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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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적에 서불과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시황때 불로초를 캐러 보낸 서복이 바로 제주도에 들러 남긴 글씨라는 이야기였다. 불로초가 우리 제주도에 과연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주는 소설을 만났다.

 

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창덕궁에 가본 적이 있었던가? 서울에 살면서도 막상 궁궐과는 거리를 멀리 하고 살았던 서민(?)이었던 지라, 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연못이 있는 어느 궁에 가본 것 같은데 그곳이 창덕궁이었는지는 가물거린다. 게다가 불로문이라니.. 불로초를 연상케하는 그런 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아주 우매한 사람이었다.

 

혹자는 그저 불로 장생을 바라는 뜻에서 그런 문을 지어 그 문을 통과하면서 불로장생을 염원했다고 한다.. 라는 책 속 문구처럼 아마 내가 그 문을 알았더라도 그런 연유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신비한 불로초가 과연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기는 어려웠기에 그런 이야기는 손쉽게 전설로 혹은 그저 바람으로만 묻어버렸던 것. 불로문과 불로지,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꺼내어 새로운 소설로 만들어 낸 이가 존재하였다.

 

생생한 역사적 증언인 것처럼 그의 소설 속에는 책 밖으로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현장의 사진들까지 같이 담겨져있다. 그저 환상으로만 끝난, 억지 주장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듯 말이다.

 

2000년 전 진시황이 보낸 서복의 제주 탐사기부터, 조선 시대 숙종의 불로문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참을 지나 일제 시대의 경성 제국 대학 학생과 비밀 결사단이자 독립 단체 천수당의 이야기까지.. 총 세편의 이야기가 불로초로라는 주제로 엮여 톱니바퀴를 형성하며 흘러간다.

 

일제 시대 730 부대로부터 천수당원들이 목숨을 걸고 빼앗은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식물 뿌리 같은 표본과 책 한 권 그리고 탁본 한가지였다.

일제는 다시 그 물건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천수당에서는 목숨을 걸고 구해 낸 물건의 정체가 뜻밖의 물건임에 실망이 커, 중요한 물건인지도 모른채 우연히 배달책으로 엮인 경성제국대학 학생 시형에게 물건을 되돌려 주었다. 시형은 그 물건이 범상치 않을 거라는 직감에 일본인이지만, 독립 운동가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마쓰다 교수에게 몰래 의뢰해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 물건으로 인해 흘러가는 서복의 이야기서부터 숙종 시대의 이야기까지..

범상치 않았던 물건의 진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잊고 있던 역사를 끄집어 낸것 뿐 아니라 상상 속에 그쳤을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로 재 창조해낸 팩션이 마치 다빈치 코드의 놀라움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는데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 것이 좀더 치열하게 혹은 생생하게 전해졌으면 좋았을 일본군과 천수당원들과의 대결 등이 간단한 서술로 끝나버리고,  사건의 진행도 좀 빠르게 흘러가기 위해 좀더 재미난 장치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부분들이 생략되어 아쉬움이 있었고..소재의 참신함과 결말의 대반전 등 눈에 띄는 요소들이 무척 많아 좀더 다듬어지면 너무나 재미났을 그런 소설이라 안타까웠다는 것.

 

하지만, 분명 놀라운 것은 나처럼 그 존재도 몰랐을 불로문에 대해 파고 들어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내고, 정말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불로지에 대한 상상을 해내었다는게 놀랍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케 하는 결말의 대 반전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음, 반전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임에도 이 책의 반전은 더 재미나게 느껴졌다는 것.

 

간과하고 넘어갔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아니 생각할수록 놀라운 새로운 세상을 펼쳐내는 이런 역사적 팩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이기에 흥미롭게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다. 새롭게 만난 불로문의 진실은 성경, 지구 종말 등 다양한 코드로 재 해석되고 있는 세계 속 놀라운 이야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재미난 소설이 나올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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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뉴욕쇼핑여행 - 쇼퍼홀릭 박작가의
박혜정 지음 / 팜파스 / 2010년 12월
절판


쇼퍼홀릭 박작가의 깐깐한 뉴욕 쇼핑여행, 사실 여행과 쇼핑의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관계를 생각해보면 수많은 여행책자와 여행 가이드에 나온 쇼핑 숍과 아이템에 대한 언급을 예상케 되고, 이 책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일거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간과하고 말았던 "깐깐한"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한다. 이 책과 다른 책의 분명한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


그녀의 책은 정말 패션과 쇼핑에 문외한인 나의 눈까지 번쩍 뜨이게 할 그야말로 뉴욕 전역의 쇼핑을 아우르는 바이블 같은 책이었다.

근사한 패션 리더로써의 박작가의 해박한 패션 정보와 그리고 강추 아이템, 알짜배기 노하우들, 쇼핑 초보자를 패션 만점 여우 쇼퍼홀릭으로 중무장시켜줄 수다쟁이 쇼핑 가이드 같은 그런 책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다보면, 평범하지 않은 시작에 우선 놀라게 된다.

뉴욕까지 가면서, 짐도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가방만 텅 빈채로 두개를 가져가길 권유한다. 왜? 그녀가 말해주는 잇! 아이템들을 채워서 돌아오려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수하게 여기 좋은 샵이 있어요 가 아닌! 어느 샵은 어떤 유래로 인기를 끌고 있고, 여기에서는 어떤 제품을 사야 한다. 이제품은 이렇게 코디하면 좋다. 욕심내지 말고 여기선 한장만 사라. 다른 곳에 더 멋진 것을 두고 후회하지 말고 등등... 정말 완전 꼼꼼한 조언들이 눈부시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나 여자들에게 너무나 좋을 그런 쇼핑 완벽 가이드 책.

물론 나 한 패션 하는 여자야~ 하는 사람들은 응? 이 브랜드는 안 입어. 이게 좋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와 숍을 아우르고 있어서 분명 자신의 기호에 맞는 곳을 찾게 되리라 싶다. 저렴하고 질좋은 H&M, 한인이 세워 붐을 일으킨 FOREVER21, 그리고 정말 길거리 노점상에 넘쳐나는 짝퉁 핑크의 원조, 빅토리아 시크릿의 잇 아이템 핑크 트레이닝복 등.. 미국에 사는 이도 이만한 패션 감각을 갖춘 이는 드물 정도로 그가 풀어내는 입담은 쉼 없이 이어진다. 아. 이 사람 참..작가였지. 그러니 말도 재미나게 하고, 본인이 직접 피팅한 예쁜 옷들까지 보여주면서.. 우리를 혹하게 하는 많은 옷들을 보여주지.



우리나라의 턱없이 비싼 가격의 반의 반도 안하는 저렴한 가격의 옷들. 그리고 잇 아이템들. 그 모든 것들이 가득한 세상.

한국에 살면서도 요즘은 많은 이들이 미국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매대행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뉴욕에 있는 동안에 무료 배송으로 숙소로 쇼핑 받는 방법 등, 그녀가 알려주는 노하우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백화점에 걸린 몇개의 브랜드 말고는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내 귀가 뻥 뚫릴정도로 그녀의 재미난 설명들에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나는 비싸기만 한 명품 옷보다는 실용적이고 그러면서도 잘 샀다 소리 들을 수 있는 그런 쇼핑 품목들이 좋다.

사진한 두장 찍어두고..이런 아이템을 건졌어요 하는 기존 쇼핑 책자와 달리.. 어느 매장의 어느 옷을 왜 사야 하는지. 그 제품은 뭐가 좋은지를 꼼꼼하게 짚어주는 노하우가 정말 여느 책과 다른 깐깐한 이 책의 최고 강점이다. 흰 티가 가장 고르기 어렵다는 그녀의 말대로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 좋은 핏이 좋은 티를 고르기 위해서는 그녀의 노하우를 읽고 또 읽어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뉴욕 패션 뿐 아니라 한국에서 쇼핑 할때도 어느 정도의 감과 노하우가 생기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뉴욕에 가게 된다면? 혹은 그녀가 추천해준 인터넷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게 된다면? 이 책은 반드시 필수다. 다른 짐 하나 빼더라도 반드시 가져가야할..최고의 아이템~!


초보자부터 고수에 이르기까지 쇼퍼홀릭들을 단계별로 겨냥해 추천해주는 방식 또한 마음에 들었다. 나 쇼퍼홀릭이예요 하고서.. 어느 수준 이상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값비싼 명품들만 나열되어 있는 책은 나에게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에서 살다온 친구 말대로 빅토리아 시크릿 등의 유명 속옷, 바디 제품과 너무나 값비싼 명품 화장품들도 브랜드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가격도 더 적당한 수준으로 우리 캐리어의 빈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스타들이 열광한다는 닥터 브랜트의 아이크림, 키스를 부르는 입술 튜왑의 립 베넘. 아..다 처음 듣는 브랜드 들이라 눈과 귀가 어질! 키엘의 수분크림은 그나마 여동생을 통해 알게 된 브랜드여서 다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트 쇼핑도 덤으로 들어있었다. 든든한 간식거리, 요기거리등이 풍성한 곳에서 뭘 골라야할지 망설여질때 그녀의 추천을 따라가보면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대박 예감. 한국에선 고가에 속하는 하겐다즈 아이크스림이 세일때는 큰 통이 3불도 안된다는 놀라운 사실.



중급 쇼핑으로 넘어가자, 우선 좀더 고급스러워보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들의 옷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부츠서부터 원피스까지..처음 듣는 브랜드지만 예쁜 디자인에..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사보지도 못할 그런 옷들이 가득하다. 클럽 모나코는 들어봤지만, 탑샵, 바로 저자가 뉴욕에 갈때마다 가장 먼저 들른다는 매장이다. 탑샵은 뉴욕에있을 동안 입을 옷들을 마련하는데 가장 성공률이 높은 브랜드이기도 하고, 아이템이 금방 소진되는 탓에 머무르는 동안 몇번은 오게 될게 뻔한 곳이라는것. 뉴요커들에게도 인기만점이라는 탑샵~ 체크 강추!




저렴하게 살 수있는 최고의 방법은 뉴욕에서도 역시 아울렛을 이용하는 것. 뉴욕여행에 절대 빠지지 않는 쇼핑 코스이자 모든 여행 가이드 책에서 소개하는 명소 중의 명소, 우드버리 아울렛에 대한 소개도 나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우드버리는 잘만 하면 분명 좋은 아이템을 아주 착하게 데려 올 수 있는 보물섬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보물 찾으러 고고! 209P

우드버리 꼼꼼 정복기에는 가격대별, 대상별 선물 아이템까지 친절하게 실어주었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은건 베이비& 키즈를 위한 선물 리스트. 아.. 엄마는 어쩔수가 없다.




패션 못지 않게 중요한 바디 제품, 그리고 소품 들까지 꼼꼼하게 챙겨주고 (음..이 꼼꼼함은 책을 열심히 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그러고서도 쉼 없이 고급 단계로 이어진다. 우아~ 정말 그녀를 따라다니고, 그녀 말대로 체크하다보면 트렁크 두개도 모자랄 지경이겠다. 주부다 보니, 옷보다 그릇, 집안 소품들에 관심이 더 가곤 했는데, 스웨덴의 아키아(이케아)못지않게 천국이었다는 크레이트 앤 배럴 , 쇼퍼홀릭들이 반드시 가보아야할 블루밍 데일스 백화점, 또 우드버리 아울렛에서도 고급 단계 쇼퍼홀릭을 위한 특별한 조언들까지..


아, 처음부터 끝까지 뉴욕 쇼핑 여행의 모든 것을 담아낸 그 열정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뉴욕에 당장 가기 힘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매 대행, 그 중에서도 우리가 모르고 있던 많은 알짜배기 인터넷 쇼핑몰들을 안내해어 그 활용만 제대로 해도 이 책은 이미 그 진가를 뽑았을 수 있다. 오가닉 화장품을 주로 살때 애용한다는 아이허브는 해외 사이트 중 가장 이용이 쉬운 사이트이며, 실제로도 한국 대비 80%정도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한다.



아..이제야 알겠다.

사람들이 왜 뉴욕 뉴욕 하는 지를..

그 먼 곳까지 가서 왜 그리들 쇼핑에 열을 올리는 지를..

촌스러웠던 내 눈을 확 트이게 해주었던 책.

박작가의 깐깐한 뉴욕 쇼핑 여행으로..뉴욕은 반드시 여행하고 싶은 곳, 트렁크 텅텅 비워 가서 꽉꽉 채워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손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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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 모 윌렘스 내 토끼 시리즈
모 윌렘스 글.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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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 아너상을 세 차례나 수상한 모 월렘스님의 새로운 그림책,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 를 읽게 되었어요. 누가누가 하늘을 날 수 있지? 강아지야, 넌 어떤 소리를 내니? 야옹아 야옹아 얘는 누구니? 의 세권의 모 월렘스 그림책을 아기에게 읽어주었는데, 그림이 선이 분명하고, 뚜렷하면서도 재미가 있어서 아기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새로운 책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는 어떤내용일지 기대가 되었어요.



다른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우선 크기가 무척 컸어요.



세로보다 가로가 길면서, 전체 크기는 A4보다 큰 사이즈랄까요? 세로로 긴 그림책 중에 좀 큰 사이즈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전 그림책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실사와 그림이 혼합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위의 책들이 더 어린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좀더 자란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4살 이후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글밥과 재미난 사진, 그림이 많은 책이었답니다. 사실 엄마가 읽기에도 흥미진진했어요.



귀여운 트릭시!


그림책이 시작되기 전에 이렇게 액자 몇개가 등장합니다. 바로 트릭시와 꼬마 토끼와의 만남까지의 과정, 트릭시 가족의 역사와도 같은 사진이었지요.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이렇게 액자로 보여주고 설명이 되니 새로운 재미가 있었어요. 한눈에 확 잡아끄는 그런 설정이었달까요? 엄마가 아이에게 그림을 짚어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내는 재미가 있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때로는 글밥보다 엄마가 해주는 그림 설명에 아이들이 더 호기심을 갖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트릭시는 엄마, 아빠와 뉴욕에 살아요. 그런데 어느 날 머나먼 곳, 네덜란드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소중한 꼬마 토끼 인형도 함께 말이지요. 트릭시가 걷고 있는 동네가 바로 뉴욕인가 봐요. 엄마도 아기도 뉴욕엔 안가봤는데, 이렇게 생겼네요 우리 동네랑은 좀 많이 다르게 생겼어요.

집의 모양도 다르고, 문도 다르고.. 흑백으로 되어 있는 실사 풍경사진과 인물만 그림, 그것도 컬러 그림으로 표현을 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이도 무척 재미나게 봤구요. 아. 여태 보던 그림책과 다른데? 하는 눈으로 반짝반짝 집중해서 보더라구요~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무척 오랜 시간을 보낸 후에 할아버지댁에 도착했어요. 우리 아이에게 할아버지 댁은 차로 가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인데 트릭시네 할아버지 댁은 정말 머나먼 곳인가봐요 . 뉴욕과 다른 네덜란드의 가정집의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여행에 관심이 많은 엄마는 배경 소품이나 사진 등에도 더 관심이 많이 갔어요. 아이는 물론 주인공인 그림에 더 관심을 쏟았구요.

그런데 트릭시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나봐요.

소중한 꼬마 토끼를 그만 잃어버렸답니다.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이지요.


꼬마 토끼가 없어지자, 트릭시는 아무리 즐겁고 재미난 일이 있어도 흥이 나지 않았어요. 그저 말로 하지 않아도 아버지,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트릭시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답니다. 우울한 트릭시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해주신 할아버지, 할머니.

사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잃어버리거나 두고 오는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지요.



그럴때마다 손쉽게 하나 더 사주지 뭐, 아니면 또 다른 거 더 좋은 거 사줄께 하는 마음이 들곤 하는데..아이들에게는 그 장난감, 바로 잃어버린 그 장난감이 소중한 가 봐요. 어른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단 하나의 즐거움이랄까요. 트릭시에게는 그런 마음이었나봅니다.



말도 하고, 춤도 추고, 걷기까지 하는 최신형 토끼 인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아, 이렇게 펼쳐지는 책..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해요.

팝업북, 펼쳐지는 그림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술 장치랍니다. 엄마도 사실 이렇게 펼쳐지는 그림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이들의 심리를 정말 잘 파악한 그런 그림책.



트릭시의 서운함을 달래줄, 꼬마 토끼의 세계 여행이 꿈에 나타났어요. 그리고 그 멋진 여행은 근사한 사진들과 함께 아주 길게 펼쳐지는 멋진 그림으로 등장했답니다. 이 페이지, 넘기고 또 넘기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페이지가 되었어요.




비행기가 중국으로 바로 떠나는 바람에 잃어버렸던 그 토끼가 신기하게도 다시 트릭시 품에 돌아왔어요.

길고 긴 여정을 통해 만난 토끼인지라 트릭시에게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토끼가 되겠지요.

아, 이 행복. 트릭시는 정말 너무너무 행복했답니다.



트릭시는 토끼를 잃어버렸어도 울거나 떼쓰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달래갔답니다. 다만, 트릭시가 아파하는 마음을 잘 헤아린 어른들이 도와주려 하신 것이지요.

할머니께서 우리 트릭시 많이 컸구나 하고 위로해주신 것처럼 트릭시는 정말 많이 자랐어요.



그리고 트릭시의 의젓해진 마음은 소중한 꼬마 토끼와의 또다른 이별을 예고합니다. 마음이 아파도 아프지 않은 트릭시의 놀라운 선택.

그리고 아빠가 트릭시에게 보내는 멋진 메시지..



정말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고 멋졌던 그런 그림책이었어요.

읽으면서, 우와 우와 감탄사가 연발했구요.

27개월된 아기도 엄마와 함께 눈을 반짝이며 읽은 그림책이었답니다.



토끼와 트릭시와의 여행도 멋졌지만, 꼬마 토끼가 트릭시를 떠나 하는 여행도 정말 근사한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정말 꼭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책을 읽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새록 새록 자라났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모 월렘스 시리즈를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가 칼데콧 아너상을 세번이나 수상할만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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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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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지구 종말을 무사히 넘겼고, (그때는 직장 생활이 팍팍할때라 종말론에 미처 신경쓸새도 없이 넘겼다. )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채 평온하게 시간은 흘렀다. 다시 얼마전부터 긴급히 대두되고 있는 2012년 지구 종말론, 게다가 그 지구 종말이 운석의 충돌 등이 아닌 신들의 귀환이라는 새로운 논쟁까지.. 물론 신들의 귀환에 대한 이야기는 나만 새로운 이론인지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이 가설이 제기되었다 하나 최근 소설을 통해 이 이론을 처음 접했던 내게는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던 내용이었다.

 

2012년에 일어나는 일이 지구 종말이 아니라 외계인들의 방문, 즉 우리가, 우리 조상들이 신이라 믿어 왔던 이들이 바로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가진 외계인들이며 그 외계인들이 2012년에 다시 돌아온다는 주장이 바로 이 책속에 담겨 있었다.

 

저자인 에리히 폰 데니켄은 나는 처음 만나는 작가였는데, 이미 6300만의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유명한 사람이라 하였다.

소설의 놀라운 결말이 아닌, 제목에 콕 박혀 있는 이 주장을 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사실 어려서부터 재미나게 읽었던 수많은 세계의 불가사의들을 해결해줄 뚜렷한 대답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신화로 믿고 있던 거인, 키메라 (인간과 동물의 이종 결합, 배합 등)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다는 작가의 주장은 놀랍기만 하였다.

 

고대 문서와 구전설화에 따르면, 신들은 아주 오래전에 하늘에서 내려와 인류에게 다양한 것들을 가르쳤다. 현대인들은 은유로 가득한 문화에 살면서도, 왜 오래전 우리 조상들이 비슷한 은유를 사용했다는건 믿지 못할까? 고대 문서에서 설명한 것이 무엇이든, 우주선을 타고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들을 잘못 묘사한 거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상상력이 발휘된 해석에 불과한 것인가? 5p

 

미국 원주민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기차를 보고, 불의집이라 불렀다 하는데 오래 전 과거의 선조들이 우주선 등을 보고 그들만의 한정된 언어로 표현하다 보니 불의집과 같은 은유적 표현처럼 해석될 수도 있었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한정된 언어로 표현했을뿐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는데, 우리는 현대에 와서 그것들을 전설과 은유라 믿고 있었다? 라는 가설. 바로 데니켄의 논지이다.

 

푸마푼쿠의 석판들은 마치 스테인리스 스틸 밀링 머신과 다이아몬드가 달린 드릴과 같은 현대 도구를 갖춘 작업장에서 만든 것처럼 정교하게 다듬고 문질러져 작업되어있다. 섬록암에는 0.64cm의 폭에 0.76cm 깊이로 정확한 홈이 파여 있는데 석기시대 도구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어떤 것도 원시적인 석기시대 문명의 이미지에는 맞지 않는다. 58p

 

석기시대의 원시인들의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날카롭게 절단된 블록들, 게다가 홈이 파인 면까지..오늘날의 기술로도 만들기 어려운 그런 구조물들이 단 하루만에 완성되었다 한다. 바로 신들에 의해. 그런 기록이야 말로 외계인의 기술을 언급한 것이라 말한다. 게다가 과거에 있었다는 수많은 거인들의 기록이 성서와 많은 기록에 남아있는데 이 또한 외계인들의 핏줄을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한다. 자그마치 키가 4m가 넘을 그런 거인들의 등장,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거인으로는  골리앗이 있다. 그 뿐 아니라 솔로몬왕의 아내기도 했던 시바 여왕의 무덤을 발견한 이 또한 그녀의 관을 열어보고 놀라서 봉쇄했는데 바로 그녀가 거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왕의 귀환이라는 모티브는 마야에만 있는게 아니다. 신의 귀환에 대한 기대는 잉카인들, 불자들, 기독교인들, 무슬림들, 유대교인들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나타난다. 수 천 년 전 외계인들이 우리 조상들에게 했다는 약속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들은 "다시 오겠다!"라고 말했다. 마야는 이 약속을 기록으로 보존하고 심지어 날짜도 제시했다. 바로 2012년 12월 23일이다.  223p

 

 2012년이라는 지구 종말, 혹은 외계인의 귀환에 대한 언급은 마야력에 의존하고 있다. 고대에 쓰여졌다기에는 지나치게 정교하고 많은 부분이 들어맞고 있는 마야력. 그 증거가 전 세계의 여러 종교와 문서에 언급되었다는 것이 바로 그의 주장이었다. 알면 알수록 놀라운 데니켄의 주장들. 과연 바로 코앞인 2012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사실 난 그 주장을 믿고 싶지는 않다. 가끔 뉴스에서 지나친 기상 이변이나 악재가 이상하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를 해도, 또 이렇게 그냥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냥 이대로..

 

영화 노잉에서처럼 극히 제한적인 인류만 살아남는 것도 원치 않고, 신들의 귀환이 정말 맞는 이론이라고 하여 외계인들, 특히 키가 4m가 넘고 놀라운 기술력을 가진 이들이 내 앞에 떡~ 하니 나타나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놀랍게 일치하는 과거의 기록이기만을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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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놀이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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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조정래 작가님의 허수아비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까닭에, 벌써 또 신간이 나왔나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 끝에 붙은 1982년이라는 단어를 보고 , 약력을 다시 찾고 나서야 1982년의 중편들을 엮어(애초에 한권의 이야기였다.) 장편 <불놀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음을, 그리고 그 작품이 2010년에 다시 재 출간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1983년에는 mbc TV 6.25 특집극으로 방영되기도 하였다.

 

거의 30년전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흡입력이었다.

사실 대작에는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전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

꽤나 두꺼운 소설이 된 이 작품이 정말 놀랍게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혀버렸다.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너무나 재미나게.. 하지만, 그 잔인하고 억울한 내용들에는 치가 떨리면서..

 

요즘에 책을 워낙 많이 읽어서, 웬만한 책, 게다가 두껍기까지 한 책은 읽고 나서 며칠 지나면.. 다시 책을 펼쳐봐야 생각이 날 정도인데.. 이 책은 읽을때는 초고속으로 잃은 책이었는데  읽은지 몇주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방금 책을 다 읽은 듯 내용까지 생생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점수는 전쟁이 터지기 1년전부터 빨강물이 들어 있었다.

"배점수씨. 저 시퍼렇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시오. 그리고 저 속에서 맥을 못 쓰고 녹아내리는 쇠를 보시오.

바로 저것이오. 양반이니 지주니 하는 것들은 저 쇠붙이고 우리는 저 쇠붙이를 맘대로 녹여 버릴 수 있는 불꽃인 것이오."

28p

 

한 마을 전체를 호령했던 대단한 지주 집안의 억압, 그리고 그에 억눌려 살아온 이들의 피맺힌 원한이 불러온 비극적인 살육, 그 살육이 또 대를 이어 복수로 이어지는 장대한 한풀이,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불러온 다는,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자손에 이르기까지의 비극의 여정.

 

헐리웃 영화나 그에 못지 않은 잔인한 요즘의 한국 영화처럼 그런 복수를 하지는 않는다. 물론 전쟁시의 복수는 그에 못지않은 잔인함이었으나, 자손대에서 이뤄지는 복수는 철저하게 달랐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하였다.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념의 대립 이전에 팽배해져 버린 감정의 원한. 빨강물이 들어버린 배점수는 사실 그와 자신의 여동생, 또 부모가 겪었던 핍박에 대한 원한이 더 컸지, 민족의 영웅이 되어야겠다거나 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복수가 보상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 착각했고, 새로운 세상이 그들을 돌봐줄줄 알았다. 무조건 닥치는 대로 지주를 죽여대는 것만이 자신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이리라 착각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참변이 불러낸 삶의 댓가.

죄를 지은 사람들은 다 살아남은 이들 앞에서 죗가를 치르며 죽지 못한 삶을 이어왔다. 하지만, 배점수는 달랐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철저하게 다시 살아났다.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그 연결고리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오히려 그는 영웅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천대받던 자신의 핏줄을 독립군, 양반의 것, 그리고 심지어 공산당에 반대한 지주의 것, 바로 그가 훔친 지주의 목숨인양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돈과 명예를 거머쥔 아버지의 모습을 아이들은 본받고 싶어했고, 조상을 자랑스러워했다. 

 

"당신 아버지는 부역으로 저지른 죄를 은혜하기 위해 이름도, 고향도, 얼굴까지도 바꿨소. 모두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꾸며진 일이었소. 상상할 수 있겠소?" 109p

 

걸판지게 놀고 끝이 날 줄 알았던 세상.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8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사람이 너무나 길고도 오래, 자신의 명줄은 이어가고 있었다. 선이 분명한 그런 거침없는 책, 그 복수의 현장, 게다가 배점수의 여동생 순월이 어려서 겪은 잔인했던 일과 그 일이 불러온 광기어린 살육의 현장이 자꾸만 무섭게 머리를 휘저어버렸다. 사람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의 광기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실감하게 해주었던 책이었기에..

 

누구의 원한도 사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부르고, 자식들의 삶까지 완전하게 허물어버린다. 복수를 감행한 사람의 마음이 편할 수 있으랴.

두눈 못 감고 죽은 부모의 원수를 갚을 사람이 어찌 편하게 밥을 뜰 수 있었으랴..

 

현대의 수많은 작품을 읽고 또 읽어도, 30년 전의 이 작품의 뛰어난 흡입력은 못 따라가겠단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여운이 남겨진 책. 불놀이. 정말 길고도 긴 여정인 그의 대작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어야겠단 열망에 불을 붙여준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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