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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마시멜로 이야기의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의 신작, 바보 빅터를 읽었다. 아쉽게도 마쉬멜로 이야기 1,2 를 모두 읽어보지 못했던 터라, 300만 한국 독자의 삶을 변화시킨 작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었고, 바보 빅터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없었기에 , 이 책을 읽은 이웃님의 반드시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서야 읽기 시작하였다.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동화처럼 흘러간다. 그리고, 놓치면 후회할거라는 이웃님의 충고에 걸맞게 정말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기도했다. 보통 책읽는 속도가 약간 빠른 편이긴 했지만, 이 책은 정말 빨리 읽혀서 깜짝 놀랐다. 펼치자마자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렸기 때문이다. 17년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인 바보 빅터의 이야기가 실화에서 소설로 재창조되어 어느 토크쇼에 나왔던 여인의 삶을 재구성한 로라의 이야기와 함께 이 소설의 두 중심 축으로 흘러간다.
이 쪽 세계에서는 바보로 통하는 빅터가 저쪽 세계에서는 '명석'하고 '창조적'이고 게다가 '천재적'인 인물로 비치고 있었다.
로라로서는 도무지 어느 쪽이 진실인지 구분해낼 도리가 없었다. 90p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릴적부터 말도 심하게 더듬고, 친구들에게 놀림만 받던 빅터. 아이가 천재성을 드러낼 여지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른들은 거기까지 신경을 써주질 못했다. 다만 아버지만이 아들에게 "저런 멍청한 여자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다. 누가 뭐래도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아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알았지?" 하고 말해주었을 뿐이다. 여섯살난 빅터를 두고 인지력이 떨어지고 언어장애가 의심된다는 등의 혹독한 평가를 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믿고 싶었다.
말이 늦었던 까닭에 빅터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학교 선생님인 로널드 또한 아이들 못지않게 빅터를 몰아세운 사람이었다. 보통 사람의 편협한 기준으로 천재를 판단하기는 어려웠겠지만, 더군다나 그는 빅터의 인생 17년을 아주 흐드러지게 망가트린 장본인이 되고 만다. 자신의 실수 한가지로.. 그는 천재에서 바보로 추락하고 말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 IQ테스트를 하였다. 중학교때는 결과를 말해주지 않았는데, 학력경시대회 출전자를 뽑기 위한 예비 시험 결과를 붙이는 과정에서 그만 점수, 등수와 함께 IQ수치까지 같이 공개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놀라서 뛰어 가서 그 부분을 떼어냈는데, 이미 몇몇 아이들은 그 수치를 보고 와서 , 내 수치까지 보고 온 친구가 들려주기도 하였다. 그때는 왜 선생님들이 IQ를 쉬쉬했을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빅터처럼 놀림받는 아이가 생길까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아이큐가 높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큐만 믿고 공부를 게을리할까봐 그랬을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중학교때 남녀공학이라 반은 달라도 같은 학교에 남학생들이 있었는데, 동급생 중에 정말로 꿈의 IQ를 가진 학생이 있다고 들었다. 160이었는지 170이었는지는 가물거리지만, 140,150만 넘어도 좋은 머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가 실제로 그렇게 높은 IQ를 가진 학생이 동갑이라니 믿기 어려웠다. 우연히 들은 얘기였지만, 같은 남학생들사이에서도 이슈가 된 모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는 전체에서 7명을 뽑는(13반이어서, 2반에 한명꼴로 출전할 수 있는 경시대회 선발인원은 총 7명이 되었다.) 학력경시대회 멤버로 뽑히지 못했고, 멤버에 들어간 남학생들은 그 친구가 떨어졌음에 다들 의아해하였다.
지금 그 친구가 정말 자신의 IQ를 백분 활용하며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남학생들하고 데면데면하게 지내기도 했고, 딱 한 친구를 제외하곤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하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적어도 그 친구는 바보 빅터처럼 선생님의 실수로자신의 IQ에서 100이나 까먹는 그래서 바보 취급을 받는 그런 억울함은 받지 않았으니..
아주 뒤늦게 빅터는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의 어릴적 친구로 나오는 로라의 이야기 또한 못난이 로라가 빅터처럼 아주 뒤늦게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려서부터 못난이 못난이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녀는 지극히 소심하고 자신감없는 아이로 자란다. 글 쓰는 재주가 있었음에도 아버지부터가 그녀의 재주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많은 출판사에서 그녀의 원고를 툇짜놓으면 그녀의 인생 자체에 낙오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그렇게 결혼생활까지 실패하면서 인생의 낙오자로 잠겨들어갔다.
로라가 너무 예뻐 유괴당한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에게 못난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지 않았어요.
세월이 흘러 점점 커가는 로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생각이 옳다고 믿게 되었어요.
확실히 아무도 로라에게 공연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181p
바보가 되어버린 천재 못지 않게, 못난이가 되어버린 누구보다 예쁜 로라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다른 사람의 잣대로 한 사람의 진가가 이렇게 묻혀버릴 수 있음이.. 정말 통탄스러울 정도였다.
전 그런 일이 있었던 줄 몰랐어요 .
차라리 제가 어느 정도 자랐을때 말씀을 해주시지 그랬어요.
전 저를 단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엄마, 전 제가 한심하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183p
괜찮을 거야. 잠시 접고 있었던 날개가 있으니까.
나는 피그마리온 효과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그 사람의 능력을 살리는데 있어 칭찬만큼 그리고 진실한 믿음만큼 큰 효과를 주는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실패란 그저 작은 걱정거리일뿐이다. 하지만, 할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도전조차 해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은 내가 먼저 나를 믿어야 하는 힘이고, 그 믿음이 있기까지는 가족의 충분한 사랑과 주위 사람들의 사랑의 힘이 더욱 보태지는 것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한 순간의 편견으로, 그리고 그릇된 인식으로 두 사람의 멋진 인생을 거의 나락까지 추락시킬 수도 있음을 처절히 깨달았기에..
엄마라는 지금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 아이가 접힌 날개를 갖지 않고, 활활 펼칠 수있도록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며..
아이에게 건네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바보빅터는 우리 인생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삶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일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위대한 진실'이 있다는 것을.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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