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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길러진 아이 - 사랑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희망을 보여 준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1년 5월

아이를 낳기 전과 낳은 후의 나는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지는 못하지만은 (워낙 뛰어난 엄마들이 많은 관계로 지금의 나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티브이나 책 등에서 내 아이 또래의, 혹은 아기뿐 아니라 어린 생명이 나오는 모든 이야기를 통해 감정이입이 되고, 크나큰 공감이 되곤 하였다. 그래서 세상의 어디선가 밥을 굶거나, 학대받고 , 사랑받지 못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보면, 금새 눈물이 흐르고 내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생겼다. 단 하나, 내 아이가 있고 나서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기에...
이 책을 읽기전 숨을 고르고 많이 망설여야했다.
많은 학대와 고통을 겪어야했던 아이들의 트라우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기엔, 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잔인했다. 아니, 학대를 받았다고 해도 어찌 이런 제목을 ...이라고 생각했으나..
정말로, 양육자의 모자란 육아지식에 의해 (절대 그가 나빠서가 아니라, 육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이어서 ) 개로 길러진 아이의 사례가 나온다. 15살이던 엄마는 아이를 낳고 2달만에 가출을 해 돌아오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대신 아이를 맡아 길렀으나 고도 비만인 그녀는 아이가 11개월에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의 남자친구였던 할아버지가 아이를 기르게 되었는데, 전혀 육아지식이 없던 그가 아동 보호국을 불렀지만 그들은 아이의 일을 금새 잊어버리고 방치하고 말았다. 그리고 전혀 육아에 문외한이었던 할아버지는 슬프게도 자신의 전공인 개 사육 방식으로 아이를 개 우리에 넣어 5년을 키웠다. 먹이고 기저귀 가는 것 외에 보통의 가정에서 아이가 받을 사랑은 아이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다. 한 가정에서 사랑의 매로 아이를 다스리기만 해도 곧 신고가 이어져 부모가 경찰서에 출동하게 되고, 부모가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회에서 반 강제적으로 아이를 빼앗아 그들이 믿는 안정적인 양육 조건의 가정에 아이를 맡기다시피하는 그런 미국이란 나라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분명 할아버지는 나라에 sos를 보냈고 나라의 무관심이 한 아이를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개처럼 길러진 아이는 전혀 되돌아올수없는 상황으로 보였으나 저자인 페리 박사는 사람들이 하듯 아이를 두려워하거나 질리게 만들지 않고, 아이의 눈높이와 상황을 철저히 이해하고 배려하여 결국 몇년 후 아이가 정상적으로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상황까지 될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개로 길러진 아이라는 제목은 이래서 나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를 경악케 했던 이야기. 읽는 내내 너무나 가슴떨려 숨조차 쉴수 없었던 그리고 며칠이나 그 대목이 눈앞에 아른거려 소름끼치게 두렵기도 하고, 너무나 무서워 아이가 겪어야했을 고통의 깊이와 정도를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샌디의 이야기.
이 책의 번역자인 분도 샌디의 이야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아이 엄마라면 그 부분을 읽으면 아마 숨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될것이다.

세살짜리 여자아이가 엄마의 강간과 살해현장을 목격했다.
살인마는 엄마를 아는 사람이었고, 잔인하게 살해한후 아이의 목에 칼을 두차례 그으며 심한 상처를 냈다.
아이는 너무나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우유를 마셨으나, 우유는 계속 목의 상처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왔고, 엄마의 죽은 시체와 함께 아이는 11시간을 그렇게 집안에 방치된 상태로 있어야했다. 엄마의 죽음조차 이해하지 못한 그 어린나이에 말이다.
더욱 끔찍했던 것은 그런 아이의 심리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세살 아기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려 한 사회의 어른들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전혀 무시한 어른들의 모습에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실로 정말 오랜 시간동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하는, "끔찍한 사건을 재연하여 내성을 키워나간" 샌디만의 방식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저자가 아니었으면, 아이의 상황을 직시하고 치유할 의사가 하나도 없었을테고, 장차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지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어린 나이였지만 스스로 강하게 극복해내었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갔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어느 카페에건가 세상에 죽어야 마땅한 사람이 있을까요? 라는 토론 방이 열렸던 것이 생각난다.
샌디의 엄마를 살해하고, 샌디마저 잔인하게 죽이려했던 그 살인청부업자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과연 살아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이에 관한한 극도로 흥분을 잘 하는 나로써는 정말 한동안 분노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 사실 많은 엄마들이 육아를 하면서 엄마로써 나는 부족하지 않나 고민하고 반성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그 엄마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 속의 많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슬픔은 육아를 방치한, 혹은 어렸을때 제대로 된 엄마의 스킨십 등을 극단적으로 받지 못한 예에 해당될 뿐이다. 대부분의 엄마가 최고의 교재, 교육 등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마음껏 안아주고 사랑하는데는 인색하지는 않다고 믿는다.
부모 뿐 아니라 의사, 교육자, 아동 보호 업무 종사자, 법 집행 공무원, 고위 공직자 등을 상대로 아이의 트라우마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회복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교육하고, 강연하는 일환으로 이 책이 씌였다 한다. 아이가 트라우마에서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주위 사람, 특이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가까운 어른이 사랑과 변함없는 지지, 격려를 보내 주어야 한다. 15.16p
지금도 소중하지만, 앞으로도 아이를 더욱 사랑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없이 다 같이 행복하게 키우겠단 각오로 어느 중남미에 학교를 세웠던 우리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최근에 책에서 읽었었는데, 정말 주위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겠다 마음먹었다. 혹시나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이 간절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어린 아이를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얼마전 부모에게 맞아죽었던 어린 아이의 슬픈 사연이 뉴스를 장식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것처럼, 아이들의 폭행과 구타 역시 이웃들이라면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