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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책에서 배운 지식으로 억대 연봉 수입을 올리던 애널리스트가 그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다섯달 동안 세계를 돌며 직접 물건을 사고 팔아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
딱딱한 경제서적은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여행이야기를 즐기고, 특히나 흥미로운 소재로 (표지의 잘 생긴 주인공 얼굴이 한 몫 더한다. 외모 지상주의자가 아닌데도 자꾸 눈길이 가는 얼굴이다.) 눈길을 끄는 이 책은 한번쯤 읽어봄직한 가치가 있어보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였는데, 아기 밥먹이는 짬짬까지도 식탁에 두고 읽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다.
마음이 약해서 스스로 연봉 협상 할적에도 무척 난감했었고, 혼수 준비를 하거나 신랑 사업 문제로 물건을 사러다닐적에도 물건 값 깎는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일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고객이라는데, 나같은 고객은 주로 판매자에게 휘둘리기 쉽상이다. 그렇게 물건을 구입하면 참으로 찜찜하고 속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남들은 싸게 잘 산다던데 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스스로 구매자도 되었다가 판매자도 되었다가 한다. 아일랜드 출생의 그가 선진국들보다 되도록 개발 도상국을 돌면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나라 중심으로 (일본도 끼어 있기는 했지만 예외적이었고 대부분은) 세계 일주 코스를 잡은 다음, 평범한 사람은 생각도 못한 기상 천외한 (하지만 각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팔기 시작한다.
집까지 팔아서 손에 쥔 전재산 5000만원을 들고 여행을 떠나 돌아올적에는 1억원을 손에 들고 돌아오겠다는 꿈으로 출발하였다. 약간의 계획은 세웠지만, 그 이상의 계획은 아예 전무후무했고, 여행을 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일쑤였다. 아, 나라면 이렇게 전재산을 걸고 휙 떠날 수 있을까? 절대 아니오다. 절대적으로 무사 안일주의를 택하는 나로써는 그의 이런 괴짜같은 행동이 참으로 놀랍게만 느껴졌는데, 그래서 더욱 재미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용기와 패기를 갖고 있는 그가 부러운 마음에 그의 좌충우돌, 사업 성공기를 따라 같이 한숨도 내쉬었다가, 기뻐했다가 책을 한권 읽는 내내 즐거운 세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물론 평범하고 안전한 세계여행을 꿈꾸는 지라 고생스러운 그의 여행은 책 속 상상에서만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에 앞서 테스트 여행까지 거친 그. 그의 테스트 사업은 모로코의 카펫 판매로부터 시작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역을 대동하고서 사업을 밀어부치는 그의 추진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가장 존경스러웠던 점은 선정하기 어려운 사업 아이템을 짧은 기간내에 파악해서 결정하고, 도움을 얻을 친구들을 물색해 좋은 정보를 빨리 얻어냈다는 점이다. 친구의 인맥을 이토록이나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까 싶게 그는 참 도움을 많이 얻었다. 인터넷 등에서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흔하지만, 인맥을 통한 고급 정보는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될 좋은 정보가 무궁무진하다.
평범하게, 아니 남보다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그가 버라이어티 1박 2일보다 심해보이는 고생을 해가면서(가끔 1박 2일을 보면 나는 즐거우나, 고액 연봉의 저 출연진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인기와 연봉 덕에 그들은 힘을 내는 것이겠지만..) 여러 나라를 도는 것을 보면 아, 눈으로 보는 것만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낙타를 사고 팔겠다는 생각으로 상식과 계획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 수단에서부터 좌절을 겪고,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사고 팔고, 칠리소스를 사서 인도에서 팔겠다는 계획은 심지어 에스키모인에게 얼음을 팔겠다는 우스갯소리와 연관되기도 한다. 하지만, 좌절을 겪을 지언정 그는 질 좋은 커피를 좋은 값에 구입하고 여러 우여 곡절끝에 잘 팔아치우고, 칠리 소스 또한 스토리가 있는 코끼리 페퍼 소스는 구매에 실패하지만 재료가 출중하게 좋은 부시맨칠리 소스를 구매해 좋은 값에 판매하기에 이르른다.
사업을 하다보면 성공할때도 있고 실패할때도 있는데, 그의 여행일정은 한 나라당 지나치게 짧은 일정이어서 사업을 하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핸디캡을 극복하고, 여러 경제 이론을 접목시켜가면서 협상의 달인처럼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비싸게 말을 사서 가장 헐값에 말을 판매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또다른 경험을 그에게 안겨준다. 엄청난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에서 아프리카 와인 판매에 성공해 으쓱해지기도 한다. 타이완의 옥 거래에서 실패하고, 타이완에서 사 온 우롱차 역시 일본 판매에서 좌절을 겪고 나자 힘이 빠져버린다. 그는 48시간 동안 일본 어부와 함께 전갱이 잡이에 나서서..딸랑 150엔을 건졌음에도 흑자라며 드디어 다시 행운의 여신이 자기 편이라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많은 사람들에게 역시나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는지 그의 TV 다큐멘터리 80일간의 거래일주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연상케하는)는 영국을 열광시키는 프로가 되었고, 책도 큰 인기를 끌고, 많은 곳에서 강연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다. 역시 용기가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 돈과 명예를 손에 쥐는게 아닌가 싶다. 그처럼 큰 꿈을 벌이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의 내 삶이 보다 더 안정적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실행해야하는 것인가 잠깐 고민도 해보았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또 거래에 있어 (굳이 멀리 가지 않고 한국땅에서 하는 거래를 하더라도 ) 어떤 마인드로 상대를 대해야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각 나라별 특산물과 특징, 그리고 재미난 나라별 일화등을 읽는 것은 덤으로 얻은 재미였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