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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와 함께 배워요 ㅣ 메이지 입체 놀이책
루시 커진즈 지음, 전정숙 옮김 / 어린이아현(Kizdom) / 2011년 5월
품절
34개월의 우리 아들, 요즘 영어 놀이에 빠져 있습니다. 별건 아니고, 할아버지께서 알려주신 단어들을 우리말은 영어로, 영어는 우리말로 바꾸어 대답하는 놀이에 빠져있는 것이지요. 돌 전에 노부영 한동안 틀어주다가 cd자체를 거의 끊고 살았는데, 영단어 외우기 (물론 철자 등은 아직 모릅니다.)에 재미가 붙다보니, 예전엔 외면하던 영어 그림책들에도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없어져라 초록괴물로 유명한 Go away big green monster도 그 중 하나지요. 엄마가 먼저 읽어줘도 딴 책 갖고 오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그 책을 갖고 와 읽어달라고 합니다. 아이와 함께 열심히 하다보니 재미가 붙더라구요. 사다놓은 한솔 영어전집은 선생님 공부 시작하고 싶어도 아직 아이가 엄마랑 할래요 하며 미루는 통에 그대로 모셔둬서 무척 아까웠는데, 할아버지와 하루에 몇단어씩 외운 영어가 재미났는지, 이제는 수시로 영어에 관심을 갖네요.
메이지는 입체북인 뜰이 있는 메이지 하우스를 먼저 구입했어요. 평이 워낙 좋길래, 친구 딸 선물로 사주면서 하나 더 사서 우리 아들에게도 선물해주었지요. 어릴때 사줬던 터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신기한 입체집 갖고 무척 잘 놀았는데, 보물찾기하듯 숨겨진 작은 물건 찾기 놀이하기를 무척 즐겨했었답니다. 그렇게 친숙해진 메이지로 영어 공부, 한글공부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재미난 책이 나와서 요즘 우리 아기에게 무척 잘 맞을 것 같아 보여주었네요.
책 낯가림이 좀 있는 아기인데, 처음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진짜 놀랐어요. 몇달 전만 해도 영어 읽어주면 못알아듣는다는 듯, 다른 책 읽어줘요 했었는데, 영어로 읽어줘도 흥미를 갖고 바라봅니다. 게다가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들춰보기 책이라, 페이지 어느 부분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아이와 함께 찾는 재미가 무척 쏠쏠한 책이었어요. 처음엔 약간 비싼가도 싶었지만, 아이 좋아하는 걸 보니, 게다가 그 책이 영어 책이라는 생각을 하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저 머나먼 별나라로 날아가버렸답니다. 책꽂이에 모셔두는 책이 아닌, 아이가 보고 보고 또 보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하는 책이니까요
장수도 무척 많고, (사실 얇은 책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이 책을 나누어 출판해도 될 정도로 내용이 풍성했어요.) 아이가 중간에 지루해하겠다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처음 읽어줄때부터도 끝까지 다 읽어줄때까지 재미나게 집중하더라구요. 아직은 영단어 몇개 외우는 수준이라 (동물을 주로 외웠구요, 색깔은 기본 색상 정도 , 숫자는 거의 시작 정도고..) 문장으로 설명해줄때는 처음이라 그런지 낯설어했지만 다시 한국어로 반복해주고, 영어로 공부하고 놀듯이, 단어만 암기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매 페이지마다 할일이 있으니, 그거 따라하는 재미로 흥미가 더해지는 듯 했답니다.
알파벳 나오는 부분에서는 노래를 불러주니, 세번이나 "또 해줘요. 또 불러줘요."를 요청하더라구요. 처음엔 좀 귀찮았는데 자꾸 그렇게 아이가 반복해서 요구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한글 단행본도 좋아하는 책 몇번씩 읽어달라고 하고서, 나중에 보니 글자는 몰라도 들은 내용을 외워서 혼자 반복해서 암송하고 있더라구요.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요. 동요도 그렇구요 자주 듣다보면 외워지듯이.. 좋아하는 것을 따로 암기할 생각으로 한다기보다 좋아하면 즐기고, 즐기다보니 입에서 노래처럼 흘러나오고 그렇게 되는 것이 "암기력이 좋은 이 또래 유아"들의 폭발적인 두뇌 발달을 반영하는 것 같았어요. 나날이 노쇠하는 기억력감퇴엄마는 어찌나 부럽던지요.
한 권 다 읽어주고, (무심한 엄마 길게 놀아주지도 못합니다. ) 정리한다고 다른 책과 함께 쌓아놓으니.. 절 따라 서재로 들어와서, 뭔가 쿵 ~ 하는 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니.. 쌓여있는 책 속에서 이 책을 꺼내 든 후에.." 엄마, 생쥐 나오는 책 읽어주세요." 하더라구요. "이거 아가책이예요." 하면서요. 다른 한글 그림책도 많았는데, 자기는 이거 하나만 들고 갈테니 엄마가 딴거 갖고 나오라고 하대요. 거실로 나와서도 사실 다른 한글 단행본은 관심도 안 갖고 이 책만 다시 또 읽어달라고 해서.. 대충 그림만 설명하려고 하니.. 아이가..아까 재미나게 했던 페이지들을 찾아서 이거 해줘요. 이거 할래요. 하면서 흥미를 보이더라구요. 영어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다른 학습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그림책, 우리 아이 눈높이에 딱 맞는 그런 책이었던 것 같아요. stripe과 spots의 차이를 알려주는 각각에 맞는 동물 찾기, 재미난 동물 소리 흉내내기, 아이가 좋아하는 각종 자동차들, 소방차, 트랙터 등도 나오구요. 같은 양말 짝 찾기 놀이도 좋아했답니다. 동물 색깔 영어로 말하기, 영어로 숫자 세기 등도 아이가 따라하기 좋은 파트였구요
어떤 느낌인지 촉감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메이지가 양은 폭신폭신하다고 말을 하는데, 그럼 다른 것들의 느낌은 어떨까? 하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고슴도치, (호저일까요? 암튼 아이들에게는 고슴도치), 계란, 그리고 기타 사물들, 또 팝업을 열면 물고기까지..다양한 것들의 촉감을 이야기해야하는데.. 달걀은 느낌이 어떻지? 하고 물어보니...아이가 대답을 못하더라구요. 엄마인 제가 평소에 아이와 다양한 활동을 해주지를 못해서 달걀은 손에 쥐어준적이 없다는 게 떠올랐답니다. 얼른 계란을 하나 깨끗이 씻어다 만져보게 해주니 얼굴에 방긋~하고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미끌미끌해요. 라고 대답도 하구요.
아이가 누워서 책을 보는 걸 본 기억이 없는데, 이 무거운 책 (아이에게는 무거울)을 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면서 보는걸 보고 정말 놀랐답니다.
아이가 지칠때까지 읽고 또 보여주어야 하는데 게으른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네요. 주로 자동차, 스티커, 동물 등의 책을 좋아했는데 영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되어 더욱 즐거웠구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