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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츠구츠 일본 가정식 - 일본인도 감탄하는 한국인 셰프의 일본요리 100선
백성진 지음 / 북하우스엔 / 2011년 2월
문득 딸이 커서 시집갈때 들려보낼 요리책이 엄마가 쓴 책이라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는 제가 일본에서 5년간 생활하면서 요리를 배우고 실제로 해보면서 얻어낸 요리비법과 원칙이 담겨 있어요. -프롤로그
일본인 남편을 만나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본 요리를 해야했던 한국인 아내, 그녀는 결혼 5년차만에 웬만한 일본여자들보다 일본요리를 잘한다는 평까지 들을 정도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딸을 위해 이 책을 처음 집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나니 요리를 잘하고 살림 깔끔하게 잘하는 것만큼 부러운 재주가 없었다. 초창기에는 나도 레시피 찾아가면서 참 열심히 요리하고 살았는데 이런 저런 게으름의 핑계 끝에 지금의 내 요리 솜씨는 신혼때보다 크게 나아진바가 없다. 가끔 요리를 하면 신랑 왈, "색시가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한다고."라는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래, 이렇게 자기 계발에 성공하는 주부들이 많은데, 항상 제자리걸음인 나는 어쩌면 반성해야하는지도..
어쨌거나 평생의 입맛이 아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본인 남편을 위해 생소한 일본 양념 등을 갖고 만들어야했던 일본 가정식, 그 안에는 그녀만의 고충과 애환이 담긴 그런 소중한 레시피들이 가득할 것이다. 책을 다 덮을 무렵, 그녀가 얼마나 꼼꼼한 주부가 되었는지를 새삼 실감케 되었다.
일본 가정식에 관심이 많아 몇권의 일본 가정식 요리를 만나보았는데, 이 책은 다양한 양념 없이도 되도록 간소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살리는 그런 레시피가 많아 따라해보고픈 욕구가 불끈불끈 샘솟는 그런 레시피북이다. 어떤 것은 너무 재료가 단순하여, 헉, 정말 맛이 나려나? 싶은 걱정까지 들었다. 처음에 레시피부터 읽어보고서는 작가가 누구지? 하고 뒤늦게 찾아보기도 했다. 구츠구츠 백성진, 그녀의 살가운 레시피들은 요리책보다 식탁 위에서 더 빛이 나지 않을까 기대되는 밥상이다.
일본 밥상은 한국 밥상과 다르면서도 새로운 그 맛에 가끔은 꼭 해보고 싶은 그런 메뉴가 많다.
방사능 누출 문제로 일본 식재료 사기가 겁이 난다 했더니 친구 왈, 자기 신랑은 너무나 일본 요리를 좋아해 어른들 반찬은 어쩔 수 없이 일본 양념을 구비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래, 그런건가? 사실 일본 양념을 갖고 맛을 내면 그 맛에 더 가깝겠지만 간장 등도 그렇고, 대체할 수 있는 우리 양념이 많아 새로운 입맛을 위해 과감히 도전해보고픈 메뉴가 참으로 많다.
일본 요리 100선, 주반찬과 보조 반찬등, 밥상이 한가득 반찬으로 가득 채워져야하는 힘겨운 한식상과 달리 간소하게 올리기 좋은 일본 밥상은 게으른 나같은 주부가, 이런게 일본식이야 하면서 핑계김에 한두가지만 상에 올려도 좋을 그런 메뉴가 가득하다. 일식 돈까스도 집에서 소스까지 직접 만들수 있게 소개되었고, 만화책이나 영화 등에서 흔히 만났던 야끼 소바 빵, 카레 우동등도 나와서, 오, 이런 것까지 이렇게 만들어먹을 수가 있구나 내지는 한가지 메뉴로 참 다양하게 만들어먹는 구나, 질리지는 않겠는 걸? 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 도쿄 여행을 가면 꼭 먹고 싶었던 가츠샌드 (돈까스 샌드위치)도 두툼하게 육즙이 가득한 것을 집에서 직접 해먹을 수 있게 레시피가 소개되어, 입맛을 다셔가면서 접어두었다. 한동안 여행하기 힘들테니 집에서 해먹어야지 하고 말이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고 예쁜 일본 도시락등이 가득 소개되어서 나들이가 많은 여름, 가을에 즐거운 마음으로 활용해볼 팁도 많이 소개되었다
또 바이바이 블랙버드라는 소설에 나왔던 안미츠, 우리의 팥빙수 비슷하다던 메뉴도 소개되어 빙수 대신 집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며 일본 디저트를 즐기게 조언해주기도 하였다.
보는 내내 입맛이 다셔져 너무나 배가 고파온 구츠구츠 일본 가정식. 사실 누가 해주면 더욱 좋겠지만, 이제는 나도 주부 아닌가.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게 이렇게 소중한 레시피들이 잘 나온 것에 감사하면서 즐거운 밥상 차리기에 부산을 좀 떨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