다. 그래, 이 메뉴라면 신랑도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저녁은 타키코미고항이다.
요리를 잘하는 루미코 덕분에 행복한 가정일거라 생각했는데, 다소 무뚝뚝한 신랑 (대부분 가정에서 신랑들은 다 무뚝뚝하지 않나 싶은데)에 대한원망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쩌면 헤어졌을지 모른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실려있어 놀랍기도 했다. 자기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생활 자체가 본래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가족을 생각하는 정성어린 레시피와 함께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들까지 올올이 풀려나와 루미코라는 사람에 대한 인간미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러워만 말고, 나도 좀 신혼때처럼 신랑의 입맛을 사로잡던 그 시절로 돌아가야겠다. 매일 반성만 하고 제자리였는데, 며칠전 동생의 "살림도 제대로 못해내면서 일만 벌리고..언니 너무하는 거 아냐?"라는 말에 너무 뜨끔했다. 안그래도 찔려하면서 그냥 대충 눈감고 살았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리고 말 않고 참고 있는 신랑은 더욱 크게 느끼고 있는 문제리라.
저는 부유한 것보다는 함께 있는게 더 중요합니다. 한가로운 일요일 점심,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규동 한 그릇이 그래서 더 눈물나도록 고맙습니다. 201p
결혼 6년차, 나와 비슷한 연차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자 방송일도 병행하는 그녀는 너무나 바쁘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족의 밥상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음식과 음식에 대한 스토리가 가득한 그녀의 식탁, 배울 점이 정말 많은 그런 책이었다. 나도 그녀의 레시피대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내고,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려한다.
비슷한 결혼 연차이면서도 뭐가 귀찮아 건강한 밥상에 소홀했는가 반성이 되는 날이었다. 책을 읽으며, 또다시 반성하는 그런 날.
내일은 반드시 타키코미고항을 만들어보고, 다음 날은 신랑을 위한 한국식 해물 솥밥(이건 다른 책에 나온 )에 도전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