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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 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
박임순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6월
부루마불을 통해 만났던 세계일주라는 단어, 어렸을적부터 꿈처럼 느껴졌던 그 일은 엄마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비용도 문제지만, 부모와 아이들 모두 다니던 직장, 학교 등을 그만두고 다녀와야하기에 쉬운 결심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여기 한 가족이 과감히 직장, 그것도 학교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부부 모두가 그만두고, 아이들도 한창 사춘기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성적에 엄청 신경을 쓸 나이의 세 아이들이 모두 중학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세계 일주를 떠난다. 어딘가 엇나가 힘들었던 가족을 바로잡기 위해, 남들이 모두 "미쳤다" 말하는 어려운 여행을 결심한 것이었다.
가족 중 누구라도 배낭여행에 일가견이 있다거나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행 생초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처음에는 정말 지도 한장 들고 아프리카로 향할 정도로 무대뽀 배낭 여행가족이었다. 그래도 연습여행으로 인도 여행을 계획해 다녀와보고,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히 챙겨 본 여행을 떠나게 되고, 너무 무거운 짐에 결국 중간에 배낭 한개분의 짐을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배낭 무게가 꼭 인생 무게 같네! 많이 갖고 있으면 그만큼 고통도 큰 법..."
17살짜리 딸의 독백에 남편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이들은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그리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연습여행인 인도에서, 물건 값을 깎기 위해 상인들과 며칠에 걸쳐 흥정한후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구입한 아이들의 용기 또한 대단했다.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하는 것처럼 어리지 않았다. 갓난 아이때부터 자라서까지 부모 눈에는 한없이 어리게 보일 1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어른들보다 더 꼼꼼히 그들은 세상과 만나고 있었다.

매 이야기들이 처음에는 우화, 가요, 등 저자가 풀어내고 싶은 주제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인용이 되고, 그 다음에 본론에서 가족들의 좌충우돌 세계배낭 여행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맺음말이 또 따로 정리되어 각 여행에서 가족들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들, 그리고 저자가 느낀 그런 교훈들이 소개되는 것이다. 일정한 틀이 있는 형식으로 글이 쓰였고, 맨 끝에는 사진과 함께 기억에 남을 말들이 적혀있었는데, 여행기도 그렇고 인용된 글들 모두 귀에 쏙쏙 잘 들어와서, 제법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술술 재미나게 다 읽을 수 있었다.
어린 유아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초등학생부터 시작해 10대의 대부분의 자녀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아, 나도 이렇게 트인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다 하면서 흥미롭게 읽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들은 여행을 그저 돈을 많이 들여 펑펑 놀고 즐기다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이들도 깨달아야 할것이다. 한정된 돈으로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다보니 숙소도 식사도 그리고 여행 교통수단조차 최고급만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부모의 돈이 내 돈이라 느끼는 대부분의 한국 자녀들이 많겠지만은 아이들은 나중에 여행을 마치며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부모님의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스스로 돈을 벌어 해봐야겠다. 라고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은 스스로 먼저 짠돌이가 된다.미국 캠핑 여행을 위해 텐트를 사러 가서, 텐트는 잠만 자면 된다며 가장 싼 것을 알아보고, 여행 말미에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진 부모님을 위해 부모님들은 빠르고 좋은 쾌속정을 타고, 자신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저렴한 야간 페리를 타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남미의 여러 나라를 둘러보고서는 스페인어를 배우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졸라, 안티구아에서 숙소를 정해 학원에 다니게 해주니, 하루 10시간을 공부해도 너무나 재미있다는 ,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 아이들의 반응이 되돌아온다.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전기세를 아끼려 일찍 불을 끄는 집을 피해 여기저기 이사를 다니자 하고, 그들의 학업열기는 부모를 놀라게 한 것은 물론 책을 읽는 나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전혀 배우지 않은 스페인어에대한 열정이 그토록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했다.
세계일주를 마치며 영어를 배우고 싶다 말하는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건너가 몇개월간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 기회를 주기도 한다.
부모가 필요하단 생각에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아닌, 자신들이 여행을 통해 정말 필요하고 배우고 싶다는 열성이 생겨서배우게 된 언어들, 미국에 남아 계속 공부하고 싶다던 아이들은 부모님의 뜻대로 우선은 한국에 돌아오기로 했다.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한 세렝게티, 이과수 폭포의 말로 표현못할 대장관, 우유니 소금사막의 아름다움 (우유니 소금사막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 읽은 여행 에세이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사진이었는데, 책속에 착시 효과를 이용한 여러 사진이 실려 더 흥미롭기도 했다.), 볼리비아에서 목사님 가족에게 받은 최고의 환대.. 한권의 여행책에 세계 곳곳의 명소들이 담겨있고 가족의 성장기가 담겨 있었다. 정말 고생스러운 상황도 많았겠지만, 처음에 그들에게 쏟아졌던 "미쳤다"라는 반응을 그들은 멋지게 뒤엎어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자녀들 스스로가 선택한 진로는 대학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살리고 개발하는 것들이라 어린 자녀들이었지만 그들이 정말로 성장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든든한 마음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모습도 정말 멋있었고 말이다.
이 책을 아버지께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다.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셨는데, 여행과 책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사실 해외여행은 거의 못 다녀오셨다. 책이나 티브이 등을 통해 세계 곳곳을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나 또한 아버지와 함께 이런 여행, 아니 이렇게 대단한 여행은 아니더라도 정말 좋은 곳들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부쩍 들었다. 여행에 앞서 이 책을 먼저 보여드려도 재미난 줄거리와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아이들의 멋진 성장에 무척이나 만족하실 책이 아닌가 싶다.
한 박자 느리게 산다는 것은 곧 도태되는 것이라고 여겼던 우리 가족에게 세렝게티는 천천히, 더 천천히 살아가라고 말해주었다. 8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