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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송승진 지음 / 성안당 / 2011년 5월
구판절판
작년 가을 석양이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습니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어서, 첫날은 비가 와서 제대로 석양을 못 보고 그 다음날 하루 정도 제대로 석양을 볼 수 있었는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세계 최고까지의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지요. 그저 남들이 최고다 하니까, 아, 그렇구나 하면서 그 기준에 맞춰 멋지다 하면서 바라봤을뿐. 예전보다 해외여행이 좀더 보편화되면서 휴가기간만 잡을 수 있으면 마음먹고 떠나는 일이 그리 어려운일이 아니게 되었네요. 그러면서 정작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곳곳들은 제대로 둘러볼 생각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몇년만에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이었고, 신랑이 며칠의 휴가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앞으로 한동안은 (본인은 사업을 접을때까지라고 무기한 연장했지만, 그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구요.) 해외여행은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라 전국의 못 가본 여행지들에 눈길을 돌리고 있었는데 제주도만 매년 한번씩 꼭꼭 가보았고, 다른 곳들은 집근처 몇 곳만 다녀오고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어요. 게다가 사진을 찍는 솜씨가 워낙 없어서 눈으로 본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는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을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진 작가님의 솜씨로 만나보게되니, 세계의 유명 관광지 못지 않게 멋진 곳들이 이렇게나 많음에 깜짝 놀라게 된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였죠
가끔 신랑이 달력 사진이라는 말을 합니다. 너무 멋드러진 풍경 사진들이 가끔 달력에 인용되곤 했던 것 빗대어 하는 말이었는데, 우와, 이 책의 사진들은 정말 소장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드네요. 같은 장소의 느낌이라고 해도, 매 계절, 시간마다 시시각각 변화하고, 빛의 양, 사진기에 따라 찍어낸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은 예전에 읽은 사진 찍는 법 등에 관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말씀마따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풍경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라는 것처럼 정말 이 책 속의 사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되게 만듦으로써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진정한 곳곳을 소개하는 색다른 책이 될 것 같아요.
여행책을 볼 때 빼곡한 글 못지 않게 그 지역 풍광을 닮은 큼직한 주요 사진들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이었습니다. 미리 가보는 느낌이 충만하게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사진이거든요. 사진을 보면, 이 곳에 가고 싶다, 아니다 하는 생각을 어느 정도 미리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곳곳을 소개하면서 촬영장소에 대한 소개와 당시의 상황, 환경, 촬영정보등을 알려주고, 큼직한 사진에 글씨는 부수적인 느낌으로 작게 넣어 사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출사지 정보에는 지도와 찾아가는 길, 촬영시기.포인트 등을 넣어 사진에 관심 많거나 혹은 직접 찍어보고 싶고 또 직접 그 풍경을 눈으로 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도 새록새록 솟아나지만, 사실 여행을 가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똑같이 볼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사진만으로 충분한 전국의 명소를 여행했다는 대리만족 하나만큼은 직접 다녀온 어느 여행보다도 아름다운 추억을 갖게 할 매력적인 책이었지요. 아기엄마라 여기저기 많이 다니지 못하고 집에 주로 있는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방랑벽처럼 여행에 대한 기대만큼은 사그러들지 않은 주부로써,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거든요. 평소같으면 그냥 흘려보았을 어느 멋진 사진 한 장을..
시험 기간에 교과서의 빼곡한 글씨에 아주 질려버릴 정도가 되었다가, 책을 싸둔 달력의 멋진 사진 한 컷을 보면서, 그 작은 사진 속 풍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아, 무릉 도원 같은 이 곳에서 잠시만 쉬어봤으면 하는 생각을요.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고 난 이후로 멋진 풍경 사진을 만나게 되면 잠시 집중하여 그 사진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네요.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줄 멋진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행복함을 더해줍니다.
많고많은 사진 중에 어느 사진을 소개해야할지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는데 다른 곳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곳을 만나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어 담아봤네요. 동화속 마을 같은 도자기 마을펜션은 인천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도보로 5분거리에 있는 곳이라네요. 도자기 모양에 외벽에는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소나무, 매화, 폭포수 등이 그려져 있어 신선한 재미를 주더라구요. 펜션이라니 언제 놀러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 되었어요.
멋진 사진과 함께 소개된 이야기들을 읽고 있자면, 어느새 제마음도 그곳에 향해있는듯 합니다.
필자에게 제일 이사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선택하겠다는 곳이 충청도라고 하네요. 전국의 어디로든 2시간이내에 이동할수 있는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 바로 주요 이유랍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충청도 대전인지라 작가의 출사장소들뿐 아니라 어디든 자유로이 여행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감사히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집에서 더욱 가까운 옥천 둔주봉 같은 경우는 한눈에 내려다보는 대한민국 축소판 지도가 보이는 곳이더라구요. 아, 이렇게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어요. 종종 드라이브 가면서 제대로 코스를 못 잡아 그냥 길에서 시간만 보내다 오는 일이 허다했는데 이 곳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네요.
사진작가 송승진님의 호를 따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라는 이름이 붙은 아름다운 사진집, 언제고 마음이 갑갑해지는 그런 날이면 멋진 풍경 한 폭에 갑갑한 마음을 뻥 뚫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