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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조물 엄마표 재활용 교구 놀이 - 내 아이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BEST 교구 모음 : 돌 이후부터 7세까지
정지영 지음 / 소풍 / 2011년 7월
구판절판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책, 엄마표 재활용 교구 놀이는 나를 놀라게 했다.
엄마가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미술 놀이 등에 대한 책등은 몇권 정도 읽어보았고, 아이 장난감 만들어주는 책도 따로 읽어보았는데, 재활용 교구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평범한 가정 주부의 솜씨라 믿기지 않는 놀라운 꼼꼼함, 그리고 만들고 나서도 허접해서 갖다 버리고 싶은 그런 교구가 아니라, 정말 산거라 해도 믿을 정도의 세심함과 보기에도 너무 예뻐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성스러움이 가득하다는 것에 놀랐다.
블로거 엄마들 사이에 이미 정평이 나 있다는 졍졍이님을 내가 처음 본 것은, 내가 아이 교구 검색을 워낙 안해봐서였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어려서였고, 지금쯤은 이제 많이 해줘도 좋을 때가 되었는데 게으른 엄마는 책만 핑계대고 장난감이나 사주면서 제대로 교구로 놀아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졍졍이님 블로그에서 이웃맘들이 직접 뽑은 베스트 11 제품들이 처음에 소개가 되었는데 1위에 빛나는 자동차 독서대. 우와 보기만 해도 입이 딱 벌어졌다. 자동차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우리 아들도 자동차 독서대가 있으면 그 속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값비싼 싱크대는 어떠한가? 졍졍이님은 종이 합판으로 간단히 만들고 만게 아니라, 공간박스를 이용해 직접 멋진 싱크대를 만들어주었다. 딸을 키우는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나무로 된 싱크대가 너무 비싸서 큰 것을 장만하지 못하고 작은 것 일부만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싱크대가 정말 비싸긴 비싸구나 했었는데 아들인 우리 아이도 그 집에만 놀러가면 싱크대에 열광을 해서, 지난 어린이날 저렴하게 판매된 플라스틱 싱크대를 하나 장만해주었다. 플라스틱이라 튼튼할 줄 알았는데 뒷면이 힘없는 도화지로 마감이 되어서 무척 실망스러웠다. 버려지는 종이 등으로 만드는 재활용 교구도 있지만 졍졍이님의 교구와 장난감 등은 실제로 시판 제품보다도 우수해보이고 탐이 나는 그런 작품이 많았다.
엄마팬들이 많을만하구나 싶었다.
아기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하시는 시부모님과 함께 마트에 다녀왔다. 마트 장난감이 워낙 비싸 (인터넷에서는 같은 장난감이 훨씬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되도록 마트에서는 구입하지 않는데 지난 주 설악산 여행에서 아이가 마트에 가서 장난감에 열광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으셨는지 굳이 장난감을 사주시겠다며 마트에 데리고 가주셨다. 비싸게 살 것을 알았기에 아이가 되도록 큰 장난감을 고르지 않기를 바랬는데 엄마 마음을 알아준것인지 다행히 아이는 미니카 세트 작은 것을 골랐고, 좀더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하셨던 부모님께서는 많이 아쉬워하셨다. 장난감 코너와 교구 코너들을 오랜만에 돌다보니, 낱말 카드 몇개 안들어있는 것이 몇천원, 거의 만원 가까운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인터넷쇼핑몰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도 별것 아닌 장난감들이 정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아이가 기타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인터넷으로 기타를 주문해주었더니 아이가 큰 관심을 갖지 않아 얼마나 실망했던지.. 그렇게 실패한 장난감이 실로폰과 기타다. 다른 장난감들은 잘 갖고 노는데 이상하게 별로 손이 안가나보다. 마트의 장점은 부모가 골라주는 장난감이 아닌 자기가 직접 보고 고른다는 장점이 있는데, 기타의 경우에는 집에 있는 물총으로 기타 흉내를 내며 아이가 노래를 불렀기에 직접 사주면 얼마나 앙증맞게 잘 갖고 놀까? 생각하다 사준것이어서 더욱 마음이 쓰렸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무조건 돈 주고 산 장난감에 열광하지 않는다. 요즘은 웬만한 장난감들이 다 비슷한 멜로디가 나오니, 소리가 나온다고 거기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는 시간, 자신이 뭔가 도움을 주는 그 시간,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는 엄마표 교구가 다소 엉성해 보일 수는 있어도 (졍졍이님의 솜씨는 훌륭하지만 내가 따라한다면 뭔가 부족할테니) 스토리가 들어있는 작품이라 아이에게는 소중한 장난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인이가 공주님이라 공주님들이 특히 좋아할만한 장난감, 싱크대, 냉장고, 세탁기 (사실 요즘은 남녀 구분없이 두루 다 좋아하기는 한다) 등의 쉽게 살 수 없는 그런 재치있는 장난감들이 눈에 띄었고, 물티슈 뚜껑으로 플랩교구를 만들고 비싼 값에 판매되는 각종 교구들, 그 중에서도 칠교 놀이같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데에 놀랐다.
엄마표 재활용 교구놀이는 엄마와 아이의 즐거운 미술시간(도 뒤에 나와있다) 뿐 아니라, 직접 만들어준 뛰어난 장난감들로 보는 엄마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할 그런 재치있는 장난감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아이와 이렇게 놀아주면 되겠다. 한번 만들어주고 버려질것같은 그런 장난감이 아니라, 엄마도 아이도 기분이 좋을 그런 재미난 교구들이 많아 더욱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아이가 하나하나 직접 읽었으면 가장 좋아했을 것이 바로 자동차 독서대였지만, 엄마는 만들기 쉬운 것부터 먼저 운을 떼었다.
우리 아들, 사진기 만들어줄까? 했더니 아이가 방긋 웃으며 "네~" 하고 기분좋게 대답한다. 안 그래도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자꾸 까칠한 장난꾸러기 네살이 되어가서 자꾸 혼을 내게 되어 미안했는데 아이를 위해 엄마가 뭔가를 해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카메라를 만들기 위해 요구르트 빈곽과 과자 빈곽이 필요하니, 오늘은 아이 간식으로 요플레 꾸러미를 사고.. 과자 빈곽은 집에 있는걸 재활용해봐야겠다. 상상만해도 즐거운 공작시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