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2001년, 저자 벤 라이스는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라는 이 작품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하였고, 이 책은 오팔 드림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표지 전체에 가득한 작지만, 많은 것을 말해주는 사람들, 책의 내용을 담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던 책, 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는 책을 잡자마자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읽히는 책이었다.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읽을수 있는 책이라 두껍지 않은 문고본 사이즈의 아담한 책이기도 했다.
포비와 딩언, 두 친구와의 삶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캘리언이라는 소녀와 그 가족의 이야기.
어렸을 적에 나 또한 상상을 하기를 좋아했으나,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 정도로 그 상상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냥 현실은 현실이고, 상상은 현실의 나를 기반으로 한 잠깐의 순간에 이어지는 것이었다. 캘리언은 꽤 상상력이 뛰어난 소녀이다. 어린 나이에도 그녀의 상상은 꽤 구체적이어서, 자신의 친구들을 인정하지 않는 애슈몰 오빠와 다른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친구들의 존재를 깊이 확신한다.
놀라운 것은 그런 그녀의 상상 친구들을 지지하는 주위 사람들이었다. 애슈몰 오빠가 존재하지도 않는 친구에 빠져있는 캘리언을 이해 못하듯, 나또한 그런 입장이었는데, 의외로 엄마조차 두 상상 친구의 밥까지 차려주고, 동네 사람 몇몇은 캘리언과 친구들을 위해 따로 세개의 사탕을 쥐어주는 등, 실제로 있는 친구인양 안부를 묻기도 한다.
아빠는 값이 나가는 오팔을 찾아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이고,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으나 그의 것인양 가까이 자리잡을 오팔이 항상 함께 한다. 아들 애슈몰 또한 동생의 상상 친구들은 믿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의 오팔 드림과 아버지의 꿈을 좇아 오팔에 대한 강한 믿음이 존재한다.
하지만, 런던에 두고 온 가족들과 런던을 그리워하는 엄마만은 딸인 캘리언은 이해할지언정, 손에 쥐어지지 않은 오팔을 꿈꾸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상상의 친구, 포비와 딩언. 상상 속 친구들이니 캘리언의 상상에 의해 얼마든지 금새 뚝딱 이야기가 지어내지고, 손쉽게 찾아질 수 있는 존재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날 아빠가 광산에 데려갔던 포비와 딩언을 잃어버렸다면서 그날부터 캘리언은 식음을 전폐한채 시름시름 앓아간다. 동생의 상상친구에 의한 병때문에 아빠와 애슈몰, 캘리언 셋이 광산에서 상상 친구들을 미친듯 찾다보니, 남의 광산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런 아버지를 도둑으로 오인한 광산주에 의해 일이 참 나쁘게 꼬이기 시작했다. 아픈 동생, 하지만, 도둑으로 몰려 (그들의 마을에서는 도둑이 가장 나쁘다.)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잃고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버지. 처음에 애슈몰은 아빠를 그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철없는 (?) 동생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 또한 상상 속 이야기 갖고,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캘리언은 진심이다.
그녀에게 포비와 딩언은 실재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게다가 시체조차 찾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캘리언이라는 작은 소녀는 깊은 병이 들어버렸다.
애슈몰은 캘리언을 위해, 포비와 딩언을 찾기로 한다. 또 마을 사람전체에게 그 마음을 일일이 호소하러 다닌다.
사실 어른들의 세계에서 한 아이의 장난같이 느껴지는 상상 친구들을 찾으러 노력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빠와 동생의 문제가 걸린, 애슈몰에게는 아주 심각한 일이 되어버렸고, 포비와 딩언을 찾지 않으면 가족을 지킬 수 없을 것같은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대충 장단이 맞춰질것같았던 이야기. 그러나 캘리언의 포비와 딩언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하여, 읽을수록 놀라운 이야기였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던 이야기.
예전에 바다였다는 믿기 힘든 마을의 오팔을 꿈꾸는 그 곳에서, 캘리언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는 큰 슬픔을 겪었고, 소녀의 그런 마음은 마을 사람들 전체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심지어 그런 그녀를 가장 못마땅하게 여겼던 현실주의자같은 오빠 애슈몰 마저 그녀를 위해 노력하다가 포비와 딩언의 실재를 굳게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된다.
현실에 있지 않은 친구들때문에 가족까지 불행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여겼던 캘리언. 처음엔 그런 그녀가 무척이나 야속하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그녀는 그저 상상만했던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 가족, 특히 아버지때문에 결국 그녀는 친구들을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하늘로 가져가버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같이 이야기하고 생각한다는 것. 몹시 힘든 일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 눈엔 그냥 사람을 닮은 인형 사진인데, 아이는 목이 길으니 기린이라고 주장을 하고, 파란색의 자동차 나르는 트레일러를 보고서, 사다리같은게 달려있으니 소방차라고 우기는 네살박이 우리 꼬맹이 아들, 대부분은 실제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잘 알아보지만 가끔은 아이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아니라고 크게 반박을 하곤 하였는데 아이의 눈높이를 너무 무시한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아이가 상상 속 친구들까지 만들어낼 상황이 올수도 있을텐데 그때는 더욱 아이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아이의 상상 친구들을 열심히 믿어주고 지지해준 캘리언의 엄마가 있었고, 결국 동생에게 동화되어 친구들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애슈몰 오빠가 있었고, 마을 사람 전체가 포비와 딩언의 장례식에 참여하게 될 정도로 전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킨 캘리언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도록 빛나지도 않고 수천달러의 가격으로 팔리지도 않으니까요. 여기 모인 많은 분들이 포비와 딩언의 존재를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존재를 믿지요. 그리고 하나님은 여러분도 믿습니다. 1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