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 소년의 3분은 천상의 시간이었다
토드 버포.린 빈센트 지음, 유정희 옮김 / 크리스천석세스 / 2011년 5월
절판


어느 기사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일본 쓰나미와 같은 재앙과 같은 뉴스였던 것 같기도 하고, 방사능 피폭에 대한 뉴스였던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한 조짐이 많이 보이는 뉴스를 접한 어느 날, 2012년 종말론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라고 이웃님의 뉴스 스크랩 글에 댓글을 단 적이 있었다. 마침 그 이웃님이 목사님이셨는데 (북까페를 통해 알게 된 이웃님이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목사님이셨다.) 믿음을 가진 분들이라면 모두 천국에서 만나게 될텐데 무엇이 걱정이신가요? 하는 말씀에 갑자기 뭔가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해졌다.



목사님 말씀을 들으니 더 불안해졌다. 교회에 다닐때도 사후 세계보다는 현실 세계를 좀더 걱정하고 기도하곤 했는데 사후의 천국이라니..

나의 믿음은 사실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었다. 마음이 기울었다고는 하나 한발짝..아니 그보다 더 멀찌감치서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린 너무 오래 기다렸어. 어쩌면 다시는 살아 있는 아들의 모습을 못 보게 될지도 몰라.'

분노의 눈물이 뺨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다리 골절, 신장 결석, 유방절제 수술, 그 다음에 저의 시련이 끝난 것을 축하하려 했는데, 이제 또다시 이런 일을 겪게 하십니까?" 하는 하나님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제 아들을 정말 데려가실 겁니까?" 66p


목사인 아빠를 둔 콜튼은 네살, 한국나이로는 다섯살의 나이에 죽음과 천국을 경험하게 되었다.

맹장 파열로 (의사의 오진으로 맹장이 아니라고 다른 조치만 취하고 있었다.) 5일이 지속되어 염증이 너무 심해 거의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른 것이었다. 목회자 신분이면서도 사랑하는 네살바기 아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거대한 슬픔 앞에 그는 드디어 하나님 앞에 소리를 지르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콜튼, 네가 천국에 있었고 이 모든 것들을.....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또 숙제도 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에 가 있었던 거니?"

내 어린 아들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말했다.

"3분이오." 111p


아이가 죽을뻔한 끔찍했던 경험 이후로 여행도 자제하던 어느 날, 사랑하는 조카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어렵게 시도한 여행에서..

콜튼의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이가 예수님을 보았고, 천국을 경험했다라는 것.

네 살아이가 지어냈다기에는 너무나 구체적이었고, 성경 말씀과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주 잠깐 동안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몇달 몇년에 걸쳐서 부모와의 대화 속에 아이의 천국 경험담이 펼쳐지게 된다.

게다가 아이가 보고 온 천국의 이야기중에는 아이가 몰랐던 자신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의 할아버지 (아이가 만나본 적이 없고 들은적도 없는)의 이야기가 섞여있었고 그 이야기는 가족들에게 충격 이상의 흥분을 주었다.




천국은 정말로 존재하는 곳이로구나. 머릿속, 그리고 책속에서만 그려지던 천국의 모습을 아이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듣게 되니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아이가 보고 온 예수님의 모습은 아이의 머릿속에 정확히 저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예수님의 그림들을 보면서 아이는 뭔가 다르다며 고개를 휘젓는다. 놀라운 것은 아이와 똑같은 사후 세계를 체험한 천재 소녀 화가의 그림을 보고서.. 비로소 예수님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여서 들려주지 않았던 수많은 이야기를 아이는 그 짧은 순간, 하지만 천국에서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귀한 시간 속에서 느끼고 체험하고 돌아왔으며 그 많은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들려줌으로써 전세계 많은 이들이 이 놀라운 경험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빨리 읽힌 책은 처음이었다. 천국의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리기보다 보다 더 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어른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직접 경험한 그 놀라운 이야기에 빠져들어 책을 다 읽기까지 최단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토드 부포는 어린 아들 콜튼과 함께 우리에게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물을 주었다.

그들은 영원한 세계에 대한 커튼을 살짝 들어올렸고 그래서 우리는 죽음 저편에 놓여있는 광경을 슬쩍 쳐다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 놀랍고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에버렐 파이퍼 박사, 오클라호마 웨슬리언 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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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샀어요
벤저민 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5월
절판




"쉿, 조용히 해. 아빠가 지금 동물원을 사려고 한단 말이야."

아이들은 내가 뭔가에 홀려도 단단히 홀려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외국으로 끌고 와서 우릴 헛간에 살게 하더니 이제는 동물원을 사겠다니, 웃기는 아빠.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게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우리 형제자매들과 어머니를 뺀 나머지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113p


얼마전 방문한 집근처 동물원에서 직접 찍어온 사진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는 이야기, 평범했던 가족이 동물원, 그것도 3만여평의 동물원을 사들였다는 이 이야기는 2007년 7월 7일에 개장한 영국의 다트무어 동물공원의 실화를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슈퍼, 문구점집 딸들이 무척 부러웠었고, 나이가 들자 꿈이 약간 (?) 더 커져서 면세점 사장은 참 좋겠다란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어렸을적부터 나이가 들어서까지..감히 동물원을 소유해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봤던 것 같다. 동물원에 취직한다면 모를까? 거의 대기업이나 나라에서 해야할것같은 그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어찌 내가?


사진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5/21/2011052100081.html



하지만 이런 생각을 확 바꾸어준 이가 있었으니 이 책의 저자 벤저민 미이다. 그는 전직 신문 칼럼니스트였고, 프랑스의 헛간을 개조해 가족과 행복한 이상주의적 삶을 꿈꿀 정도로 조금 더 트인 사람이기는 했으나, 동물원을 덜컥 사버리고 운영까지 하게 된것은 그 하나만의 의견과 노력이 아닌 그의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그에게 이 소식을 전한 것은 동생 멀리사였고, 그의 어머니조차 노후를 위한 집을 팔고 동물원 구입 자금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딱 한 명의 형만 제외하고는 모든 형제자매들이 동물원 구입에 열을 올렸다.

정말 밖에서 보면 현실감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동물원 운영에 생초짜였던 이 가족이 엄청난 일을 벌이고 쇠락해가던 동물원을 살려내는 그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물원으로 이사한 직후에 전화 통화를 한 친구 하나는 내가 열광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인생 전체가 마치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던 것만 같아." 336p



그가 너무나 사랑해마지 않는 아내 캐서린.

남편의 일에 대부분 찬성했던 그녀가 딱 두번 반대한 것이 프랑스 헛간으로의 이사와 동물원 구입이었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너무나 바라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따라주었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 동물원 개장에까지 참여할 줄만 알았다. 동물원이라는 거대한 사업 앞에서 가족의 비극이 일어났으니..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의 큰 병과 감당하기 힘든 그 이후의 슬픔이었다. 젊은 아내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선고가 내려지고.. 그 슬픔을 감당하기 힘든 가족들이었음에도 그들은 온 힘이 빠질 그 힘든 시기를 동물원에 몽땅 쏟아부으면서 그 힘으로 버텨내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원을 인수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물원 개장까지 시설을 보수하고, 동물들을 먹이고 돌보며 직원들 월급주고 버티는 그 과정은 더욱 힘이 드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동물원 개장을 준비하는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으로 보고 즐기던 동물들의 동물원에서의 삶 속에 그동안 내가몰랐던 뒷 이야기들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일요일 아침마다 동물들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 프로를 즐겨보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도 다 담아내기 힘든 그런 뒷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물들의 숫자, 기타 상황들을 감안하여 도태시키는 명령들까지 지방 의회에서 결정하고, 동물원 원장 개개인의 판단하에서만 독단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멀쩡한 늑대 세마리를 안락사시키라는 지방 의회의 명령에 그는 좀더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한다. 늑대 위스퍼러의 조언대로 늑대 무리 앞에 죽은 짐승을 통째로 던져주자 먹이를 먹는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리되어 늑대무리의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던 것. 또한 사자 먹이를 줄때도 그냥 주지 않고 그가 직접 나무 위에 올라가 먹이를 두고 내려옴으로써 사자가 표범의 숨겨둔 먹이를 빼앗아 먹는 자연의 환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출처: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326601005



맹수들도 포함하는 동물원이기에 수차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도 돈먹는 하마처럼 무수한 돈이 들어가는 동물원에 더욱 힘을 쏟고 최선을 다하였다.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는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로도 곧 개봉될 예정이라 한다. 책으로 읽어도 무척이나 재미났던 내용이었기에 수많은 동물들과 (아마 촬영하기 힘들었을 재규어 소버린과 호랑이 태미의 대치 상황 등) 벤저민 가족의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감동을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아들이 좋아하는 사파리 버스를 타고..(이것도 내가 직접 찍은 사진)



한 가족의 위대한 꿈을 완성시킨 이야기.

다 읽고 나서도 믿기지 않는 그 원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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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병정의 사랑
고경숙 그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재미마주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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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었던 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을 새로운 그림책으로 아이와 함께 읽게 되었어요.
색테이프를 오려서 붙이는 아주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꼴라주 기법으로 창조된 그림들이었지요. 그림도 간소화하고, 글도 그에 맞게 최대한 간결하게 추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재미는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략과 조화의 구성주의 화풍으로 탄생한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처음 장난감병정을 읽으며 신기했던 것이 장난감을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것이 생소했기에 옛날 서양의 풍습대로 낡은 놋쇠 숟가락과 주걱을 녹여서 장난감 병정을 만들었다는것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종이로 만드는 장난감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서 쓰는 줄 알았기에 직접 만드는 장난감이 참 생소했던 것이지요. 공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놋쇠를 녹여 만들다보니, 그만 재료가 부족해 다리가 하나뿐인 장난감 병정이 만들어지고 말았어요.


이 동화의 주인공이 바로 다리가 하나뿐인 장난감 병정이랍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이야기라 줄거리 소개는 생략할께요~

색종이를 간단히 오려서 만들수도 있을 것 같은 그림에 엄마는 무척 흥분이 되었답니다.

아직 아기에게 가베 등의 교구를 접해주지 않았지만, 색색의 이쑤시개등으로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어주며 놀았더니 이제는 크레용이나 젓가락 등 자신이 보는 여러 소품들을 활용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만들어 보더라구요. 이 작품이 아이들 엄마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바로 그점이었어요.

그냥 다른 그림책처럼 평범한 그림이었으면 아이들이 보고서 따라 그리기는 하되, 종이 등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할텐데.. 이 책을 보자마자 와, 나도 이렇게 색종이를 오려서 붙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게끔 호기심을 자아내더라구요. 아직 어린 아이라 그런지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엄마가 도와줘서라도 해볼 생각이랍니다.


우선은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읽어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지요.

글과 그림이 최소한으로 간소화되었는데, 글 조차 평범한 흰 바탕 검은 글씨가 아니라 색색의 띠에 흰 글씨로 씌여진 새로운 구성이었어요.

글씨체도 예뻤구요.글씨의 띠 조차 여백의 미, 아,그렇네요 동양화에서 강조된다는 그 "여백의 미"가 아주 제대로 활용되는 그림책이었어요. 그러고보니 그림 작가인 고경숙님이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그래픽을 공부한 분이시네요. 2006년 국제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은 작가분이시기도 하구요. 얼마전 라가치상을 받은 다리라는 외국인 작가의 작품도 인상깊게 보았던 터라 수상작가의 작품에 더욱 많은 관심이 가더라구요. 전체적으로 그림책 한권을 보았다기보다 디자인 책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새로운 책이었어요.


글씨의 띠도 하나의 디자인, 또는 그림이 되어 책의 여백을 더욱 아름답게 살아나게 합니다. 아이들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겠지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배울 여백이 어쩌고 하는 어려운 단어까지는 모르더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배우더라도 뭔가 공간의 활용이 다르다는 그 느낌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림뿐 아니라 글의 활용이 참 인상 깊었던 것이 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에 동적인 느낌을 살려주는 글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구조였답니다. 아, 읽어보시면, 직접 만나보시면 제 말뜻을 이해하시기 쉬울 것 같아요. 커다란 물고기가 물 속에서 장난감 병정을 꿀꺽 삼키는 장면에서의 글자들, 글자가 더이상 글자의 틀에 갇혀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이야기는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안데르센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안데르센 작품 중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장난감 병정의 이야기 바로 그 자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많이 추려졌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안데르센 동화를 좀더 편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느낌을 살려주었구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만족감을 줄만할 그런 그림동화로 재탄생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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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 기분 좋은 내추럴 생활 소품 만들기 행복한 손놀이
김미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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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소품을 무척 좋아하는 동생이 제법 비싸보이는 가위를 사주었다. 바느질에 쓰이는 가위라면서.. 이 책과 너무나 잘 어울려 꺼내들고 보니, 책 표지와 내용에도 많이 등장하는 "실밥 가위"였다. 물론 디자인은 각각 다양하지만 말이다. 선물받은지는 벌써 몇달째인데, 정작 간단한 바느질 후 실밥 자를때에는 이 가위가 아닌 일반 막가위를 쓰곤했다. 그러다 예쁜 리넨 바느질 책을 보자 너무 잘 어울리는 가위라 꺼내들었던 것.
가위만 동생에게 받은 것이고, 곰돌이모양, 꽃 모양 등의 어여쁜 나무 단추들은 책에 들어있던 것으로 초판 한정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게을러서 무척 실천하기 어려운 삶이긴 해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삶은 있다.

오후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티테이블에 앉아 카페보다도 예쁘게 테이블 세팅을 마치고, 차와 다과를 즐기는 와이브로거들의 여유로운 삶, 물론 그 준비과정이 여유롭지는 않겠지만 사진 속 그 멋드러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비싼 찻잔세트도 한몫할 수 있겠지만, 오후의 티타임을 한결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들은 간결해보이면서도 깔끔한 멋이 두드러지는 티 매트와 같은 리넨 소품이었다. 사실 작가도 열두달의 홍차라는 책을 낼 정도로 홍차 마니아였는데 바느질을 좋아하지 않던 그녀가 단지 티웨어를 만들기 위해 천과 바늘을 집어들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어쩐지 내가 만드는 것들은 학창 시절 가사 시간에 만들었던 것처럼 조잡한 결과가 나올 것만 같아서 (사실 그 이후 바느질 솜씨가 더이상 진보할 수 없는 것이 연습을 할 일이 없었다. 구멍난 양말이나 옷 꿰매기 등의 간단한 바느질만 하다보니 뭔가를 작업해 만들어낸다는것이 머나먼 일로 느껴졌다.) 쉬 도전할 생각을 못했다. 더욱이 바느질은 더더욱 하기 싫다는 여동생은 예쁜 티 타임 세트를 나무로 된 제품과 리넨 소품등을 따로 구입을 할 정도로 열을 올렸으나 만들 생각은 더욱 하질 않았다. 그러다 호기심에 읽게 된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레이스는 더욱 해보지 않은 분야라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대부분의 리넨으로 만든 제품들은 어려워보이지만 그래도 손수 만든 정성이 예뻐서라도 더욱 애착을 갖게될 소장품으로 느껴졌다. 요리도 그렇겠지만 바느질 역시 작가의 솜씨라 그런지 보기도 너무 좋고, 따라 만들고싶은 욕구를 확확 불러일으킨다.



아기자기 예쁜 것들을 좋아했던 여학생 시절을 지나 이제는 좀더 실용적인 것 등을 찾는 아기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예쁜 리넨 소품들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사춘기 소녀의 심정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랄까? 너무 오래 안해 굳어버린 손이지만, 삐뚤빼뚤이라도 시작해보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아, 그러고보니 바느질을 영 손놓은 것은 아니었던게 아이를 가졌을때 태교목적으로 흑백, 컬러 모빌과 배냇저고리 세트를 만든적이 있었다. 손수 만들었다는 기쁨에 더욱 애착이 가는 물건들이었는데 다시 또 그때의 흥분을 되살리고픈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북커버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판매되는 북커버가 아닌 직접 만든 북커버를 책을 사랑하는 좋은 언니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박한 꿈을 가지면서 다른 바느질 이야기들도 살펴본다. 통장지갑, 카드 지갑 등도 막상 구입하려면 값만 비싸고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리넨 제품은 정말 돋보이게 예쁘면서도 나만의 독창적인 제품이라 더욱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부엌을 가득 메우는 티코스터부터 티매트 등 키친 파트는 작가의 홍차 사랑이 가득한 코너였다. 런던여행을 다녀온 분께 티 타월이라는 것을 처음 선물 받고서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한참을 방황했던 나같은 생초짜는 티매트 외에도 이렇게 다양한 리넨 소품들이 티웨어로 쓰일수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피크닉 매트는 보통날의 카메라파우치와 더불어 사실 가장 필요한 소품이었다. 돗자리가 있기는 하되 어여쁜 돗자리가 없어서 아이 피부에도 좋을 리넨으로 된 매트를 만들면 피크닉이 더욱 즐거워질것같았다. 그리고 필요이상으로 너무 큰 카메라 가방을 두고, 맞춤형 파우치를 만들어 들고 다니면 가방안에서 지금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중한 카메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줄어들 것 같고, 사진도 지금보다 훨씬 더 예쁘게 잘 나올 것 같다. 내가 사진을 잘 못 찍는건 혹시 내 카메라가 나의 소홀한 취급에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닐까?


지루했던 가사시간과 달리 일상 생활에서 너무 행복한 기쁨을 줄 것 같은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책 뒷면에 소개된 것처럼 초보자도 따라 하기 쉬운 상세한 과정 일러스트와 사진, 저자의 노하우가 담긴 유용한 팁, 실물본과 수놓는 방법, 자수와 패턴 도안 등이 바느질을 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주는 것 같았다.

직접 만들어 쓸수 있고 만든 것을 하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수 있는 행복한 책, 행복한 손놀이로 일상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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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마을 여행 - 여행의 재발견
김수남 지음 / 팜파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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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여행이라면 다소 거창하게 생각했었는데, 결혼 후 고된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신랑과 함께 살다보니, 내가 심심하다고 여행다니자고 조르는 일이 무척 미안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휴가를 많이 내고 가는 여행은 기대하기 힘들고, 주말에도 신랑이 짬이 날때 어쩌다 잠깐씩 근처 드라이브 가는 것으로도 크게 만족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바쁜 와중에도 여행 좋아하는 색시를 위해 신랑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둘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여행은 갈수록 더 멀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집근처라도 종종 드라이브하던 우리 가족이었건만, 신랑 출퇴근 왕복 운전시간만 2~3시간(차가 밀리면)이 되다보니 평일에 추가로 운전해달라 조르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신랑이 아기와 함께 기차 타고 퇴근 시간에 맞춰 놀러오라고 청하였다. 예전에 큰 맘먹고 한번 도전했다 성공한 적이 있어서 (아이와 자주 여행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일 아니겠지만, 운전 면허도 없고, 항상 자가용으로 나 아닌 누군가 도와줄 어른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 혼자서만 아이를 데리고, 또 아이 짐까지 한아름 안고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큰 모험이었다. ) 이번 여행도 도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격주 토요 휴무인 여동생까지 같이 동행하게 되어 더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비록 30~40분 거리의 기차였지만 말이다.

논산역에 도착해서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을 일부러 돌아서 오면서, 드라이브하기 좋은 시골길을 알아두었다면서 즐거운 운전을 시작하였다. 몹시 피곤하지만,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는 드라이브는 신이 난다는 신랑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졌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논뷰를 감상하면서 달리던 시골길 (여기서 논뷰란, 말그대로 논(한국어) 뷰 (view)의 합성어다. 모 발리 여행책자에서 논뷰가 일품인 어느 지역 하는 소개글을 보고, 종종 논뷰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동생과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여행이 꼭 비행기 타고 휴양지로 떠나는 것 뿐이랴 싶었다.


이 책은 바로 요즘의 그런 내 마음을 속속들이 잘 반영해주는 책이었다. 구석구석 마을 여행.

전국의 숨어있는 보석같은 여행지를 찾아내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책이었다. 항상 관광지나 대도시 주변 등에 치우친 여행지 소개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대청호 마을도 소개되어 있었다. 주말에 만만하게 드라이브가던 곳이 대청댐이었는데, 두메마을은 아마 지나쳐만 가봤지 들어가보진 못했던 것 같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순간, 마음을 짓눌렀던 세속의 번민과 고통이 하늘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청량한 풍경이 꽉 채운다. 95p 마을 안길에 가득 떨어져있던 오디, 4월이면 복숭아꽃으로 요염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단다. 벚꽃 드라이브길도 멋지고..

귀농, 귀촌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 도시인들이 번호표 뽑고 기다릴 정도의 인기라고 자랑했다는 곳, 마을입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나오니 불과 15분 만에 신탄진 역에 닿는다. 15분! 도시인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거리다. 99p

1박 2일 광역시편에서 대전 대청호의 어느 마을에서 베이스캠프를 세웠던게 기억이 나서, 두메마을인가 하고 찾아보니 찬샘마을이었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찬샘마을 역시 가볼만한 곳인 듯 하다. 대전판 올레길이 통과하는 농촌체험마을이라니 아이가 좀더 크면 같이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대청호 두메마을은 1장인 발길이 머무는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였고, 2장은 맛있는 마을, 식도락 마을, 3장은 체험이 있는 마을, 4장은 이색 마을 소개였다. 우리 고장인 두메마을 외에도 숨막히는 비경을 자랑하는 군산 장자리 마을 (어렸을 적에 군산에 가볼 일이 있었는데 시골에 살았던 지라 근처 대도시가 군산이어서, 소아과 큰 곳 찾아 군산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그러니 관광명소로서의 군산을 기억하기가 힘들었다.)에 대한 궁금증도 차 올랐고, 유채가 파도치는 남해 두모마을도 무척 기대되는 곳이었다.


식도락 마을에서는 상주 곶감, 안흥 찐빵, 순창 고추장 식으로 지역과 유명 음식이 짝을 지어 이름이 붙어 버린 그 유명한 명소들이 마을로 소개가 되었다. 안흥 찐빵이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정작 안흥에 가서먹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그 마을에만 30여곳이 넘는 찐빵 집이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진짜 원조는 원조 간판을 달지 않아도 알아서 줄을 서서 두세박스는 기본 예닐곱박스씩도 사간다고 하니, 찐빵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사다드리고픈 마음이 생겼다.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데 원조를 몰라 통신으로는 주문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각 마을 별로 놓치면 아까운 주변 여행지가 소개되는데, 한 곳만 둘러보고 올것이 아니라 근처 유명한 명소들까지 같이 소개를 받아 여행의 기쁨을 배가 시킬수 있다.



아이가 있어 농촌 체험마을에도 관심이 많이 갔는데, 낯익은 지명 하나가 또 불쑥 튀어올라 다른 소개보다도 더 눈을 빛내며 읽었다. 사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을 읽을때 특히 가볼만한 확률이 놓은 곳, 앞으로 갈 예정인 곳들은 더욱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논산을 가다 보면 계룡시에서 만나게 되던 개태사, 이름이 특이한 절이다 싶었는데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개태사지석불입상이 있는 곳이고 지름 3m,높이 1m, 둘레 9.4m에 이르는 초대형 가마솥도 볼거리라하였다. 개태사를 인근 주변 관광지로 갖춘 곳,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레포츠 체험마을이었다. 승마, 서바이벌, 사륜 오토바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게다가 다른 체험마을과 다른 장점이 한 가족 정도의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단다. 어린 아이와 함께 가면 우렁이 잡기, 버섯따기, 계절 채소 따기 등을 즐길 수도 있으니 꼭 아이가 자랄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책을 읽으며 무척 행복했던 점이 생각보다 나와 인연이 많은 곳들이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이었다. 다녀보기는 했지만 언저리만 가보고 제대로 훑어보지 못했던 숨은 여행지들, 그 마을들을 다시금 소개받으니 꼭 멀고 먼 곳을 찾아 한참을 걸려 여행을 갈 것이 아니라 지척의 거리에 있는 그 곳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마음껏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참, 놓치면 아까운 주변여행지 외에도 여행이 즐거워지는 팁을 살펴보면 추천일정, 찾아가는 길, 추천업소 등이 소개가 되어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기 더욱 유용한 살가운 도움을 주고 있었다.

벌써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이 좀 꾸물거리기만 하고 비는 안오고 지나갔다. 비만 안 온다면 드라이브 삼아 가까운 곳부터 조금씩 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전에 면허부터 따야하나 싶긴 하지만.. 즐거운 여행 앞에서 설레는 마음이 되는 것, 참고하기 좋은 사진이 가득해, 벌써 수많은 곳들을 다녀온 듯한 행복한 상상에 취하게 만든 책, 구석구석 마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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