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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서울 나들이
이재영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9월
읽을수록 공감대가 형성되는 재미난 책을 만났다.
아이와 함께 하는 서울 나들이.
30개월 무렵의 아이를 데리고 다닌 이야기라 그런지, 딱 우리 아들 또래의 육아 나들이 이야기인지라 더욱 눈을 반짝이며 몰두할 수 있었다.
지금 만 33개월의 우리 아들, 보고 듣고 배울 게 참 많은 시기인지라 화창한 날씨의 요즘 같은 계절에 데리고 다니며 보여줄 것이 참 많은데도 그동안 엄마는 너무나 많은 게으름을 피웠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 한 권 더 읽고 싶어서 아이와 놀아줄 시간을 너무나 줄이고 있었던 것이다.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 주 한주는 그래도 아들을 위해 같이 놀아주려고 노력한 한 주 였던 것 같다.
근처에 사는 친구와 친구 딸, 그리고 나와 우리 아들 이렇게 넷이서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다. 가까운 놀이터부터 시작해서 카이스트 잔디밭, 동물원, 친구 딸이 다니는 요미요미 체험학습 등등 , 아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기뻐하고 좋아하니 엄마도 몸이 힘들고 바쁘기는 해도 즐겁고 보람차단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비슷한 내용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책 속 저자는 아이와 함께 크고 작은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서울 살때 다녀본 곳들, 하지만 아이 엄마가 되면 더욱 소중하고 눈을 빛내게 되는 그런 나들이의 하나하나의 팁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쉴 만한 곳, 수유실,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지 여부 등등이 모녀의 행복한 여행과 더불어 직접 둘러본 시선으로 꼼꼼히 소개가 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그녀와 함께 책 속 여행을 떠나본 후에 따라 여행하기 쉽게 빛나는 팁이 소개되었다고나 할까?
어른들끼리 부담없이 다니는 여행과 소중한 가족인 아기를 데리고 가는 여행은 좀 다르다. 우선 아이 짐만 해도 한가득이고, 아이가 쉬고 보고 즐길 거리가 있으면 더욱 좋다.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가 좋아할만한 거리들을 서울의 요모조모에서 속속들이 찾아낸 주옥같은 책.
비록 당장 서울에 이 책을 들고 찾아갈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지방에서도 내 나름대로 응용을 해 볼 수 있었다.
춘천가는 기차에 막연히 아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본다면, 오늘처럼 난 아들과 함께 논산까지 기차 여행을 하는 식이었다. 신랑이 근무하는 곳이 논산에 있어서 오늘이 두번째 기차 여행이었는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좀 부담은 되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를 사랑하는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의 노고쯤이야 잊을만 하였다.
한강공원, 뚝섬지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을 만끽하며 뛰놀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을 보며 친구와 나는 카이스트 잔디밭으로 향했다.
돗자리를 깔고, 아이들에게 공을 하나씩 주니, 정말 멀어보이는 곳도 마구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한다. 행복이 이렇게 간단히 얻어질 수도 있는 것을.. 그동안 갑갑한 아파트 안에서 차가 올지 모르니 엄마 손 꼭 잡고 걸어라, 아파트에서는 뛰지 마라 등등으로 안된다, 하지 마라만 열거했던 생각을 하니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넘어져도 나름 폭신폭신한 쿠션이 되어주는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모습은 엄마들 눈에는 한폭의 그림 같았다.
엄마가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아이에게 충분한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사실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이와의 여행을 (차가 있는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면)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아빠 직장으로의 기차 여행이 그나마 유일한 시도였고 대부분은 차가 있는 할아버지, 이모, 혹은 친구 등과 함께 한 나들이가 대부분이었다.
친구 아는 엄마 중에는 책 속 저자 분 만큼이나 열성적인 아이 엄마가 있어서 나처럼 면허가 없는데도 아이와 둘이서 코엑스 아쿠아리움 연간회원권을 끊어서 수시로 올라가 하루종일 코엑스에서 놀다 내려오고.. 대전 동물원도 일주일에 한번씩 택시 타고 가서 아침9시부터 저녁6시까지 (아이가 지치지도 않는단다) 하루 온종일을 아이와 놀아주다 온다고 했다. 정말 게으른 내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택시 타고 기차 타고 아이와 머나먼 여행이라니..허걱..
저자의 말 마따나 아이가 30개월이 넘어서니 웬만해서는 일이 두렵지 않다라는 엄마의 말이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사실 공감가는 에피소드가 많아 읽으면서 몇번이나 웃고, 친구, 동생 등 육아의 힘듬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 일화 등을 들려주곤 했다. 참 말도 재미나게 하고, 아이와의 에피소드도 이내 곧 나의 모습이 될지 모를 그런 재미난 일들이 많아 더 신이 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여행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지만 막상 아이가 있어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시도할 생각을 못했는데, 아이와의 나들이가 예전처럼 버겁지 않고, 나들이에서 얻어지는 것이 더욱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 작가의 말처럼 조금씩 내 주위부터라도 다녀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서울 사는 엄마들은 이토록 갈 곳이 많은 곳에 살고 있으니 더욱 부럽기도 했다.
결혼하면서 바로 대전으로 내려와서 몇년이나 대학 동기들을 보러 가질 못해서 결국은 친구들이 나를 보러 내려오기로 했는데, 그때 이 책 이야기를 들려줄까 싶다.친구들아 나는 못 가보는 곳이지만, 너희들은 이 책으로 많은 곳들 아이들과 즐겨보려무나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