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에 아기를 재우면서 옆에 누워 잠깐 읽으려던 것이 읽다보니 눈아픈줄도 모르고 침침한 스탠드불에 의지해서 책 한권을 다 읽고 잠이 들어버렸다.
"야구부 여자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를 읽고 야구구부를 매니지먼트한다고....?"
그러더니 마사요시가 불쑥 "설마, 너 진심이야?" 라고 소리치더니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46P
아마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사요시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나 또한 경영학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아 아직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어본적은 없지만, 야구부 여자 매니저가 읽을만한 권장독서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았다. 게다가 저자도 언급했듯이 서양에서의 매니저가 감독의 개념을 담고 있다면 흔히 말하는 고교 야구의 여자 매니저는 점수나 적고, 사소하고 간단한 심부름이나 해결하는 자질구레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같은 단어라도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그런데 그 고교야구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라는 경영학의 총서와 같은 책을 읽고 야구 자체를 매니지먼트한후에 초라한 성적의 모교 야구단을 고시엔(전국 고교 야구 대회) 대회에 출전시키겠다는 어마어마한 꿈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다소 엉뚱해보이는 그녀인데다가 남들보다 똑똑하지도 않고 야구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매니아도 아니었지만 (꼼꼼히 읽다보면 그녀는 오히려 야구를 싫어했던 것으로 나온다.) 갑작스레 매니저를 맡으면서 고교 야구 최고의 대회인 고시엔 대회 출전을 목표로 삼는다니, 사차원 같은 그녀의 생각에 모두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지만, 그녀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진지함이었다.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과 함께 의장 역할이나 면접 능력은 배울 수 있다. 관리 시스템, 승진과 포상 제도를 통해 인재 개발에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본적인 자질이 필요하다. 진지함이다. 피터 드러커 책 130P 이 책의 원문에서는 18P
사실 제목과 더불어 표지의 만화 그림을 보고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되었다. 흔한 로맨스가 흐르는 혹은 계기가 되는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 속 남녀 사이에는 로맨스라고는 눈꼽만큼의 언급도 없다. 그래서 주인공과 함께 같이 진지해진 기분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피터 드러커라는 이름을 익히 들어봤음에도 따로 책을 읽지는 않을 정도의 무심한 대상이었는데 책속에서 평범한 여고생 한명이 그에게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아 우연히 사게 된 그 책을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참고하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라웠다.
야구부내 규율이 전혀 잡혀있지가 않고 감독과 아이들간, 특히나 주동이 될만한 투수 한명간의 분위기는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기까지 한다. 부원들은 연습 빼먹기를 마치 밥먹듯이 하고 다들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대강대강 하고 있는것이지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드물게 찾아볼 수 있었다. 1학년 여자 매니저라는 사람은 미나미가 무슨 질문을 해도 말을 더듬으면서 얼버무리다가 심지어 도망가기까지 한다. 제대로 매니지해보잔 생각에 책까지 사읽고 대입해보려는데, 도대체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없다. 미나미는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 혼자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경영은 바로 그런것이 아닌가 싶었다. 혼자서 잘난 맛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제갈공명과 같은 현자를 옆에 두고 그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뛰어난 재량을 발휘하는 것, 미나미에게서 그런 놀라운 점을 발견하였다.
다들 규율이 없어서라거나 부원들의 의식이 낮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를 읽던 중 아주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건 야구 연습을 하는 데 있어 원래 이렇다할 매력이 없다는거였다. 연습이 재미없으니 부원들이 빼먹는 것이다. 121P
야구부의 연습 출석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먼저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해결하기 시작한다. 정말 그렇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일로 끝날일이 아니라 정말 어느 상황에서나 그렇지 않았던가. 이 책은 정말 읽으면서 무릎을 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딱딱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이와사키 나쓰미 저자의 미나미라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현실로 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범했던 아니 초라했던 실적의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출전시키기까지의 감동적인 과정이 너무나 놀랍게 펼쳐진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야구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상황, 어느 인생의 난제에서도 대입가능한 그런 것들로 보인다. 다만 같은 상황을 어떻게 분석적으로 판단할수 있느냐가 달라질뿐.
성과란 야구의 타율 같은 것이다. 약점이 없을 수 없다. 약점만 지적당하면 사람들은 의욕도 잃고 사기도 떨어진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든다. 145~146P <매니지먼트> 이 책에서는 172P
야구부의 일만으로도 벅찰텐데, 심지어 매니지먼트에 나온 것들을 모조리 감당하기 위해 사회적인 공헌 분야에까지 발을 넓힌다. 그 지역적 사회로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내 부서들에게 매니지먼트를 도입시키고, 또 더 나아가서는 타 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 지도, 또 인근 대학 야구부에의 강연 의뢰 등으로 발을 넓혀나간다. 사회적 공헌이 작은 규모의 야구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처 몰랐는지라 감동으로 되돌아오는 야구의 현 주소를 바라보면서 아, 이래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거구나. 눈에 띄는 실적만 중요시해서는 안되는 거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소 규모의 인생, 그리고 기업 이야기를 한 야구부의 변모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1Q84를 누른 놀라운 소설, 260만 독자를 감동시키고 영화와 만화로 제작되어 그 다음의 인기몰이에 들어갈 소설
만약 고교 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