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안녕! -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비룡소 창작그림책 39
한자영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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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1년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그림책입니다.

심사위원님들의 심사평 중 "빗방울의 소리와 빛깔을 이토록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이 놀랍다"라는 설명이 눈에 띄게 띄지에 보이더라구요.



지금은 잠깐 비가 그친듯 하지만, 한동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진 며칠이 있었습니다. 집안에만 갇혀서 밖에 못 나가 갑갑했는데, 우산을 좋아하는 아들은 우산 쓰고 밖에 돌아다니고 싶어서 자꾸만 나가자고 보채고 울고 그랬지요. 아이가혼자 우산을 쓰면 아무래도 무거워서 자꾸만 우산을 떨어뜨려서, 결국에는 비에 다 젖을것같은 마음에 엄마는 자꾸만 안된다고 하였구요.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아이의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자꾸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엄마 어릴적에는 비를 더 좋아했던 것 같네요.

초등학교때던가,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는 그런 장마비가 내릴때, 마치 수영장인양, 더러운 하수구 물이 가득한 그 곳에서 우산을 쓰고 첨벙첨벙 장화 신고 놀기도 하구요. (어차피 다 젖은거 놀기라도 하자 그런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비오는 날 친구들이랑 철푸덕이 앉아서 학교 운동장 한켠에서 수로도 만들고 댐도 만들어 놀았던 기억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가 되고 보니, 게다가 어린 아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무서워, 비가 많이 오면 절대로 나가지 않게 되고 조금 오더라도, 비옷에 우산에 완전무장을 시켜 나가거나 그것도 못 미더워 제가 업고 우산을 씌워나가기도 하였답니다. 엄마가 된 지금도 비가 좋긴 하지만, 집안에서 바깥을 바라볼때가 좋지..제가 맞는 비는 그닥 좋은지 모르겠어요.



이 책은 비를 만나는 그 설렘을 지렁이와 그 친구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주는 그런 책이었어요.

마침 비가 한참 오던 때라, 더욱 때에 맞게 잘 보여준 책이기도 했구요.

비! 하면 우중충한 회색을 떠올리곤 했는데 책 속의 비는 참 예쁘기만 하네요.



우리 아이들 눈에도 비가 이렇게 예쁜 색깔일까요?

첫 장을 넘기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보슬보슬 이라며 비가 떨어지는 모습이 등장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바로 글자로 말입니다. 화선지에 옅은 먹으로 쓴것 같은 우리 한글이 예쁜 흘림체로 비가 되어 내리고 있어요. 그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어요. 우리 아이가 아직 글을 모르는 유아지만, 글을 알게 되면 우와~ 하며 감탄하게 될 장면이 아닌가 싶었네요.


땅 위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맞아요. 밖에 나가 처음 비를 맞을땐, 어? 이게 뭐지? 이런 느낌으로 비가 시작되지요.

우산없이 비를 맞게 되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비를 좋아하는 지렁이는 툭 ~ 하고 비를 맞자마자 "와, 비다!" 하며 방긋 웃으며 길을 나섭니다.

아마 우리 아이도 이런 기분이겠지요. 감기고 뭐고 간에 우산을 쓰고 멋지게 걸어도 보고 싶고, 우산 밖 토도독.. 빗방울이 우산에 튕겨나가는 경쾌한 소리도 듣고 싶을 테구요.



요즘 흥미롭게 보고 있는 코코몽 영어 dvd중에 비가 와서, 비오는 소리를 탭탭탭~ 하면서 탭댄스 소리로 살려내어 재미나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와요. 알록달록 예쁜 우산을 빙그르르 돌려가며말이지요 아이도 그런 기분이었을텐데..엄마는 너무 아이 건강 걱정만 했네요.



시원한 빗방울을 온몸으로 느끼며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지렁이가 신기하게도 하나도 징그럽지가 않아요. 비야안녕에서는 비와 친구가 된 지렁이가 무척이나 친근하게만 느껴지네요. 비도 예쁘지만, 지렁이 또한 행복한 기운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그런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에 징그러움쯤은 유쾌히 날려버릴 수 있었나봅니다.


커다란 빗방울 덕에 나뭇잎으로 아이쿠~하고 떨어져버린 지렁이는 느릿느릿의 대명사 달행이와 거북이도 만나게 됩니다.

세 친구 서로를 경계하며 누굴까 누굴까 궁금해합니다.그러다 커다란 물방울이 퐁~ 물왕관을 씌워주었어요.

우와. 물왕관이라, 정말 멋진 표현이예요. 서울우유 광고에서 정말 멋드러지게 떨어진 우유방울이 왕관처럼 느껴진다 생각했었는데, 세 친구 머리 위로 떨어진 빗방울도 퐁퐁퐁 소리를 내면서 멋진 왕관을 만들어주었네요.



덕분에 서먹함은 사라져버리고 세 친구들은 한바탕 웃고 비와 즐거운 여행을 마저 합니다.

와, 간단한 아이 그림책이었는데도 비의 즐거움이 남다르게 느껴진 책이었어요.

읽고 또 읽어도 느낌이 새로운 그런 책이네요. 그림속에 한글 의성어가 그림처럼 들어간 그 느낌도 참 좋았구요. 비의 색감도 초록색 은은한 물빛으로 싱그럽게 느껴져 더이상 칙칙한 회색이 아니라 참 좋았네요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운 비와의 만남, 아이를 더욱 이해하게되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엄마의 틀에 갇혀버린 지금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수어야 할 벽이 너무나 많아진 기분이랍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화도 잘 안내고 그랬는데 오늘은 별일도 아닌데 정말 목청 높여 아이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곤 했네요. 그래서인지 아이도 유난히 더 말을 안 듣고, 자다가도 몇번이나 놀라 울면서 깨더라구요. 정말 많이 미안했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참을만한 일들이었는데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핑계를 만들어 제 이기적인 감정을 아이에게 이입해 화를 내었던게 너무나 실망스럽고 미안한 기분이 되어버렸네요.



그러지 말아야지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이렇게 소중하고 예쁜 아이에게 내가 무슨짓을 한건가 반성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의 눈높이로 되돌아가기 위해 새롭게 노력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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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은 다 달라요 - 다인종.다문화를 이해하는 그림책 I LOVE 그림책
캐런 카츠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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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릴적에는 크레파스에도 "살색"이라는 명칭의 색깔이 있었고, 그 색은 물감으로는 주황색과 하얀색을 합쳐 만들 수 있는 색이었다. 바로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 황인종의 피부색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미국만큼 다인종 국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국제결혼이 정말 많이 늘고 2세도 많아지니 단일민족, 살색이라는 단어들은 그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어, 살구색이라는 다른 말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아이 크레용에는 살구색이 아닌 엷은 주홍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살구색이라는 명칭이리라.



이 책의 저자 캐런 카츠는 아이가 만나는 모든 이들, 친구들서부터 가까운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피부 색이 모두 다른 것을 재미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흑인, 백인, 황인 이렇게 뭉뚱그려 표현하는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피부색을 갖고 있다.

심지어 같은 황인종 중에서도 유난히 더 흰 사람이 있고, 좀더 까만 피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책에서는 다인종,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낯설게 드러내기보다 화가인 엄마를 둔 아이의 시선으로 재미난 색깔 놀이처럼 그리고 다양한 피부색은 정말로 아름답다는 편견없는 멋진 시선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화가인 우리 엄마는 노릇하게 살짝 구운 식빵 색깔이지.

엄마는 나에게 색깔 섞는 법을 알려주었어.

빨강, 노랑, 검정 그리고 하양 물감을 알맞은 비율로 섞으면 나를 그리기에 딱 좋은 적갈색을 만들 수 있대.



갈색은 그냥 갈색이잖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조금씩 빛깔이 다른 갈색이 참 여러가지가 있단다. 하면서 산책을 나가 만나는 사람들의 피부색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색을 말하면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의 색을 떠올리며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무척 즐거워보이는 그림과 각각 다른 피부색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일곱살 여주인공 레나. 레나와 가장 친한 친구 미나는 벌꿀색이다. 카를로스는 밝은 코코아빛 갈색이고 로지타는 캐러멜맛 사탕처럼 연한 갈색이야.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그런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아이들의 색에 대한 좀더 명확한 구분과 확실한 개념을 세워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다양한 그림, 다양한 친구들의 피부색, 그리고 피부가 살색이 아닌 갈색으로, 그것도 아주 종류가 많은 갈색으로 구분되는 것도 참으로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 항상 백인 내지는 황인이 주인공이던 그림책을 보다가, 얼마전 읽었던 책에 흑인이 주인공이어서, 엄마도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아이들에게도 피부색이 달라도 똑같은 친구라는 인상을 주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보모인 캔디 아줌마의 피부는 분명 흑인의 그것임에도 좀더 아름다운 보석같다고 한다. 불그스름한 구릿빛과 진한 호박색을 띤 아름다운 보석, 그래서 마치 공주님같다고 아이는 표현한다. 아마도 아줌마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 더욱 예쁘게 보이는 것이리라.



다양한 아이의 시선과 느낌을 체험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의 피부색에 대한 멋진 표현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나도 황토색, 갈색, 고동색까지는 알아도 좀더 세분화된 색은 몰랐는데 황금빛 갈색, 복숭앗빛 황갈색, 초콜릿빛 갈색 등 참으로 많은 갈색의 나열에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해지는 마음만큼이나 머릿속까지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기분좋은 산책을 마친후, 엄마에게 배운 물감 색 배합 놀이로 자신이 만난 모두의 그림을 그려낸다.

아름다운 우리들의 빛깔이에요. 라고 말이다.


억지로 이해시키기보다, 자연스러운 감동을 주어 더욱 인상깊은 그림책이 된 살색은 다 달라요.

이제는 시골 뿐 아니라 웬만한 도시에서도 2세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라거나 쭈뼛거리지 않고 모두가 친구임을 일깨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이런 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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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 350번째 책이야기]


<조물조물 엄마표 재활용 교구놀이> - 정지영 저




텍스터 ()
http://www.texter.co.kr





◆ 서평단 모집기간 : 2011년 6월 30일 목요일 ~ 2011년 7월 6일 수요일
◆ 모집인원 : 15명
◆ 서평단 발표일 : 2011년 7월 7일 금요일 (텍스터 홈페이지 -> 서평마을 -> 서평단 공지사항 참조)
◆ 서평작성마감일 :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책수령후 평균 2주 이내)





조물조물 엄마표 재활용 교구놀이 / 정지영
 저

재활용품으로 만든 우리아이 교구 + 살림살이 + 미술놀이,
그리고 교육비 절감까지!

이 책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졍졍이님이 아이에게 필요한 교구를 '재활용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이용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교구'로 재탄생시켜 만들고 놀이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위를 보면 예쁘고 화려한 값비싼 교구들도 많지만 '재료비도 거의 들지 않고' 엄마의 사랑이 담긴 '재활용품으로 교구 만들기 놀이'는 특별한 경험을 드릴 것입니다. 더불어 재활용품으로 만든 교구 놀이는 아이에게 교육적인 면이나 흥미 유발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가방법
1.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2.서평단 가입 게시판에 "조물조물 엄마표 재활용 교구놀이 서평단 신청합니다" 라고 써주시고 간단한 서평단 가입의도를 적어주시면 됩니다.
3.자신의 블로그에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스크랩(복사, 카피)해서 꼭 올려주세요.
4. 자세한 사항은 텍스터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texter.co.kr메일로 주시거나 텍스터 고객 게시판을 통하여 질문해 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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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길러진 아이 -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을 보여 준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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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의 나는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은 (워낙 뛰어난 엄마들이 많은 관계로 지금의 나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티브이나 책 등에서 내 아이 또래의, 혹은 아기뿐 아니라 어린 생명이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입이 되고, 크나큰 공감이 되곤 하였다. 그래서 세상의 어디선가 밥을 굶거나, 학대받고 , 사랑받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보면, 금새 눈물이 흐르고 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생겼다. 단 하나, 내 아이가 있고 나서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기에...



이 책을 읽기전 숨을 고르고 많이 망설여야했다.

많은 학대와 고통을 겪어야했던 아이들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기엔, 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잔인했다. 아니, 학대를 받았다고 해도 어찌 이런 제목을 ...이라고 생각했으나..



정말로, 양육자의 모자란 육아지식에 의해 (절대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육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이어서 ) 개로 길러진 아이의 사례가 나온다. 15살이던 엄마는 아이를 낳고 2달만에 가출을 해 돌아오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대신 아이를 맡아 길렀으나 고도 비만인 그녀는 아이가 11개월에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의 남자친구였던 할아버지가 아이를 기르게 되었는데, 전혀 육아지식이 없던 그가 아동 보호국을 불렀지만 그들은 아이의 일을 금새 잊어버리고 방치하고 말았다. 그리고 전혀 육아에 문외한이었던 할아버지는 슬프게도 자신의 전공인 개 사육 방식으로 아이를 개 우리에 넣어 5년을 키웠다. 먹이고 기저귀 가는 것 외에 보통의 가정에서 아이가 받을 사랑은 아이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다. 한 가정에서 사랑의 매로 아이를 다스리기만 해도 곧 신고가 이어져 부모가 경찰서에 출동하게 되고,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회에서 반 강제적으로 아이를 빼앗아 그들이 믿는 안정적인 양육 조건의 가정에 아이를 맡기다시피하는 그런 미국이란 나라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분명 할아버지는 나라에 sos를 보냈고 나라의 무관심이 한 아이를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개처럼 길러진 아이는 전혀 되돌아올수없는 상황으로 보였으나 저자인 페리 박사는 사람들이 하듯 아이를 두려워하거나 질리게 만들지 않고, 아이의 눈높이와 상황을 철저히 이해하고 배려하여 결국 몇년 후 아이가 정상적으로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상황까지 될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제목은 이래서 나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를 경악케 했던 이야기. 읽는 내내 너무나 가슴떨려 숨조차 쉴수 없었던 그리고 며칠이나 그 대목이 눈앞에 아른거려 소름끼치게 두렵기도 하고, 너무나 무서워 아이가 겪어야했을 고통의 깊이와 정도를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샌디의 이야기.

이 책의 번역자인 분도 샌디의 이야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아이 엄마라면 그 부분을 읽으면 아마 숨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될것이다.


세살짜리 여자아이가 엄마의 강간과 살해현장을 목격했다.

살인마는 엄마를 아는 사람이었고, 잔인하게 살해한후 아이의 목에 칼을 두차례 그으며 심한 상처를 냈다.

아이는 너무나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우유를 마셨으나, 우유는 계속 목의 상처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왔고, 엄마의 죽은 시체와 함께 아이는 11시간을 그렇게 집안에 방치된 상태로 있어야했다. 엄마의 죽음조차 이해하지 못한 그 어린나이에 말이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그런 아이의 심리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세살 아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려 한 사회의 어른들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전혀 무시한 어른들의 모습에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실로 정말 오랜 시간동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끔찍한 사건을 재연하여 내성을 키워나간" 샌디만의 방식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저자가 아니었으면, 아이의 상황을 직시하고 치유할 의사가 하나도 없었을테고, 장차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어린 나이였지만 스스로 강하게 극복해내었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어느 카페에건가 세상에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요? 라는 토론 방이 열렸던 것이 생각난다.

샌디의 엄마를 살해하고, 샌디마저 잔인하게 죽이려했던 그 살인청부업자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과연 살아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에 관한한 극도로 흥분을 잘 하는 나로써는 정말 한동안 분노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 사실 많은 엄마들이 육아를 하면서 엄마로써 나는 부족하지 않나 고민하고 반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그 엄마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 속의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슬픔은 육아를 방치한, 혹은 어렸을때 제대로 된 엄마의 스킨십 등을 극단적으로 받지 못한 예에 해당될 뿐이다. 대부분의 엄마가 최고의 교재, 교육 등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마음껏 안아주고 사랑하는데는 인색하지는 않다고 믿는다.


부모 뿐 아니라 의사, 교육자, 아동 보호 업무 종사자, 법 집행 공무원, 고위 공직자 등을 상대로 아이의 트라우마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회복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교육하고, 강연하는 일환으로 이 책이 씌였다 한다. 아이가 트라우마에서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주위 사람, 특이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가까운 어른이 사랑과 변함없는 지지, 격려를 보내 주어야 한다. 15.16p



지금도 소중하지만, 앞으로도 아이를 더욱 사랑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없이 다 같이 행복하게 키우겠단 각오로 어느 중남미에 학교를 세웠던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최근에 책에서 읽었었는데, 정말 주위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겠다 마음먹었다. 혹시나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 간절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어린 아이를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얼마전 부모에게 맞아죽었던 어린 아이의 슬픈 사연이 뉴스를 장식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것처럼, 아이들의 폭행과 구타 역시 이웃들이라면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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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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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레비의 낮 1,2 를 읽고, 밤을 기다렸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읽게 되어 낮부터 읽은 후 읽었으면 좋으련만, 조급한 마음에 그대로 밤을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월터의 편지를 읽으니 낮의 줄거리가 다시금 조금씩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밤의 1부에서는 주인공 아드리안과 키이라가 찾고 있는 비밀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중국에 갇혔던 키이라를 빼오는 이야기가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낮의 결말은 추적을 피해 도망가던 키이라와 아드리안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아드리안만 살아남아 키이라는 실종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끝이 났었다.

 

절벽에 떨어질땐 없었던 이마에 새로운 상처를 갖고 있는 키이라의 사진, 그 한장으로 아드리안은 그녀의 생존을 확신하게 되고 그녀를 구출해내오기 위한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본인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성 폐렴에 시달리는 상태였음에도 연인을 구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고 만다.

 

그들이 찾아 완성해야하는 조각의 비밀과 그것이 완성되기를 기필코 반대하는 강한 힘을 세력의 견제,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관망하는 듯 하면서 실제로는 배후에서 주인공들을 부추겨 조각을 찾아내게 하는 이보리 교수.

 

주인공들의 시점에서만 진행되는게 아니라 이보리 교수, 바키에, 애슈턴, 월터 등 다양한 주변인들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진행돼 그들이 찾고 있는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표현하는 그의 방식은 마크 레비만의 독특한 느낌을 살려준다. 특히나 바키에가 다리를 건너다 일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진행되는 듯 (하지만 긴장감은 고조된다) 하다가 갑작스런 공격으로 생을 마감해야하는 , 그러면서도 자신의 지기였던 이보리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에서는 읽는 이에게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인공만을 위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마크 레비의 책에서는 찾아볼수없다. 어느 하나하나 다 소중한 인물들이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온전히 드러내준다.

 

사실 주인공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다. 이보리, 바키에 심지어 악인에 가장 가까워보이는 애슈턴마저도 극단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정확히 선을 긋고, 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대화 등을 통해 짐작을 하게 하는 바, 적어도 애슈턴 마저도 살인을 저지를 망정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비추고 있으니 말이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또다시 조각을 찾아 나선 두 연인은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이 밝혀내려 하는 온 세계가 깜짝 놀라게 될 그 비밀은 무엇일까?

 

밤의 2부, 4권의 마지막이 될 그 책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골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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