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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잃지 않는 엄마 되기 - 탄생부터 사춘기가지 아이와 함께 크는 모성의 7단계
앤 플레셋 머피 지음, 김혜원 옮김 / 민음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키운다는 것, 남들이 다 잘하고 있는 것들이라 나 또한 무.난.하.게. 해낼수 있을거란 대단한 착각을 했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무엇보다도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학창시절에 공부만 하면 됐던 그 시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연약한 어린 존재를 이제 오롯이 내 능력으로 24시간 365일 지켜보며 키워야 하며, 그것은 짧게 지나가는 시기가 아니라, 이제는 평생 나라는 독립존재가 아닌 아이의 어머니로 거듭나게 되는 중대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기를 낳을때까지만 해도,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나는 아기를 키우면서 상상 속의 멋진 어머니상과 내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유 수유만을 고집했는데, 원하는대로 젖이 돌지 않아 아기는 배고파 힘들어했고, 밤새 잠을 자지 않아 내가 차라리 잠이 없이 견딜 수 있는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잠든줄 알고 아기를 내려놓으면 보채며 깨는 통에 아이를 안고 앉아서 조는 일이 허다했고, 남들이 100일이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그 시기가 나는 200일이 족히 넘도록 계속되었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이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임을, 세상 모든 어머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나는 우리아들을 키우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아기 돌이 지나 밤에도 잠을 좀 자게 되자, 그때부터 나를 위한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기에게도 엄마가 책을 보는 모습이 좋겠다라는 자기합리화가 있었지만, 한가지에 몰두하면 지나치게 빠져드는 습성이 있어서, 아기 두돌이 지난 지금은 하루에 몇권 책을 읽을 때도 있을 정도로 소화하기 힘든 독서를 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밤에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낮에도 아기에게 신경을 덜 써주게 되어 항상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엄마들은 만 두돌, 세살인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어렸을적부터 책 많이 읽어주고 교구 들여 공부시켜 주고 문화센터니 영어 유치원이니 데리고 다닌다는데, 게으른 엄마인 나는 너무나 이기적으로 아기 먹거리에도 소홀하고 내 취미생활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오늘도 친구와 만나 자기성토에 빠져들었다. 난 이래서 안돼, 난 이래서 나빠. 친구 또한 그런 죄책감에 시달린다며, 엄마들은 다 같은 고민을 하는게 아닐까? 의견을 나누었다. 며칠전부터 계속 내 마음을 파고 드는 책, 자아를 잃지 않는 엄마되기.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 나의 이런 죄책감은 사실 당연한 건지도 몰라. 굳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위안도 되고, 좀더 마음의 융통성을 가지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또 나는 독서로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인가.
아기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다고 고민하는 나였지만, 사실 우리 아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엄마 못지않게 넘치고 있다 생각한다. 아기 얼굴만 봐도 행복해서 껴안고 뽀뽀하고, 귀찮게 하면 아들이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 이모가 뽀뽀하자고 하자, "엄마 뽀뽀" 하면서 엄마만 뽀뽀하는 얼굴이라며, 내게 다가오고, 이모가 사랑해 하자~ 엄마 사랑해 하며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아, 그래도 우리 아기가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아기 어릴적에 밤잠도 못자고 키웠던 기억이 이제는 아기가 주는 웃음으로 모두가 지워져 버리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행복한 것은 사실이다.
아기만을 위한 24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엄마의 자아를 찾기 위한 시간이라기 보다는 내가 즐길 휴식이 필요해서 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는 것이 어쩌면 친구 말대로 돌파구가 있어 아이에게 덜 화를 내고, 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걸수 있다 하였다. 대신에 너는 우울증이 오지도, 아기에게 화 낼일도 적지 않냐며 되묻는 친구 말에는 정말 그렇기는 해. 하는 답변을 주었으니..
이 책에도 한살과 두살 엄마들이 많이 우울증에 걸리고,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를 잠깐의 휴식만 있어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시기라 하였다.
아이의 탄생서부터 사춘기때까지 엄마와 함께 하는 모든 그 시간에 대해, 아기를 키우며 엄마의 정서 또한 성장하고 있다는 소중한 진리를 가르쳐주는 책.
자신의 두 남매, 매드와 닉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해가며, 우리에게 생생한 조언을 해주는 이 책이 참 살갑게 느껴졌다.
엄마도 사람인데,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니 완벽할 수 없는 건데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우울증에 빠지고 죄책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엄마의 아픈 마음을 토닥여주는 책이었달까? 읽는 구절마다,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아 고맙고 감사했다.
서양 아이 나이 기준이라 이 책에서 말하는 한살과 두살은 만 한살과 두살이니, 만 두돌을 얼마 지나지 않은 우리 아기는 3단계 한살과 두살 편에 해당되었고, 곧 4단계 세살에서 여섯살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이들에게 끔찍한 두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우리나라의 미운 세살과 같은가보다.)
이 연령이 무자비하게 끔찍해서라기 보다는 이 연령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극단적으로 유쾌한 감정과 피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저기압 상태를 번갈아 경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잘 먹고 기운이 넘치고 평온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잠을 한숨도 못잔건 물론이고 제때 밥도 못 먹고 친구에게 전화한통 할 여유조차 없었다면 ,
당신의 보석함에 손대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정신이상자 같은 반응을 보이는 아이에게 정말로 심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196.197p
그럴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소리를 지르거나 베개를 한방 내리치거나 숨을 푹 쉴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갖기만 해도 다시 자제력을 되찾을 수 있다.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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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이 시기 아이들의 돌출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난감할때가 많다. 그럴때 무조건 화를 내며 기선제압한다는 친구서부터, 차분히 기다려준다는 친구들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지만, 자신에게 쌓이는 묵직한 스트레스의 중압감은 아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기에게 내는 화는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아주 간단한 여유, 사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쉽게 폭발해버릴 수 밖에 없는 육아의 중압감을 직접 엄마가 되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라 생각한다.
한두살치고는 말을 제법 잘하는 줄리엣의 엄마 호프는 수다쟁이 딸의 어휘력이 늘어날수록 엄마의 화를 돋우는 능력도 늘어난다고 했다. 269p
우리 아기보다 여섯달 빠른 딸을 둔 친구만 해도 아이의 주장과 고집이 제법 세져서, 이제는 아이 기분 헤아리고 맞추기가 너무너무 힘이든다 하였다. 친구와 함께 이 책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아이 크는 것에 따라 달라지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비단 우리 아이가 특별하고 예민해서가 아니라 다 정상적으로 겪는 상황이니 편안해 보이는 다른 엄마들도 다 똑같이 힘들어하고, 어렵게 보내는 시기임을 깨달으면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이 시기도 소중하게 되돌아볼 그런 날이 올 거라는 밝은 믿음이 생길 것 같기 때문이었다.
내가 배운 것은 가족의 상황에게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아이의 독특한 개성을 고려해서 일정한 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271p
매디는 좋아하는 바비인형이나 장난감을 치워버리는게 잠깐 휴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닉은 벌을 주는 방법이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아이의 집요한 협상기술을 고려했을때 페어런츠에 실었던 어느 기사에 인용된 징계 수단이 가장 유효했다. 272p
십여년동안 육아전문지 <페어런츠>의 편집장을 지낸 경력과 미국 ABC 방송국 간판 프로 <굿모닝 아메리카>의 육아부문 작가로 참여해 두각을 나타낸 작가 앤 플레셋 머피, 그녀가 풀어내놓은 육아에 대한 진솔한 경험들은 초보 엄마인 우리, 그리고 아이를 둘, 셋 그 이상을 낳아 바쁘고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이땅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든든한 지원이 되는 글로 살아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