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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마을 여행 - 여행의 재발견
김수남 지음 / 팜파스 / 2010년 7월

결혼 전에는 여행이라면 다소 거창하게 생각했었는데, 결혼 후 고된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신랑과 함께 살다보니, 내가 심심하다고 여행다니자고 조르는 일이 무척 미안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휴가를 많이 내고 가는 여행은 기대하기 힘들고, 주말에도 신랑이 짬이 날때 어쩌다 잠깐씩 근처 드라이브 가는 것으로도 크게 만족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바쁜 와중에도 여행 좋아하는 색시를 위해 신랑이 무진 애를 쓰고 있는 것은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아기를 낳고 둘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여행은 갈수록 더 멀어진듯한 느낌이었다.
집근처라도 종종 드라이브하던 우리 가족이었건만, 신랑 출퇴근 왕복 운전시간만 2~3시간(차가 밀리면)이 되다보니 평일에 추가로 운전해달라 조르는 것은 정말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지난 주말, 신랑이 아기와 함께 기차 타고 퇴근 시간에 맞춰 놀러오라고 청하였다. 예전에 큰 맘먹고 한번 도전했다 성공한 적이 있어서 (아이와 자주 여행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일 아니겠지만, 운전 면허도 없고, 항상 자가용으로 나 아닌 누군가 도와줄 어른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 혼자서만 아이를 데리고, 또 아이 짐까지 한아름 안고 어딘가를 간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 큰 모험이었다. ) 이번 여행도 도전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격주 토요 휴무인 여동생까지 같이 동행하게 되어 더 즐거운 마음으로 기차여행을 떠났다. 비록 30~40분 거리의 기차였지만 말이다.
논산역에 도착해서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을 일부러 돌아서 오면서, 드라이브하기 좋은 시골길을 알아두었다면서 즐거운 운전을 시작하였다. 몹시 피곤하지만,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는 드라이브는 신이 난다는 신랑을 보니 나까지 행복해졌다.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논뷰를 감상하면서 달리던 시골길 (여기서 논뷰란, 말그대로 논(한국어) 뷰 (view)의 합성어다. 모 발리 여행책자에서 논뷰가 일품인 어느 지역 하는 소개글을 보고, 종종 논뷰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동생과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여행이 꼭 비행기 타고 휴양지로 떠나는 것 뿐이랴 싶었다.
이 책은 바로 요즘의 그런 내 마음을 속속들이 잘 반영해주는 책이었다. 구석구석 마을 여행.
전국의 숨어있는 보석같은 여행지를 찾아내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책이었다. 항상 관광지나 대도시 주변 등에 치우친 여행지 소개에 아쉬움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대청호 마을도 소개되어 있었다. 주말에 만만하게 드라이브가던 곳이 대청댐이었는데, 두메마을은 아마 지나쳐만 가봤지 들어가보진 못했던 것 같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순간, 마음을 짓눌렀던 세속의 번민과 고통이 하늘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청량한 풍경이 꽉 채운다. 95p 마을 안길에 가득 떨어져있던 오디, 4월이면 복숭아꽃으로 요염한 자태를 뽐내기도 한단다. 벚꽃 드라이브길도 멋지고..
귀농, 귀촌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아 도시인들이 번호표 뽑고 기다릴 정도의 인기라고 자랑했다는 곳, 마을입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나오니 불과 15분 만에 신탄진 역에 닿는다. 15분! 도시인들에겐 로망과도 같은 거리다. 99p
1박 2일 광역시편에서 대전 대청호의 어느 마을에서 베이스캠프를 세웠던게 기억이 나서, 두메마을인가 하고 찾아보니 찬샘마을이었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찬샘마을 역시 가볼만한 곳인 듯 하다. 대전판 올레길이 통과하는 농촌체험마을이라니 아이가 좀더 크면 같이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대청호 두메마을은 1장인 발길이 머무는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였고, 2장은 맛있는 마을, 식도락 마을, 3장은 체험이 있는 마을, 4장은 이색 마을 소개였다. 우리 고장인 두메마을 외에도 숨막히는 비경을 자랑하는 군산 장자리 마을 (어렸을 적에 군산에 가볼 일이 있었는데 시골에 살았던 지라 근처 대도시가 군산이어서, 소아과 큰 곳 찾아 군산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그러니 관광명소로서의 군산을 기억하기가 힘들었다.)에 대한 궁금증도 차 올랐고, 유채가 파도치는 남해 두모마을도 무척 기대되는 곳이었다.
식도락 마을에서는 상주 곶감, 안흥 찐빵, 순창 고추장 식으로 지역과 유명 음식이 짝을 지어 이름이 붙어 버린 그 유명한 명소들이 마을로 소개가 되었다. 안흥 찐빵이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정작 안흥에 가서먹어볼 생각은 못했는데, 그 마을에만 30여곳이 넘는 찐빵 집이 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진짜 원조는 원조 간판을 달지 않아도 알아서 줄을 서서 두세박스는 기본 예닐곱박스씩도 사간다고 하니, 찐빵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사다드리고픈 마음이 생겼다. 통신판매가 가능하다는데 원조를 몰라 통신으로는 주문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각 마을 별로 놓치면 아까운 주변 여행지가 소개되는데, 한 곳만 둘러보고 올것이 아니라 근처 유명한 명소들까지 같이 소개를 받아 여행의 기쁨을 배가 시킬수 있다.
아이가 있어 농촌 체험마을에도 관심이 많이 갔는데, 낯익은 지명 하나가 또 불쑥 튀어올라 다른 소개보다도 더 눈을 빛내며 읽었다. 사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을 읽을때 특히 가볼만한 확률이 놓은 곳, 앞으로 갈 예정인 곳들은 더욱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논산을 가다 보면 계룡시에서 만나게 되던 개태사, 이름이 특이한 절이다 싶었는데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된 개태사지석불입상이 있는 곳이고 지름 3m,높이 1m, 둘레 9.4m에 이르는 초대형 가마솥도 볼거리라하였다. 개태사를 인근 주변 관광지로 갖춘 곳,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레포츠 체험마을이었다. 승마, 서바이벌, 사륜 오토바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게다가 다른 체험마을과 다른 장점이 한 가족 정도의 소수의 인원만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단다. 어린 아이와 함께 가면 우렁이 잡기, 버섯따기, 계절 채소 따기 등을 즐길 수도 있으니 꼭 아이가 자랄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책을 읽으며 무척 행복했던 점이 생각보다 나와 인연이 많은 곳들이 많이 소개되었다는 점이었다. 다녀보기는 했지만 언저리만 가보고 제대로 훑어보지 못했던 숨은 여행지들, 그 마을들을 다시금 소개받으니 꼭 멀고 먼 곳을 찾아 한참을 걸려 여행을 갈 것이 아니라 지척의 거리에 있는 그 곳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마음껏 느껴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참, 놓치면 아까운 주변여행지 외에도 여행이 즐거워지는 팁을 살펴보면 추천일정, 찾아가는 길, 추천업소 등이 소개가 되어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기 더욱 유용한 살가운 도움을 주고 있었다.
벌써 이른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이 좀 꾸물거리기만 하고 비는 안오고 지나갔다. 비만 안 온다면 드라이브 삼아 가까운 곳부터 조금씩 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전에 면허부터 따야하나 싶긴 하지만.. 즐거운 여행 앞에서 설레는 마음이 되는 것, 참고하기 좋은 사진이 가득해, 벌써 수많은 곳들을 다녀온 듯한 행복한 상상에 취하게 만든 책, 구석구석 마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